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B네트워크, 상장 전 지분 매각한 KTB증권 ‘짭짤’…높은 공모가 현대엔지니어링, 구주매출 정의선 등 수혜 예상
12월 16일 상장한 KTB네트워크는 공모가(5800원)를 하회하며 출발한 끝에 5350원에 장을 마감했다. 일반 청약 열기는 뜨거웠지만 정작 데뷔 무대 반응은 싸늘했다. 상장 수혜가 기존 주주에 더 크게 돌아가는 구조 때문이다.
이번 상장에 앞서 KTB네트워크 지분 100%를 가졌던 KTB증권은 지난 6월 보유지분 35%를 미리 매각했다. 프리 IPO 펀드에 11.4%, 삼성증권 신탁에 6.8%, 기타투자자에 16.8%씩이다. 임직원 36명에 200만 주(발행주식의 2%)에 해당하는 주식매입선택권(스톡옵션)도 부여했다. 공교롭게도 매각가와 행사가가 1주당 5500원으로 공모가 5800원을 밑돈다.
기관투자자 보유 물량은 6개월간 보호예수되지만 주가가 5500원 이상이면 차익실현이 이뤄질 수 있는 조건이 된다. 이번 공모에서는 우리사주 배정도 이뤄지지 않았다. 임직원들조차 상장에 관심이 없었던 셈이다. 결국 상장 전 보유지분을 대규모로 유동화한 KTB증권만 수혜를 본 셈이다.
2022년 2월 상장 예정인 현대엔지니어링도 구주매출에 나선 기존 주주들만 수혜를 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번 상장 공모 총매출 1600만 주 가운데 1200만 주가 구주매출이다. 신주발행은 400만 주로 많아야 3000억 원 남짓이다. 현금성자산만 2조 원에 육박하는 현대엔지니어링 재무구조를 감안할 때 상장의 주목적이 회사의 자금 조달이라고 보기 어렵다.
그동안 현대엔지니어링 상장은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과 연결된다는 점에서 시장의 관심이 컸다. 이번 상장에서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보유 지분의 60%가량을 매각한다. 공모가 희망밴드 하단이면 3000억 원, 상단이면 4000억 원이다. 정몽구 명예회장 매각 대금도 최대 1000억 원에 달할 전망이다. 공모가가 높을수록 정 회장이 손에 쥐는 현금이 많아진다.
현대엔지니어링의 공모가 희망범위에는 비교 기업의 시가총액을 EBITDA(상각전영업이익)로 나눠서 구한 EV(경제적가치) 배수 평균치가 적용됐다. 그런데 비교 대상 기업이 무려 12개사다. 최근 국내 증시에 상장한 종목 가운데 가장 많은 비교기업이다. EV 배수 평균은 국내기업 3곳이 5.1배, 외국기업 9곳이 13.82배다. 외국기업의 높은 수치 덕분에 현대엔지니어링에 적용할 평균배수도 크게 높아져 11.64배가 됐다. 국내 건설주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밸류에이션이다.
희망 공모가 하단이면 4조 6293억 원, 상단이면 6조 525억 원이다. 상단 기준이면 현대건설(5조 6000억 원)을 제치고 건설 대장주가 된다. 하단이어도 상대적으로 덩치가 더 큰 GS건설(3조 5000억 원)이나 대우건설(2조 6000억 원)을 크게 웃돌게 된다.
최열희 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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