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너일가는 지배력 높였지만 주주 불만 나올 수도…키다리스튜디오 “양사 합병으로 시너지 기대”
키다리스튜디오는 지난 4일 키다리이엔티와 합병을 종료하는 ‘합병등종료보고서’를 통해 두 회사 간 합병절차가 마무리됐다는 사실을 공시했다. 이번 합병을 통해 김익래 다우키움그룹 회장 등 오너 일가는 다우기술을 통해 향후 가파른 성장이 기대되는 키다리스튜디오의 지분율을 2%포인트가량 확대했다. 다우기술이 키다리이엔티의 100% 지분을 가진 최대주주였기 때문이다.
키다리스튜디오가 키다리이엔티를 흡수합병하고 키다리이엔티 최대주주 다우기술에 넘긴 키다리스튜디오 신주는 137만 474주다. 신주를 포함한 전체 지분의 3.95% 지분율이다. 지난 9일 종가 1만 4900원을 기준으로 계산하면 약 200억의 가치다.
오너 일가는 다우기술을 통해 키다리스튜디오의 영향력을 확대한 것으로 보인다. 합병 전 키다리스튜디오의 주주를 보면 다우기술의 최대주주 다우데이타가 38.75%로 최대주주고, 다른 특수관계자 지분을 합하면 43.96%까지 지분율이 오른다. 합병 이후 다우기술의 키다리스튜디오 지분율은 3.95%로 전체 특수관계자 지분을 합산하면 46.17%다. 2.21%포인트 높아진다.
다우기술은 다우키움그룹 지배구조 최상단에 위치하고 있지는 않지만 오너 일가가 다우기술을 통해 대부분 계열사에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 지배구조를 단순화하면 '오너 일가→이머니→다우데이타→다우기술→그 외 계열사'다. 다우기술이 키다리스튜디오의 지분율을 높이면서 자연스럽게 오너 일가가 키다리스튜디오의 지배력을 높인 모습이다.
일각에서는 오너 일가가 적자 상태의 키다리이엔티 지분을 넘기고 매출이 급증하는 키다리스튜디오 지분을 확보한 것이 수상쩍다는 의견이 나온다. 골치 아픈 계열사를 알짜 계열사에 넘기고 그 알짜 계열사 지분을 확보했다는 것이다. 키다리이엔티는 2016년 1월 1일 다우기술의 콘텐츠 사업부문이 물적분할하면서 설립된 회사다.
키다리이엔티의 경영과 재무상태는 다우기술에서 독립한 이후 불안정했다. 물적분할 첫해인 2016년 영업이익 15억 6987만 원을 기록했지만 2017년 마이너스(-)34억 285만 원, 2018년 20억 3687만 원, 2019년 마이너스(-)11억 5535만 원, 2020년 마이너스(-)11억 1136만 원으로 주로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당기순손실이 누적되면서 재무구조는 악화하는 양상이었다. 2016년 말 기준 304억 원이었던 자본총계는 2020년 249억 2153만 원으로 감소했다. 반면 부채는 2016년 말 142억 5047만 원에서 2020년 245억 7150만 원으로 확대됐다.
2017년 영업손실(4억 9528만 원)을 기록한 키다리스튜디오는 2018년 2억 6694만 원의 영업이익으로 전환했다. 이후 2019년 10억 783만 원, 2020년 53억 8299만 원을 기록하며 3개년 연속 영업이익이 늘어났다. 지난 3분기 누적 기준으로도 44억 5285만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13% 증가하며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 때문에 키다리스튜디오 주주 입장에서는 키다리이엔티와 합병이 부담스러울 수 있다. 김우찬 고려대 경영대 교수는 “키다리스튜디오 주주 입장에서는 이번 합병에 대해 아쉬운 목소리가 나올 수 있다”며 “다만 오너 일가에 이익이 돌아갔는지 여부는 확인해 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키다리스튜디오 관계자는 “키다리스튜디오와 키다리이엔티 양사 간 합병 시너지가 충분할 것으로 보고 있다”며 “오너 일가와 관련된 합병도 아니며 합병 과정에 문제는 없다”고 강조했다.
