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선거 유세 지원 나설 계획…정계 입문 스포츠 스타 중 ‘성공한 정치인’ 많지 않아
#‘당구스타’의 파격 입당
정치 입문은 갑작스러운 일이었다. 지난 12일 "새 정부에 힘을 보태고 문화체육인들에게 힘이 되고자 공천과 같은 조건 없이 헌신하려 한다"는 입장문을 내고 이튿날 국민의힘에 입당했다. 지방선거 중앙선대위에 문화체육특보로 합류, 유세 지원에 나설 계획을 밝혔다.
차유람의 정치 입문은 단순 입당 이상의 의미를 가지는 것으로 해석된다. 그의 입당을 공식 발표하는 자리에는 이준석 당대표와 권성동 원내대표가 함께했다. 국민의힘 거물급 인사들이 모두 나선 것이다.
2000년대 중반부터 당구선수로 활약했고 매체에도 자주 노출됐던 차유람이기에 그의 국민의힘 입당은 많은 관심을 받았다. 최초 입당 소식이 전해진 이후 긍정적 반응에 고무된 국민의힘 지도부가 입당식에 힘을 모으기로 의기투합한 것으로 전해졌다.
직전까지 3쿠션 프로선수로 활동 중이던 차유람의 갑작스런 입당에 다양한 해석이 나왔다. 항간에는 과거 TV 예능에 함께 출연했던 이준석 대표와 인연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왔다. 하지만 한 정치권 인사는 "이 대표 측이 아닌 정권 핵심인사가 영입전에 나선 것으로 알고 있다. 정치적으로 보수적 색채를 드러내고 활동하고 있는 차유람의 남편이 연결고리가 됐다고 하더라"라고 전했다.
이 인사는 '윤심'을 언급하기도 했다. "정권과 당 내에서도 차유람 영입에 만족하는 분위기다. 국민의힘의 약점이 20~30대 여성의 지지가 약하다는 것 아닌가. 차유람 영입으로 이 약점을 메울 수 있다고 보는 것 같다"고 말했다.
차유람 본인도 정치 활동에 적극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지방선거를 앞두고 서울·경기지역에서만 유세 지원 등을 할 계획이었지만 입당 발표 이후 엇갈린 반응에 전국으로 활동 범위를 넓히는 것으로 마음을 바꾼 것으로 전해진다.
#차유람 정치 입문을 향한 시선
거물급 인사들이 지원에 나서고 정부 여당 내 긍정적 평가가 나오고 있지만 '정치인 차유람'의 미래를 낙관할 수만은 없다. 그를 향한 '삐딱한 시선'도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직전까지 차유람이 선수로 활동하던 PBA 프로당구 투어 측은 즉각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다. 갑작스런 선수 이탈에 대한 규정을 손볼 계획도 전해졌다. 차유람이 소속됐던 웰컴저축은행 구단은 기존 선수진을 그대로 끌고 갈 계획이었지만 팀 전력에 공백이 생기게 됐다. 당초 이들은 차유람을 보호선수로 지정했지만 그가 이탈했고 이후 열린 드래프트에서 대체자를 지명했다.
차유람은 국민의힘 입당 당시 "오랜 기간 당구선수로 활동하고 두 아이를 키우는 워킹맘이자 작은 회사를 운영하고 있는 입장에서 정부 역할이 중요하다고 느꼈다"며 "코로나19로 엘리트 선수 육성이 정체되고 고난에 빠진 문화체육인들의 목소리를 대변하고 싶었다"는 말로 활동 계획을 밝혔다.
익명을 요구한 한 당 관계자는 "다양한 분야를 언급했다. 향후 어떤 분야에서 활동을 할지 내다보기 어렵다"는 평가를 내놨다. 또 그는 "차유람이 향후 당내 어떤 역할을 맡을지는 정해지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성과가 향후 활동 방향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그간 오래 활동한 스포츠 스타 출신 정치인이 많지 않다. 차유람의 경우도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스포츠 스타들의 정치 도전기
차유람 이전에도 다수 스포츠 스타들이 정계에 몸을 담은 바 있다. 대중적 인지도와 인기를 가진 이들은 대부분 호기롭게 도전에 나섰지만 '성공한 정치인'으로 불리는 이는 많지 않다.
