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전환 성공 후 ODM 파트너 입지 구축…건강관리 플랫폼 확장 2024년 매출액 2000억 원 목표
#한 번의 사기 피해, 이어진 사업 철수
샐러드 시장은 매년 가파른 성장 곡선을 그리고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국내 샐러드 시장의 가늠자 역할을 하는 신선·편의 과일·채소 시장 규모는 2010년 이후 연평균 20% 성장률을 기록했다. 2020년 1조 1369억 원 규모로 커졌다. 다만 시장 규모만큼 이커머스 산업 성숙도가 높진 않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온라인 쇼핑 거래액은 192조 8946억 원으로 집계됐다. 이 중 농식품 거래액은 32조 7989억 원으로 17%에 불과하다. 유통 패러다임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전환되는 시기이지만, 신선식품은 온라인 침투율이 상당히 낮은 카테고리인 셈이다. 이는 곧 성장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단 뜻이기도 하다.
이 같은 신선식품 시장의 특징을 초기에 간파해 뛰어든 스윗밸런스는 온·오프라인 샐러드 시장을 개척했다. 2016년 첫 사업 아이템은 샐러드 자판기 브랜드 론칭이었다. 피트니스센터에 납품하면서 시작은 순조로웠고 매출도 상승 곡선을 보였지만 샐러드 유통기한이 짧아 재고 처리 비용이 증가하면서 1년 만에 자판기 사업에서 철수했다. 대신 2017년부터 오프라인 매장 출점을 시작했고, 샐러드 제조 공장 ‘스윗밸런스랩’을 설립했다. 오프라인 사업을 기반으로 2018년부터는 프랜차이즈 사업에 뛰어들었다.
시련은 예상치 못한 곳에서 시작됐다. 자동화기기 제조업체로부터 사기를 당하면서 벼랑 끝에 몰렸다. 당시 스윗밸런스는 프랜차이즈 사업 확대를 위해 첫 투자를 받았고, 샐러드 제조 공장에 무인화 시스템을 도입하고자 3억 원을 투입했다. 문제는 해당 업체가 7개월가량 어떤 업무도 진행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심지어 계약금 및 중도금을 이행보증보험 추심 관련 비용으로 지출했다. 해당 사건으로 인해 내부 갈등이 극심해졌고, 상당한 시간을 허송세월로 보내버렸다. 체력이 약한 스타트업 입장에선 당장 폐업해도 이상하지 않을 상황이었다.
장지만 스윗밸런스 공동대표는 “첫 사회생활을 창업으로 시작하면서, 파트너사에 대한 큰 이해 없이 생각보다 너무 순진하게 계약을 했다”며 “투자금은 물거품이 됐고, 프랜차이즈 사업부는 1년이나 시간을 허비했다. 결국 내부에서 갈등이 발생하면서 신뢰 문제로 이어지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후 팀이든 사람이든 협업을 진행할 때 무엇보다 당사자들의 도덕적 해이가 없는지, 업무 퍼포먼스는 어떠한지 등에 대해 상세하게 레퍼런스를 체크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위기 뒤 기회를 잡아낸 ‘스윗밸런스’
회사가 위기를 겪는 가운데서도 스윗밸런스는 이운성 공동대표를 중심으로 2018년 신설한 온라인 사업부를 통해 재기의 발판을 마련했다. 그해 12월 이 대표의 노력 끝에 아이민그린과의 협업 제품이 마켓컬리에 입점하게 됐다. 이커머스 플랫폼이자 대형 유통 채널을 처음으로 확보한 셈이다. 이후 2019년 프랜차이즈 사업을 철수하면서 오프라인 리테일에서 손을 떼기 시작했다. 대신 자사몰을 론칭하면서 온라인 신선 유통 시장에 입지를 다졌다. 현재 자사몰 회원 수는 12만 명에 달하고, 오프라인 매장은 가맹점 5개, 직영점 17개만 운영 중이다. 향후 유의미한 점포를 제외하곤 순차적으로 줄여나갈 계획이다.
장지만 공동대표는 “사기 계약 이후 이운성 대표가 고군분투한 덕분에 온라인 유통망을 확보할 수 있었고, 회사를 정상 궤도로 다시 올려놓는 데 성공했다”며 “프랜차이즈 사업은 생각한 것과 너무 달랐다. 점포 100개 중 절반이 폐업 위기에 몰릴 정도로 잘 안 됐다. 특히 배달 플랫폼 수수료가 전체 매출의 10~15%를 차지할 정도로 과도했다. 배달 플랫폼 영향력이 계속 확대될 거고, 수수료 부담도 더 확대될 거라고 판단해서 철수했다. 당시 폐업한 가맹점주분들이 지금도 마음의 짐으로 남아있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점포는 실적보단 브랜드 전달 채널로서 역할을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위기 뒤 기회가 찾아왔다. 2020년 초 쿠팡의 자체 브랜드(PB) 전문 자회사 씨피엘비(CPLB)로부터 샐러드 상품 제조 제안을 받은 것. 같은 해 8월부터 쿠팡 PB 곰곰샐러드를 제조하기 시작하면서 시장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이 상황에서 스윗밸런스는 사활을 건 승부수를 던졌다. 신규 투자를 유치해 경기도 성남시에 샐러드 전문 제조 공장을 임차했다. 공장 규모는 1700평이었다. 기존 서울 가산디지털단지 소형공장(170평)보다 10배를 확대한 셈이다. 과감한 베팅은 성공했다. 현재 곰곰샐러드는 누적 후기 4만 5000개, 판매액 60억 원을 달성하며 히트했다. 지난해 매출액은 250억 원을 돌파했고, 누적 투자금은 113억 원에 이른다. 40여 명이었던 직원도 현재는 200명까지 늘어났다.