다우키움그룹의 오너 일가는 계열사 간 지분 거래를 통해 그룹 내 지배력을 높인 전례가 있다. 김익래 회장의 장남 김동준 키움인베스트먼트 대표가 이머니를 통해 다우데이타 지분을 늘려 그룹 내 영향력을 확대했다. 김동준 대표는 지배구조 최상단에 있는 것으로 평가받는 이머니의 최대주주다. 김동준 대표의 지분율은 지난해 5월말 기준 33.13%다.
이머니는 꾸준히 다우데이타 지분을 매입하면서 현재와 같은 지분구조를 만들었다. 그 과정에서 이머니는 키움이앤에스 지분을 순자본 가치보다 저렴하게 매입해 비싼 가격에 다른 계열사에 넘겨 다우데이타 지분 확보 자금을 마련하기도 했다.
이머니가 키움이앤에스 지분을 매입한 시점은 2015년이다. 당시 이머니는 키움이앤에스 지분 84만 7038주(16.02%)를 60억 6140억 원에 매입했다. 키움이앤에스의 자본총계는 461억 6011만 원으로 이에 대한 16.02% 가치는 73억 9485만 원이다. 자본총액보다 21%가량 낮은 가격에 매입한 것이다. 이머니는 해당 지분을 2020년 4월 14일 다우기술에 96억 5100만 원에 매각했다. 이머니는 이 거래로 59.2%의 차익을 남긴 것으로 보인다.
한 회계사는 “비상장사 주식을 거래할 때는 가격이 명확히 없기 때문에 고가 저가 논란이 무의미할 수 있다”면서도 “다만 이머니의 키움이앤에스 지분 매입 과정과 같이 회사의 자본 가치보다 저렴한 가격에 지분을 매입하는 경우는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다우키움 관계자는 “이머니의 키움이앤에스 거래는 임의로 키움이앤에스 지분 가격을 책정한 것이 아니라 회계법인의 공정가치 평가 방식에 따라 책정된 가격으로 적법하게 이뤄졌다”고 말했다.
또 이머니가 키움이앤에스 지분에 대해 매각 차익을 남길 수 있었던 배경에는 그룹 계열사 차원에서 일감몰아주기 영향이 컸다. 이머니가 2015년 키움이앤에스 지분을 매입한 이듬해 키움이앤에스의 매출은 급증하기 시작했다. 2015년 89억 원, 2016년 103억 원, 2017년 248억 원이다. 다만 2018년부터 감소해 2018년 154억 원, 2019년 107억 원을 나타냈다. 매출의 상당 부분은 내부거래였다. 계열사가 키움이앤에스에 몰아준 일감을 보면 2015년 69억 원(내부거래율 77%), 2016년 73억 원(70%), 2017년 77억 원(31%), 2018년 92억 원(59%), 2019년 91억 원(85%)으로 적잖은 내부거래 규모를 보였다.
이 돈은 이머니가 다우데이타의 지분을 늘리는 자금으로 활용된 것으로 보인다. 이머니가 카움이앤에스 지분을 매각한 6일 뒤인 2020년 4월 20일 김익래 키움그룹 회장으로부터 다우데이타 주식 130만 주를 99억 4500만 원에 매입했다.
다우키움그룹의 움직임은 규모가 커지면서 더욱 관심을 받고 있다. 다우키움그룹은 2020년부터 공정거래위원회가 지정하는 대규모기업집단에 편입됐다. 당시 재계순위는 58위다. 지난해는 자산규모 6조 5930억 원으로 재계순위 56위에 올랐다.
1986년 김익래 회장은 큐닉스컴퓨터 사원들을 중심으로 ‘다우기술’을 창립한 이후 1992년 다우데이타, 1997년 다우엑실리콘, 1999년 다우인터넷 등을 설립했다. 2000년에는 키움닷컴증권 설립을 통해 금융업에 진출하면서 사세가 더욱 확대됐다.
박호민 기자 donkyi@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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