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나무 지난해 3조 웃도는 영업이익 등 거래소 임원 주주 돈방석…서비스 질·이해상충·보안 등 문제 산적
지난해 두나무는 매출 3조 7046억 원, 영업이익 3조 2714억 원의 실적을 거뒀다. 전년 대비 매출은 20배, 영업이익은 37배 늘었다. 두나무는 국내 최대 가상자산거래소 업비트를 운영하는 회사다. 2위인 빗썸을 운영하는 빗썸코리아도 지난해 매출 1조 99억 원, 영업이익 7821억 원의 실적을 냈다. 전년 대비 5배 이상 늘어난 수치다. 비트코인 투자보다 가상자산거래소가 더 많은 돈을 번 셈이다.
가상자산거래소 직원들도 돈방석에 앉았다. 두나무 직원의 지난해 평균급여는 3억 5600만 원으로 국내 모든 기업을 통틀어 가장 높았다. 복리후생비 1억 600만 원까지 합하면 지난해 두나무 직원들의 경제적 이익은 4억 6200만 원에 달한다. 빗썸코리아도 직원 평균 급여는 1억 3600만 원이지만, 1인당 무려 1억 8800만 원의 복지혜택을 누려 경제적 이익으로 치면 3억 2400만 원에 달한다.
두나무 임원과 주주들은 더 큰 돈을 벌었다. 최대주주 송치형 의장은 보수로만 99억 원(급여 24억 원, 상여 74억 원)을 받았고 2대 주주 김형년 부회장은 72억 원의 보수(급여 18억 원, 상여 56억 원)을 수령했다. 최고경영자(CEO)인 이석우 대표의 보수도 28억 원(급여 6억 7300만 원, 상여 21억 원)에 달한다. 김광수 최고기술책임자(CTO), 임지훈 최고전략책임자(CSO), 정민석 최고운영책임자(COO)도 각각 179억 원, 138억 원, 44억 원의 보수를 받았다. 미등기임원 9명은 평균 53억 원의 급여를 수령했다.
두나무는 주당 5786원씩 총 2000억 원의 현금배당도 했다. 지분 25%를 가진 송 의장은 500억 원, 13%를 가진 김 부회장은 260억 원의 배당금을 받게 됐다. 12만 주를 가진 이 대표의 배당소득도 6억 8000만 원이 넘는다. 빗썸은 허백영 대표가 7억 4200만 원의 보수를 받았고 배당은 하지 않았다.
가상자산거래소 수익의 원천은 거래수수료다. 업비트가 0.05%, 빗썸은 0.25%다. 한국거래소의 주식매매 수수료율은 0.0027%다. 다만 주식은 증권사를 통해 거래한다. 한국거래소 수수료 외에 증권사중개수수료(미래에셋, 한국증권, 삼성증권, 키움증권 등 0.004~0.015%)가 별도로 존재하고 유관기관 수수료와 거래세도 붙는다. 이를 모두 합해도 가상자산 거래수수료율에는 미치지 못한다.
문제는 수수료 대가인 서비스의 질이다. 당장 최근 3년간 거래장애·사고 건수는 업비트 32건, 빗썸 17건, 코인원 39건, 코빗 10건이다. 4대 증권사는 미래에셋 5건, 한국증권 6건, 삼성증권 12건, 키움증권 12건 등이다. 한국거래소는 공시 등을 통해 상장종목을 관리한다. 증권사들은 분석보고서 등을 제공해 투자판단을 돕는다. 가상자산거래소는 제대로 된 공시시스템도, 투자조언 서비스도 없다.
지난해 영업비용은 두나무가 4330억 원, 빗썸코리아가 2278억 원이다. 두 회사의 영업이익률은 각각 88.31%, 77.45%에 달한다. 지난해 미국 코인베이스는 매출 78억 달러(약 9조 4552억 원)에 영업이익 31억 달러(3조 7100억 원)를 기록했다. 전년 대비 각각 6.1배, 7.5배 급증한 수치다. 두나무보다 두 배 이상 매출이 많지만 영업이익은 비슷하다. 영업이익률은 약 40%로 두나무의 절반도 안 된다.