장지만 공동대표는 “국내에 중·대형 샐러드 제조사가 전무하다. 쿠팡도 찾아 헤매다가 당사를 발견하고 협업을 제안해왔다. 스타트업이 자사 제품으로만 취급품목수(SKU)를 확장하는 건 불가능하다. 물량 소화가 담보되지 않기 때문이다. 쿠팡과의 협업 덕분에 빠르게 샐러드 SKU를 늘릴 수 있었다. 대형 공장 운영도 처음이라 걱정했지만, 20~30년 경력자들이 운영해준 덕분에 자리를 잡은 상태”라고 말했다.
샐러드 제조자개발생산(ODM)을 통해 외연을 확장하고 있다. 쿠팡에서의 성공 이후 유통·식품 대기업들이 너도나도 협업을 제안해왔다. 현재 GS25, CJ프레시웨이, 삼성웰스토리, 투썸플레이스, 이마트 등에 샐러드를 납품하고 있다. 쿠팡과 마켓컬리, 배달의민족 B마트, 오아시스마켓, 딜로마켓, SSG닷컴, 헬로네이처 등 온라인 유통망에도 스윗밸런스 샐러드가 대거 입점했다. 스윗밸런스는 샐러드 완제품과 샐러드 ODM 시장에서 압도적인 1위로 올라섰다. 실제 매일 120가지 종류가 넘는 샐러드 제품을 생산하고 있고, 월 출고량이 100만 건을 넘어섰다.
특히 샐러드 소비자직접판매(D2C)를 넘어 건강 관리 플랫폼으로의 전환을 꾀한다. 오는 5월 구독 기반의 식단 관리 서비스인 ‘밸런스위크’ 앱을 론칭할 예정이다. 앱은 다양한 라이프스타일에 맞춰 식단 구독 상품을 제공하고, 꾸준하게 식단을 관리할 수 있도록 여러 가지 동기 부여 방안들을 제안해준다. ‘식단 관리’라는 키워드에 있어 상징적인 브랜드로 성장시킨다는 계획이다.
#대학생에서 곧바로 CEO로
이운성·장지만 공동대표는 모교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창업 결심도 1996년 창립된 서울대 학생 벤처 네트워크(SNUSV.NET)에서 만나서 이뤄졌다. 당시 동아리 선배들이 이승재 오늘의집 대표, 헤이딜러의 박진우 대표와 김지환 최고기술책임자(CTO), 한녹엽 인테이크 대표 등이다. 서울대 엑셀러레이터 프로그램도 참여해 시드머니 확보뿐만 아니라, 최인규 스프링캠프 대표를 만나서 첫 투자를 유치했다.
장지만 대표는 “뛰어난 창업팀들을 가까이서 볼 수 있었고, 선배들과 함께 술자리를 자주 가지면서 고민을 공유하고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싸울 때도 많았다”며 “특히 시장의 페인 포인트(불편함을 느끼는 지점)를 역량 있는 구성원들과 함께 해결하는 그 과정에서 얻는 즐거움과 엑시트(투자금 회수) 시 확보할 수 있는 높은 경제적 보상에 대해 매력을 느껴 창업을 시작하게 됐다”며 “최인규 대표님은 서울대 스타트업 신에서 전설적인 분이다. 그런 분이 당사에 대해 높은 신뢰도를 보이며 투자해주고 있어서 정말 축복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장지만 대표는 대학생에서 시작해 7년 동안 회사를 운영하면서 많은 것이 바뀌었다고 소회를 밝혔다. 장 대표는 “대학생 때는 실력도 갖추지 못했음에도 겸손하지 못한 마인드로 창업했다. 3년 안에 엑시트해서 부자가 될 거라고 생각했다. 결국 회사 경영에 대한 이해도가 많이 부족한 대표 때문에 구성원분들이 많이 고생했다”며 “시간이 흐르면서 돈을 좇는 게 답이 아니라고 깨달았다. 지난해 초까지 월급 150만 원을 받았다. 이제는 7년 차 창업자로서 일하는 방식에 있어서 최고의 회사가 되고 싶다는 욕심이 크다. 누구나 식단 관리라는 주제에 대해 쉽게 생각할 수 있는 세상을 만들어 나가고 싶다”고 말했다.
정부의 지원은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스윗밸런스 입장에서도 필요하다. 장지만 대표는 “현재 농식품 펀드 규모가 너무 작다. 밀키트업계 1위 프레시지만 보더라도 사모펀드(PE) 투자 덕분에 성장했다”며 “식품 스타트업이 지속적으로 팔로 투자를 받기 좋은 환경을 정부에서 지원해주면 좋겠다. 특히 식품은 일자리 영역에서도 제조 분야가 확실히 임팩트가 있기 때문에 유의미한 펀드 재원의 활용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허일권 기자 onebook@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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