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안의 푸른 해안선을 끼고 산과 들을 지나는 변산 마실길. 마실가듯 길을 나선 이선희와 이금희, 문소리의 발걸음이 가볍다. 대숲에 이는 바람 소리와 은은하게 들려오는 파도 소리에 귀를 기울이다 나란히 길을 잃어도 좋을 때쯤 가파른 절벽에서 오래된 사당을 만난다.
서쪽 바다를 지키는 수호신 '개양할미'를 모신 작은 해신당이다. 봄볕이 따사로운 아침, 세 사람이 잠시 쉬어갈 비밀스런 안식처를 찾았다.
하루에 단 두 번 바다가 잠시 길을 내어주는 시간이 있다. 길이 열리면 7000만 년 전 백악기 시대로의 여행을 떠날 수 있다. 채석강은 먼 옛날 호수의 바닥이었지만 오랜 세월 쌓이고 깎여 높은 해식 절벽을 이뤘다.
그 시간이 층층이 기록된 풍경을 바라보며 변화의 힘에 대해 생각하는 세 사람. 바위처럼 느리지만 단단한 변화를 꿈꾸며 오늘의 즐거운 기다림을 오래 기억하기로 한다.
커다란 나무 아래 노란 버스 한 대가 정차해있다. 시계도 없이 친구를 기다리는 한 사람. 가수 박재정이다. 반가운 인사가 오가고 노래로 이야기하는 그가 진심을 담은 자작곡으로 이 여행에 함께하고 싶었던 마음을 고백한다.
그의 목소리에 가만히 마음을 포개는 이선희와 이금희, 그리고 문소리. 많은 말을 하지 않아도 다 알 것 같은 서로의 시간에 성큼 가까워진 네 사람이 도란도란 여행길에 오른다.
물이 흐르고 자연이 숨 쉬는 람사르 습지 줄포만. 오랜만의 나들이에 한껏 신난 막내 재정을 위해 누나들이 잔잔한 물길에 배를 띄운다. 갈대 사이로 선선한 바람을 가로지르는 길 배가 지나간 자리에 소소한 이야기와 웃음이 쌓인다.
한적한 산책길을 따라 전망대로 향하자 황금빛 갈대밭이 펼쳐진다. 한참을 멈춰 풍경을 바라보던 재정이 선희의 노래를 빌려 오늘을 추억한다. 꽤 오래 걸어온 길을 돌아보니 다시 걸어갈 길이 보인다.
부안의 노을은 유난히 아름답다. 붉은 노을이 온 바다를 물들이는 변산해수욕장은 이곳을 찾은 여행자에게 오래도록 잊히지 않을 풍경이 된다. 하루가 저물고 노을을 기다리는 시간. 바닷가에 선 이선희와 이금희, 문소리는 여행의 시작을 떠올리며 처음처럼 예고 없이 찾아올 다음 만남을 기약한다.
이민재 기자 ilyoon@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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