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민주화운동 42주년을 맞아 5.18민주화운동진상규명조사위원회는 '대국민 보고회'를 열어 1980년 5월 20일 광주역 집단발포가 현장 지휘관 명령에 따른 것이라는 다수의 증언을 확보하고 다큐멘터리 영화 속 '김군'의 실제 인물이 생존해있음을 발표했다.
최근에야 증언을 통해 당시 기록이 없는 상황을 밝혀내고 있지만 여전히 사진과 영상 등의 기록, 증언이 충분하지 않은 '사라진 시간'이 존재한다. 수많은 내외신 기자들이 현장에 있었는데도 왜 5월 20일, 21일 광주에서 일어난 집단 발포와 관련된 기록은 발견되지 않을까.
1980년 광주항쟁에 개입된 언론인의 동선과 현장의 증언을 통해 당시 기록이 아예 존재하지 않은 것인지 생산되었지만 사라지거나 지워진 것인지 추적한다. 검열되었거나 상납된 기록의 여부의 파악을 통해 아직 명쾌하게 맞춰지지 않은 광주항쟁의 진실을 파악하고 여전히 거짓으로 일관하고 있는 책임자들의 거짓을 증명해내고자 한다.
도청 앞 집단 발포와 관련해 광주청문회 당시부터 정당방위를 주장해온 안부웅 당시 11공수여단 63대대장. 당시 도청 앞 APC(장갑차)가 군인을 압사하는 사고를 냈고 이에 위협을 느낀 군인들이 시민군을 향해 집단 발포한 정당방위라고 여전히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당시 현장을 목격한 기자와 현장 진압에 참여했던 공수부대원, 시민군 등의 증언과 남은 기록에 따르면 군이 발포 유발의 근거로 삼은 APC(장갑차)의 정체부터 진위여부를 따져야 할 필요가 있다.
'31년 만에 숨겨둔 필름 공개' '미공개 영상기록물 38년 만에 공개' 당시 현장에 있던 내외신 기자들의 기록으로 속속 미공개 기록물이 공개되고 있지만 막상 기록물을 살펴보면 석연찮은 부분이 있다.
31년 만에 공개된 필름은 이미 이전에 문공부 홍보영상과 KBS 다큐멘터리에서도 같은 영상을 발견할 수 있는가 하면 기자도 모르게 당시 촬영된 사진이 신군부 홍보영상에 쓰이기도 했다. 미공개 영상이지만 이미 누군가의 손으로 보안사에 건네지고 활용된 것이다.
그렇다면 이제까지 발견되지 않은 집단발포 사진과 영상은 미공개상태인 것인가 존재하지 않는 것일까.
이창성 당시 중앙일보 촬영기자는 "아니 근데 이거는 신문에 싣지도 않았는데. 보안사에 검열할 때 이런 사진 안 썼는데. 공수부대 나온 애들 것만 해서 진압한 것만 전시하겠다고 해서 줬는데 이런 사진은 안 만들어줬어"라고 말한다.
당시 현장에 투입됐던 복수의 7공수여단을 인터뷰하여 사전에 광주를 타깃으로 한 강도 높은 훈련을 받아왔다는 내용을 확인했다. 7공수여단의 공수부대원은 차가 남쪽으로 향하는 것만 보고도 '광주로 가는 구나' 알 정도였다 말한다.
일찌감치 광주 진압은 계획되어 있었던 것. 전남대 방송국 기자의 당시 취재녹음을 통해서도 5월 18일 이전부터 광주를 향해 공수부대가 사전답사한 내용을 확인할 수 있었다.
5월 20일 미국 ABC 한국지부 최광태 촬영기자는 차량시위를 촬영하기 위해 금남로에서 건물 옥상으로 올라가다가 우연히 낯선 광경을 보게 된다. 금남로 뒷골목에서 시민들이 모여 앉아있는데 계엄군의 호위 아래 서로 얼굴을 닦아주는 장면이다.
이때 최광태 촬영기자의 촬영으로 편의대 활동이 기록으로 남았다. 당시 7공수여단 공수부대, 시민군, 취재기자, 보안대원 등 당시 광주에 있던 여러 사람이 한 목소리로 실제 편의대가 활동했고 시민군 사이에 잠입해 시위를 과격하게 선동하고 수습위원회의 활동을 방해했다고 말한다.
5.18민주화운동진상규명조사위원회를 통해서 접촉한 공수부대원들의 증언과 현장에 있었던 기자들의 동선을 파악해 기록으로 남지 않은 광주항쟁에서의 '사라진 시간'을 추적해보고자 한다. 사라진 시간은 곧 신군부가 숨기고자 했던 시간이기도 하다.
기록유무 뿐만 아니라 편의대와 보안사 등으로 기록을 숨기거나 삭제하려고 했던 정황까지 파악하여 신군부가 감추고 있는 진실을 밝혀보고자 한다.
이민재 기자 ilyoon@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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