퓨처플레이·만도의 첫 투자 덕분에 사업 안착…올해 안에 로봇 택배 사업성 증명 목표
#지난했던 창업의 길
1988년생인 최재원 와트 대표의 처음 가졌던 꿈은 스타강사였다. 2010년 휴학을 하고 과외 선생님을 하면서 교육에 흥미를 느꼈다. 2013년 복학 후에도 학원 강사를 병행했다. 당시 KBS2 ‘이야기쇼 두드림’, tvN ‘김미경 쇼’ 등의 강연 프로그램이 인기리에 방영되고, 대학과 기업들에서도 강연 열풍이 불었던 점도 영향을 끼쳤다. 최 대표는 이 무렵, 꿈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기 시작했다. 그는 자신이 가르치는 행위보단 누군가가 내 생각을 받아들인다는 사실에서 즐거움을 느낀다는 것을 깨닫게 됐다. 이후 고 스티브 잡스 애플 창업주 관련 콘텐츠들을 우연히 접하며 자신의 생각과 철학을 녹여낸 제품을 소비자들이 구매하는 행위로 받아들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최재원 대표는 “과외나 학원 강사를 하면서는 지식을 소모할 뿐이고, 개인이 성장한다고 느낌을 받지 못했다”며 “스티브 잡스 관련 콘텐츠를 접하면서 사업에 대한 관점이 바뀌게 됐다. 구매라는 행위를 통해서 그의 생각을 받아들이는 구조라고 느꼈고, 내 사업을 한다면 즐겁고 의미 있게 살 수 있을 것 같았다”고 말했다.
2014년 최재원 대표는 소프트웨어 및 전기·전자장비를 개발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당시 최 대표가 재학 중이던 한양대 기계공학과에선 하드웨어 엔지니어 관련 공부만 할 수 있었다. 그는 코딩을 배우기 위해서 전자공학 동아리에 들어갔다. 이후 2015년 레고 LED를 제품화하는 것을 아이템으로 선정하고 첫 창업에 나섰다. 최 대표는 레고에 LED를 붙여주는 작업자들에게 비용을 내지 않고, 혼자 레고에 쉽게 붙일 수 있도록 LED를 제품화한다면 성공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당시 사물인터넷(IoT) 모듈 제작 관련 외주를 통해 초기 자금을 모아서 제품 개발에 투자했다. 하지만 첫 사업은 1년 6개월 만에 막을 내렸다.
최재원 대표는 “당시 사무실에 화재도 일어나면서 어려움을 겪었다”며 “특히 동아리에서 공부한 것만으로는 기술적 한계를 느꼈다. 2017년 사업을 접고 한양대 전자공학과 석사 과정에 진학했다. 대학원에 가서도 학비와 용돈을 마련하고자 IoT 외주를 지속적으로 했다”고 말했다.
외주는 새로운 기회로 이어지기도 했다. 지난 2019년 공유형 전동 킥보드 ‘씽씽’을 운영 중인 피유엠피의 윤문진 대표가 외주를 주던 최재원 대표를 영입한 것. 최 대표는 관련 사업에 흥미를 느꼈고 정식으로 합류했다. 최 대표는 약 1년간 피유엠피에서 재직하면서 경험을 쌓았고 이를 바탕으로 재창업에 나섰다.
2020년 1월 최재원 대표는 전자공학 동아리원 3명과 함께 퓨쳐플레이와 만도가 진행하는 ‘테크업플러스’에 도전했다. 사업 아이템은 자율주행 킥보드였다. 고객이 사용 후 구석에 방치한 공유 킥보드를 큰 도로변까지 자율주행으로 빠져나오도록 하겠다는 것. 킥보드 수리, 배터리 충전 등을 효율적으로 진행해 운영비를 낮추고자 했다. 당시 퓨처플레이와 만도는 와트와의 면접을 진행했으나 사업 성공 가능성이 낮아 투자를 안 할 방침이었다. 반전은 뜻하지 않게 찾아왔다.
최재원 대표는 “씽씽 경험 때문에 킥보드 자율주행으로 프로그램에 지원했는데, 정말 별로인 아이템이었다”며 “당시 면접을 3~4번이나 봤다. 대단한 사업 계획 같은 걸 말씀드린 것도 아니어서 떨어질 줄 알았다. 그런데 김윤기 상무님께서 일요일 아침에 안산까지 오셔서 얘기를 나눠 보고 싶다고 하셨다. 카페에 가서 한 시간가량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눈 후 다음 주에 프로그램에 붙게 됐다고 연락을 받았다. 나중에 뒤풀이에서 김 상무님께서 ‘팀워크를 보고 뭐라도 할 것 같은 좋은 느낌이 들어서 뽑았다’고 하셨다”고 말했다. 이어 “첫 투자와 도움을 받아 현재의 아이템도 찾게 됐다”고 덧붙였다.