코인베이스는 지난해 매출액의 16%가 넘는 13억 달러를 기술개발 비용으로 지출했다. 두나무의 지난해 연구개발비는 147억 원이다. 빗썸코리아는 별도의 연구개발 조직을 갖고 있지 않고 있다. 두나무는 지난해 부동산사모펀드에 2500억 원을, BTS 소속사인 하이브에 7000억 원을 투자했다. 우리금융지주 지분을 900억 원 넘게 사기도 했다. 빗썸코리아도 초록뱀미디어 등의 지분을 샀다. 이용자 서비스보다는 수익을 낼 수 있는 사업 확장에 큰돈을 쓴 셈이다.
이른바 ‘떼돈’을 번 가상자산거래소들에 대한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하루 평균 수조 원, 연간 수천조 원의 거래가 이뤄지는 기업들인데 이렇다 할 규제가 없기 때문이다. 시스템에 오류를 비롯해 보안사고, 도덕적 해이에 의한 내부통제 부실 등의 가능성이 우려된다.
최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신용사기(Scams)와 시장조작 위험으로부터 투자자를 보호하고 고객자산을 안전하게 관리하는 데 문제가 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가상자산사업자를 SEC가 나서 규제해야 한다는 움직임이다. 미국에서 선례가 마련되면 국내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기존 증권·상품시장은 거래소와 중개자가 분리돼 있다. 투자자 주문을 중개자가 받아 넘기면 증권거래소는 이를 수행만 한다. 반면 가상자산은 거래소가 투자자로부터 주문도 받고 수행까지 한다. 투자자의 주문 정보를 거래소가 모두 알 수 있다. 업비트를 운영하는 두나무는 지난해 말 기준 5227억 원어치의 가상자산을 보유 중이다. 빗썸코리아도 2000억 원어치를 보유하고 있다. 가상자산 가치변화가 재무제표에 그대로 반영된다. 이해상충 가능성이 존재한다. 거래소의 시세조종 의혹은 이미 제기됐었다.
보안 문제도 제기된다. 기존 유가증권은 거래자나 중개자 외에 제3자가 수탁자로 고객자산을 보관한다. 가상자산사업자는 거래소와 중개자뿐 아니라 수탁자 역할까지 수행한다. 거래와 관련된 모든 기능이 가상자산거래소에 집중된 구조다. 미국 코인베이스가 연구개발에 거액을 투자하는 이유다.
거액의 고객자산 거래가 이뤄지는 만큼 재무적 안정성 기준도 필요할 수 있다. 유사시 고객들이 제대로 자산을 인출하지 못하는 유동성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존재한다. 증권사의 경우 주식 등 위험자산에 투자하는 만큼 자본을 더 확보해야 한다. 가격변동으로 자본이 줄어들 가능성에 대비해서다.
증권사들은 고객이 맡긴 돈을 금융자산으로 처리하며 회사의 현금성자산으로 분류하지 않는다. 가상자산거래소들은 고객이 맡긴 돈도 회사 보유 현금성 자산으로 회계처리 한다. 두나무의 지난해 말 현금성자산은 약 7조 원이다. 이 가운데 5조 8000억 원은 인출이 제한된 고객 돈이다. 빗썸코리아도 현금성자산이 1조 7540억 원인데 이 가운데 1조 4600억 원이 회원예치금이다.
가상자산거래소에 적용될 수 있는 법체계로는 증권사들에 적용되는 자본시장법이 유력하다. 자본시장법에 준하는 가상자산거래소 기준이 마련된다면 은행이나 증권사 등 기존 금융사들의 진출이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특히 대체불가토큰(NFT) 시장은 기존 금융사들도 눈독을 들이는 분야다. 금융전문인력과 시스템을 갖춘 기존 금융사들은 가상자산을 기반으로 한 다양한 파생상품을 내놓을 수도 있다. 기존 가상자산사업자들은 IT 기술력을 기반으로 맞설 것으로 보인다. 경쟁이 심화되면 가상자산 거래 수수료가 지금보다 낮아지고, 투자조언 등의 서비스도 나아질 가능성이 크다.
최열희 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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