
2021년 11월 5일 대한핸드볼협회는 전국체육대회 핸드볼 여고부 결승에서 불거진 편파판정 논란과 관련한 징계를 발표했다. 경기 운영 미숙 책임을 물어 이 경기의 기술임원들을 징계한다는 내용이었다. 징계 중심엔 H 씨가 있었다. 이날 대한핸드볼협회는 대한체육회에 민원 심의 답변을 통해 “해당 경기에서 기술임원(Technical Officer)의 주요 책무를 소홀히 한 H(실명 거론) 기술임원에 대해 2022년 3월까지, O(실명 거론) 기술임원은 올해 말까지 모든 경기 배정을 금지하는 징계를 내렸다”고 발표했다.
H 씨가 징계를 받게 된 것은 10월 14일 펼쳐진 제102회 전국체육대회 핸드볼 여고부 결승전 때문이었다. 이날 결승전에선 일신여고와 황지정보산업고가 맞붙었다. 일신여고는 2~3점 차 리드를 잡으며 경기를 운영해 나갔다. 그런데 경기 막판 일신여고 선수 3명이 퇴장을 당했다. 경기 종료 3분 40초 전 24 대 22로 앞서던 일신여고는 황지정보산업고에 25 대 26으로 패하며 준우승에 그쳤다.
경기 막판 선수 3명이 퇴장당한 상황과 관련해 편파판정 논란이 불거졌다. 황지정보산업고 감독이 대한핸드볼협회 부회장으로 재직 중이라는 것이 회자되며 논란은 증폭됐다. 그 과정에서 경기의 전반적 운영을 담당하는 H 씨가 편파판정을 주도했다는 불만이 제기됐다.

작성자는 “경기가 끝난 뒤 심판과 기술임원들에 대한 소청을 신청했지만 이마저도 묵살됐다”면서 “아이들에게 페어플레이 정신과 준법정신을 강조하면서 기성세대는 불공정, 편법, 반칙, 불법으로 교육적 가치를 훼손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청원이 올라온 지 9일 뒤인 11월 5일 대한핸드볼협회는 H 씨 징계를 발표했다. 여기까지는 ‘편파판정 논란’에 따라 대한핸드볼협회가 관련자를 징계한 것으로 보이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H 씨 측이 징계에 반발했다. 징계가 협회 상벌위원회 규정, 스포츠공정위원회 규정을 무시한 채 소명 기회를 주지 않고 일방적으로 이뤄졌다는 게 H 씨 주장이다.
H 씨는 일요신문과 통화에서 “협회 관계자로부터 ‘징계 관련 기사가 나갈 것’이라는 통보만 받았을 뿐, 징계위원회를 비롯한 사건 진상규명 및 소명 절차가 전혀 없었다”고 했다. 취재에 따르면 H 씨는 11월 2일 협회로부터 ‘와 달라’는 이야기를 듣고 한 회의에 참석했다. 대한핸드볼협회 부회장, 전무이사, 심판위원장, 본부장, 경기이사 등이 참석한 회의였다. 이날 회의에선 전국체전 여고부 결승전 당시 판정에 대한 설명이 이뤄졌다.
H 씨는 “이날 회의에서 한 인사가 그날 경기 운영 관계자들에게 ‘국민청원에 올라간 동일한 내용을 임오경 의원에게도 보냈다’고 말했다. ‘거기(의원실)까지 이런 일들이 올라간 것에 대해 유감스럽다’는 뉘앙스로 공개적으로 얘기했다”고 주장했다.
회의가 끝난 뒤 3일 후 핸드볼협회 고위 관계자가 H 씨에게 전화를 걸었다. H 씨에 따르면 이 관계자는 “인터넷 기사를 통해 당신의 징계 조치가 알려질 것”이라면서 “실명으로 거론되더라도 당황하지 마라”고 통보했다. H 씨는 “무슨 이유와 절차로 내게 징계를 내린 건지 물었지만 (협회 관계자가) ‘전화로는 답할 수 없다’는 답만 했다”면서 “그날 전화를 받은 뒤 정말로 나를 징계한다는 뉴스가 나와 있었다”고 했다.

H 씨는 징계 부당성을 입증하는 절차에 나섰다. H 씨 측 법률대리인 김선웅 변호사(법무법인 지암)는 11월 16일 보도자료를 통해 “경기에서 3명의 선수가 동시에 퇴장당한 것이 아니라, 선수 2명은 개인 파울로 인해 심판으로부터 퇴장조치를 받았으며, 그 사이에 일신여고 감독의 경기규정 위반과 경고 누적으로 규정에 따른 선수 퇴장이 발생한 것”이라고 했다. 김 변호사는 “일신여고 선수 3명의 퇴장은 각기 다른 사유로 심판에 의해 퇴장당한 것이고 기술임원 H 씨의 감독에 대한 경고판정은 이미 퇴장당한 선수들과 무관한 판정”이라고 덧붙였다.
