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가스·화상·범죄 우려에도 ‘코시국 트렌드’ 부상…어른의 모험심 자극, 일본 지자체 관광 상품화
화산활동이 활발한 일본은 천연온천욕을 즐길 수 있는 곳이 셀 수 없이 많다. 이 가운데 특히 사람의 손길이 거의 닿지 않고, 상업시설이 없는 온천을 ‘야토(野湯)’ 혹은 ‘노유’라고 부른다. 정식 온천으로 인정받지 못한 터라, 그 수는 정확히 알려진 바가 없다. 다만 새로운 용출처도 생겨나고 있어 야토는 증가하는 경향을 보인다. 예를 들어 미야기 현에 있는 일명 ‘흑옥탕’은 2010년대 중반 발견됐는데, 동일본대지진 때 지각변동으로 인해 새롭게 솟아난 것으로 전해진다.
‘환상적인 비밀온천’의 저자 세토 게이스케 씨에 의하면 “야토는 산중이나 동굴 속, 혹은 해안가의 웅덩이 등 종류가 다양하며, 계곡이나 폭포 자체가 온천인 경우도 있다”고 한다. 일례로 군마 현에 있는 야토는 폭포 뒤 반동굴에서 온천수가 솟아난다. 세토 씨는 “눈앞에 엄청난 기세로 폭포수가 계속 떨어지는데, 그야말로 압권인 온천욕이었다”고 회고했다.
반면 야토에는 여러 가지 위험도 도사리고 있다. 먼저 생명과 직결되는 것이 황화수소 가스다. 유황온천의 성분으로 피부를 맑고 부드럽게 해주는 효과가 있지만, 기준치를 과도하게 초과할 경우 사망에 이르기도 한다. 따라서 혹시 모를 위험을 막기 위해 방독면을 쓰고 야토를 즐기는 마니아도 있다. 세토 씨 또한 “야토의 독가스 위험을 경험했다”고 전했다. 탕에 몸을 담그고 기분 좋은 나른함을 느끼는 순간, 의식을 잃을 뻔했다는 것. “다행히 함께 간 동료가 도와준 덕분에 무사할 수 있었다”고 그는 덧붙였다.
화상도 조심해야 할 위험 요소다. 지난 1월 홋카이도 현에 있는 야토가 폐쇄된 사실이 알려져 큰 주목을 모았다. 한 남성이 야토에 빠져 화상으로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세토 씨에 의하면 “야토는 탕 자체가 고온이거나 지열로 인해 뜨거운 진흙이 튀는 일이 빈번하다”고 한다. 무심코 뜨거운 진흙을 밟아 전치 6개월 이상의 화상을 입는 사례도 적지 않다.
대자연 속에서 즐기는 만큼, 야토에는 소박한 정취가 넘친다는 특징이 있다. 대신, 환경이 정비돼 있지 않아 신중한 행동이 요구된다. 10년여 전에는 이런 사건도 일어났다. 2010년 9월 4일, 오이타 현 벳푸 시에 있는 나베야마노유 산길에서 여성의 사체가 발견됐다. 간호사였던 이 여성은 온천과 드라이브가 취미로, 연차 휴가를 이용해 혼자 여행을 떠났다가 범죄에 휘말린 것으로 보인다.
당시 수사관계자에 의하면 “해당 온천이 있는 곳은 낮에도 인적이 드물고 밤이면 거의 아무도 없는 산중”이라고 한다. 관계자는 “현지인들은 사정을 잘 아니까 여자 혼자 찾아가는 일은 거의 없으나, 여행 중이었던 피해자는 사정을 모른 채 ‘절경’이라고 하니 들르려 했던 것 같다”고 추측했다.
이처럼 여러 위험이 도사리는 야토이지만, 마니아들은 “한번 맛보면 끊을 수 없다”고 입을 모은다. “경험한 사람만 아는 기쁨이 확실히 존재한다”는 설명이다. 무엇보다 대자연의 품 안에서 즐기는 목욕이라 몸도 마음도 릴랙스돼 해방감을 맛보게 된다.
아토미학원여자대학의 야마자키 마유미 강사(관광온천학과)는 “원시림 속의 야토에서 온천욕을 하던 중 특별천연기념물인 일본 산양과 눈이 마주친 적이 있다”고 밝혔다. 그는 “작은 일 때문에 괴로워하는 자신이 그 순간 바보처럼 느껴졌고, 마음에 여유로움이 생겼다”면서 “인생관이 바뀔 정도로 멋진 체험이었다”고 털어놨다.
세토 씨는 “야토의 매력이 어른의 모험심을 자극하는 데 있다”고 전했다. 필사적으로 정보를 모아 존재를 확인하고, 덤불을 헤치며, 벼랑을 올라가 찾아낸다. 이렇게 간신히 발견한 야토는 마치 유년 시절 ‘나만의 비밀기지’ 같은 존재로 “나만의 온천에 몸을 담그는 것은 극상의 목욕이자 최고의 기쁨”이라는 평가다.
다만 위험 요소가 많은 만큼, 항상 안전을 생각하면서 행동해야 한다. 현재 위치를 계속 GPS로 파악하는 것은 기본. 갑작스러운 날씨 변화에 환경이 급변하면 진퇴양난에 빠질 수도 있으므로, 최소 2명 이상 함께하는 편이 좋다. 또한 “목적지에 가는 것을 숙소나 관광안내소 등에 전달해두어 무언가 트러블에 휘말렸을 경우 제3자가 눈치 챌 수 있도록 하는 것도 중요하다.
이 밖에도 세토 씨는 “일반 트레킹 장비와 함께 접이식 삽, 워터슈즈, 두꺼운 고무장갑, 수영복, 비상식량, 음료수 등이 필수”라고 조언했다. 사람이 관리하지 않는 물이라 너무 뜨거울 수도 있고, 반대로 미지근할 수도 있다. 삽으로 바닥을 파서 원천을 조정하거나 강물을 끌어와 적당한 온도로 만들기도 한다. 암벽에서는 삽을 사용할 수 없기 때문에, 두꺼운 장갑이 도움이 된다. 아울러 세토 씨는 “온도를 확인하지 않은 채 절대 먼저 물속으로 들어가선 안 된다”고 거듭 당부했다.
매력이 넘치는 야토 온천욕에 도전해보고 싶지만, 초보자에게는 진입 장벽이 높기만 하다. 최근에는 이런 사람들을 위해 투어를 기획하는 민간업자도 생겨났다. 이른바 ‘익스트림 온천가이드 투어’로, 일부 지자체들은 이 투어를 지원해 관광객 유치의 마중물로 삼으려 하고 있다. 예를 들어 니가타 현 이토이가와 시는 6월 초순부터 ‘동굴온천’ 카지야마모토유의 체험 투어를 실시할 예정이다.
야토 온천욕은 과연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관광 기폭제’가 될 수 있을까. 이와 관련, 슈쿠토쿠대학 관광경영학과의 치바 치에코 교수는 “안전 등의 관점에서 볼 때 관리되지 않는 야토는 권장할 수 없다”면서도 이렇게 덧붙였다.
“코로나19 확산으로 3밀, 즉 밀접·밀폐·밀집을 피할 수 있는 캠프가 붐을 이루면서 사람들의 여행 스타일도 크게 달라졌다. 알려지지 않은 장소를 개척하겠다는 ‘어드벤처’ 요소가 있는 아웃도어 여행은 일회성 붐이 아니라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도 트렌드가 될 것으로 보인다.”
강윤화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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