최초의 스포츠 선수 출신 의원은 황호동 전 의원이다. 역도 선수 출신인 그는 1973년 총선에서 신민당 소속으로 전남지역에 출마해 금배지를 달았다. 1974년 테헤란에서 열린 아시안 게임에 의원 신분으로 참가해 은메달을 따는 독특한 이력을 남겼다.
2004 아테네 올림픽은 대한민국 선수단이 금메달 9개, 은메달 12개, 동메달 9개를 따내며 종합 9위를 기록한 성공적인 대회다. 이 대회는 독특하게도 국회의원 2명을 배출한 대회기도 하다.
아테네 올림픽 최고 스타는 남자 태권도 80kg 이상급에서 금메달을 목에 건 문대성 전 의원이었다. 그는 결승전에서 수세에 몰렸지만 뒤돌려차기 한 방으로 경기를 뒤집으며 금메달을 따냈다. 호쾌한 발차기로 금메달과 함께 대중적 인기도 얻었다.
이후 모교 동아대에서 교수를 역임했으며 2012년에는 동아대 소재지인 부산에서 국회의원이 됐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논문 표절 의혹이 일었고 논란이 지속되자 당선 이후 당을 탈당했다. 지속적으로 논문 표절 문제가 꼬리표처럼 따라 붙었고 다음 총선에서는 연고지인 인천에서 재선에 도전했지만 낙선, 정치권을 떠났다.
현직 의원인 임오경 의원도 아테네 올림픽 은메달리스트다. 팬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고 영화로도 제작된 '우생순 신화'의 주역 중 한 명이다. 국제 핸드볼 연맹이 선정한 올해의 선수로 뽑히기도 했던 그는 은퇴 이후 다수 매체에 얼굴을 비추는 등 대중 친화적 인물이기도 했다. 2020년 더불어민주당의 인재 영입으로 정치권에 발을 들였고 같은 해 총선에 출마해 당선, 현직으로 활동 중이다.
이들 외에도 각 종목에서 첫 손가락에 꼽히는 스타들이 정치권에 몸을 던졌다. 천하장사 출신 이만기 교수는 2000년 정계 입문해 호시탐탐 금배지를 노렸지만 총선에서 패하거나 지방선거 이전 당 내 경선에서 패하며 번번이 낙마했다. 바둑기사 출신 조훈현 전 의원은 2016년 '알파고 열풍'의 바람을 타고 새누리당 비례대표로 국회에 입성했다. 활동 기간 내 '바둑진흥법'을 통과시키는 등 활동했다. 재선에 도전하지 않고 여의도를 떠났다. 조 전 의원이 금배지를 단 총선 당시 허정무 대전 하나시티즌 구단 이사장도 같은 당 비례대표로 응모했지만 후순위로 배정돼 입맛을 다셨다.
대중적 인기를 얻은 스포츠 스타들이 정치 활동을 하는 것은 우리나라만의 일은 아니다. 아프리카 출신으로는 최초로 발롱도르를 수상했던 조지 웨아는 고향 라이베리아에서 은퇴 이후 정치에 입문해 대통령까지 올랐다. 필리핀의 복싱 영웅 매니 파퀴아오는 하원의원과 상원의원을 거쳐 여당 대표까지 역임했다. 한 스포츠 해설가는 "정치 역시 대중을 상대로 하는 일이기에 인지도가 높은 스포츠 스타들이 비교적 쉽게 입문할 수 있다"며 "다만 정치 입문 이후 행보는 엇갈릴 수 있다. 입문을 쉽게 했다고 해서 활동을 쉽게 하는 것까지 보장할 수는 없다. 때론 정치 활동으로 인해 스포츠 분야에서 활약의 의미가 퇴색될 수도 있는 부담을 감수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상래 기자 scourge@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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