#로봇 택배 기술검증 끝낸 와트
2020년 3월 최재원 대표는 사업 피벗(방향전환)을 전제로 퓨처플레이와 만도로부터 첫 투자를 받은 뒤 와트를 설립했다. 이후 류중희 대표로부터 코로나19를 계기로 급성장하고 있는 물류 사업 제안을 받는다. 이에 4명의 공동 창립자는 물류사업을 이해하기 위해 택배 분류, 상하차, 배송 등의 아르바이트를 약 2개월간 했다. 아르바이트가 끝난 후 화상 줌회의를 통해 문제점과 개선점을 파악했다. 그 결과 라스트마일(물품이 소비자에게 배송되는 마지막 단계) 관련 솔루션 개발이 필요하다는 데에 공감대가 만들어졌다. 같은 해 5월 로봇이 택배기사 대신 라스트마일 구간을 배송하는 것을 사업 아이템으로 확정했다.
최재원 대표는 “퓨처플레이 액셀러레이팅을 통해서 아이템을 찾을 수 있었다”며 “2020년 5월부터는 아파트 내에서 배송하는 로봇 프로토타입(시제품) 제작에 역량을 집중했다. 3~4개월 안에 기술력이 있다는 것을 증명해내지 않으면 투자가 철회될 수도 있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2020년 8월 와트의 로봇 ‘제임스’와 택배 보관 시스템 ‘W-스테이션’이 탄생했다. 택배기사가 아파트 단지 내에 있는 W-스테이션에 택배를 배송하면 자율주행기반 로봇 제임스가 택배를 전달받아 배송지 문 앞까지 배송하는 시스템이다. 투자사가 참여한 시연회도 성공적으로 마쳤다. 투자사 측에서 로봇과 스테이션 둘 중에 하나에만 집중하는 것 어떻냐고 제안했지만, 와트는 둘 다 개발해야 의미가 있고 기술력을 증명할 수 있다고 자신감을 보이며 투자사를 설득시켰다.
난관은 여전히 많았다. 시제품의 배송 성공률이 10~20%에 불과했기 때문에 완성도를 높여야 했다. 2021년 3월부터 5월까지 한양대학교 기숙사에서 ‘제임스’와 ‘W-스테이션’의 첫 기술검증(PoC)을 진행했다. 기술 완성 후 첫 검증이기에 안정화하는 데 상당한 시간이 걸렸다. 기숙사가 오래된 건물이라 기술 성숙도 대비 난이도가 높았다. 결과는 신통치 못했다.
이를 발판으로 로봇을 업데이트했고 2020년 5월부터 7월까지 HDC현대산업개발과 경기 고양시 소재 한 아파트 단지에서 두 번째 기술검증에 나섰다. 한 달간은 문제들이 발생했지만, 점차 안정화되기 시작했다. W-스테이션은 카메라로 택배 송장을 인식하고, 통신 모듈을 통해 로봇 제임스를 호출한다. 이후 로봇 제임스는 직접 엘리베이터를 타고서 목적지에 택배를 배송하게 된다. 현재 5월 기준 로봇 제임스가 운반할 수 있는 박스 크기는 최대 50×50×80cm(200ℓ)다.
최재원 대표는 “HDC현대산업개발과의 PoC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되면서 8월부터 투자 유치에 나설 수 있었다. 당시 세 달가량 매일매일 모든 팀원이 안산에서 일산으로 왕복 4시간 거리를 함께 출퇴근을 하며 일을 했다. 고생했던 만큼 배운 것도 많았다”며 “국내 주거환경 60%가 아파트인 점을 고려하면 택배업체는 배송시간을 3분의 1로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와트의 올해 목표는 배송 로봇 솔루션을 통해 매출을 발생시키는 것이다. 솔루션 이용에 대한 수수료, 제임스 및 W스테이션 판매 등을 통한 수익 구조를 검토 중이다. 장기적으로는 쓰레기 배출, 편의점 구매 대행 등의 아파트 단지 내 배송 로봇 서비스도 계획하고 있다. 5월 기준 와트의 누적 투자액은 누적 17억 5000만 원가량이다. 배송 로봇 기술과 관련된 특허 7건을 출원했다.
최재원 대표는 “올해는 비즈니스 모델을 검증하는 것이 목표다. 이후에는 양산까지 성공해서 실내에서 물건은 당연히 로봇이 나르는 세상을 만들고 지금의 건물의 엘리베이터나 자동문과 같은 당연한 인프라로서 자리잡게 하는 것이 장기적인 목표”라며 “장기적으로 택배기사 수는 줄어들 것이고, 택배 물동량은 증가하는 구조다. 해당 솔루션을 도입한다고 해도 택배기사 수를 바로 감소시키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허일권 기자 onebook@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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