핸드볼에선 감독이 경고를 2회 누적할 경우 경기장에서 뛰는 선수가 2분간 퇴장을 당하는 규정이 있는데, 이 규정을 기술임원 경고에 따라 심판이 적용한 것이라는 게 H 씨 측 설명이다. 김선웅 변호사는 “상벌위원회나 스포츠공정위원회를 개최하지도 않은 채 5개월 출전정지의 중징계를 내린 것은 핸드볼협회 결정에 누군가 부당한 개입을 했거나 압력을 넣었다는 의혹을 가질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외압 의혹이 제기된 배경을 살펴보기 위해선 우선 H 씨를 둘러싼 또 다른 사건 하나를 주목해야 한다. 전국체전 핸드볼 여고부 결승전이 펼쳐진 지 일주일 뒤인 10월 21일 벌어진 일이다. 국민의힘 대선 경선이 한창일 때다. 후보로 나선 홍준표 국민의힘 의원은 ‘국가대표 출신 100인 홍준표 지지선언’ 행사를 열었다. 이날 H 씨는 이 지지선언에 참석했다. 홍 의원은 지지선언과 더불어 H 씨로부터 등번호 2번이 적힌 유니폼을 선물 받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홍준표 의원이 이날 행사에서 목에 걸고 있던 금메달은 1992년 바르셀로나올림픽 여자핸드볼에서 우승한 H 씨가 획득했던 그 메달이었다. 이 퍼포먼스가 펼쳐진 지 6일이 지난 10월 27일 H 씨를 둘러싼 편파판정 논란에 대한 국민청원이 올라왔고, 11월 5일엔 대한핸드볼협회가 H 씨에 대한 ‘경기 배정 정지 5개월’ 징계를 발표했다.
체육계와 핸드볼계 일각에선 ‘윗선에서 H 씨에 대한 징계에 개입했다’는 소문이 흘러 나왔다. 익명을 요구한 체육계 관계자는 “한 여당 의원이 야권 대선후보 지지선언을 한 H 씨에 대해 징계 관련 외압을 했다는 이야기가 있다”고 주장했다. 일각에선 일신여고 측 민원이 대한체육회와 청와대 국민청원, 그리고 한 국회의원실에 전달됐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그러면서 자연스레 핸드볼 경기인 출신 임오경 더불어민주당 의원 이름이 거론됐다.
이런 가운데 11월 9일 오후 임오경 의원이 H 씨에게 통화를 시도한 것으로 확인됐다. 임 의원 보좌관 역시 H 씨에게 세 차례 통화를 시도했다. H 씨는 전화를 모두 받지 않았다. H 씨는 “평소 연락을 잘 하지 않는 사이인데 전화가 왔는데 받지 못했다”면서 “임 의원 보좌관에게도 전화가 왔는데 모르는 번호라 받지 않았다”고 했다.
임오경 의원은 11월 26일 일요신문과의 통화에서 “내가 (H 씨에게) 전화를 했는데 받지 않았다”면서 “H 씨 쪽 자료가 홍준표 의원실, 배현진 의원실 이렇게 해서 갔다고 하더라. 그런데 의원들끼리 얘기하면서 내 이름이 거론됐다고 하기에 봤더니 11월 8일에 내가 협회하고 무슨 통화를 했다는 이야기가 돌았다. 협회와 통화를 한 적이 없다. 그래서 H 씨에게 이게 무슨 내용인가 해서 전화를 한 것”이라고 했다.
H 씨 징계에 개입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임 의원은 “관련 민원이 의원실로 들어왔기에 절차를 정확하게 밟은 것이지 징계에 개입한 것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임 의원은 “충북도체육회에서 의원실로 민원이 들어와 그걸 고스란히 핸드볼협회에 내려줬다”면서 “그건 협회에서 다뤄야지 의원실에서 다룰 일이 아니라고 봤다. 자료가 온 것을 고스란히 협회에다 내려준 것”이라고 했다.
임 의원은 “컨트롤타워를 정확하게 가르쳐준 건데 거기에 내 이름을 걸어놓으면 안 된다”면서 “내가 선수 출신이기 때문에 내가 개입해서도 안 되는 것이다. 절차에 의해서 내려 보낸 것이 전부”라고 답했다. 그는 “H 씨가 홍준표 의원실로 무슨 글을 보냈는데 내가 협회하고 통화를 했다고 적혀 있었다. 그랬는데 지금은 이제 또 이게 말이 돌고 돌아서 내가 외압을 했다는 말이 나온다”고 했다. 임 의원은 보좌진을 통해서 일을 처리했으며 대한핸드볼협회 측과 직접 통화했다는 의혹에 대해선 부인했다.
이와 관련해 H 씨는 “홍준표 의원이나 배현진 의원에게 자료를 건넨 적이 없는데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면서 “나는 자료를 준 적도 없는데 추측성으로 그렇게 얘기하는 것”이라고 했다.
대한핸드볼협회 한 관계자는 11월 26일 “10월 말쯤에 임오경 의원이 내게 전화를 했다”면서 “충북도체육회가 제출한 편파판정 논란 관련 자료가 대한체육회에서 대한핸드볼협회로 이첩됐는데, 그 자료가 이첩되기 전 조사를 했다”고 밝혔다.
이어 이 관계자는 “임 의원에게 전달받은 내용은 다른 게 아니고 ‘이번에 (민원이) 국회로 들어왔는데 (논란은) 스포츠 경기에서 나타난 부분이니까 이 부분에 대해서 협회에서 객관적이고 공정하게 한쪽으로 치우침 없이 잘 조사하고 정리해 달라’고 했다”며 “(통화 이후) 대한체육회 쪽에서 온 (민원) 내용도 똑같은 내용이었다”고 전했다.
그는 H 씨에 대한 불법 징계 의혹에 대해선 “H 씨에 대한 경기 배정 금지는 내부적인 처분으로 외부적으로만 징계로 발표한 것”이라며 “경기 배정 금지는 징계 범주에 속해 있지는 않다”고 보탰다.
이동섭 기자 hardout@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