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제품으로 치킨 선택 ‘외식업계 새 패러다임’…로봇으로 효율화 이뤄 메가스토어 오픈도 기대
#치킨 조리 자동화 로봇 탄생 배경
김현철 퓨처키친 공동대표는 전남 목포에서 영화투자배급사 쇼이스트의 김동주 대표를 우연히 만나면서 첫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김 대표는 2002년부터 2007년까지 쇼이스트 식음료(F&B) 사업부에서 운영하던 오가닉 테라스 카페 ‘느리게걷기’의 총지배인을 맡았다. 느리게걷기에서 나온 뒤에도 2012년까지 다양한 F&B 업체를 운영하며 경력을 쌓았다. 이후 김 대표는 모바일 앱과 TV 방송을 연계하는 스타트업 사운들리의 공동 창립자로 스타트업 신에 뛰어들었다. 하지만 첫 도전에선 실패를 맛봐야만 했다.
김현철 대표는 “당시 기술과 사랑에 빠진 나머지 사운들리의 기술이 솔루션이 될 수 있는 고객군을 찾느라 너무 많은 시간을 소진했다”며 “고객의 '진짜 문제'에 적합한 다른 솔루션을 찾는 기술 피벗(방향전환)을 해야 한다는 걸 깨달았다”고 말했다.
김현철 대표는 사운들리의 정리 수순을 밟으면서 휴식을 가질 계획이었다. 하지만 사운들리의 엔젤투자자였던 류중희 퓨처플레이 대표가 그를 설득했다. 류중희 대표는 F&B 시장의 성장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었다. 결국 2019년 7월 김 대표는 퓨처플레이에 F&B 스페셜리스트로 영입됐다. 이후 시장 조사, 전략수립, 팀 구성 등을 거쳐 2020년 5월 푸드테크 플랫폼 ‘퓨처키친’을 설립했다. 2020년 8월에는 이기홍 공동대표가 합류했다. 이 대표는 카이스트 졸업 후 스타트업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했고, 이후 다양한 F&B에서 10여 년간 경력을 쌓았다.
김현철 대표는 “공동대표 둘 다 F&B와 IT 회사 경험을 보유한 특이한 이력을 갖고 있다. IT업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빠르게 솔루션을 찾아가는 팀 빌딩에 주력했고 현재 이러한 팀 구성이 경쟁력이라고 생각한다”며 “사실 퓨처키친의 첫 사업 아이템으로 공유 주방을 고려했지만, 수익성 검증이 안 됐고 일시적인 유행이라는 판단을 했다. 고민 끝에 주방 자동화 플랫폼을 사업 아이템으로 최종 선정했다”고 말했다.
퓨처키친은 조리 자동화 로봇의 첫 제품군으로 치킨을 선택했다. 치킨 조리 과정이 다른 음식보다 모듈화 및 자동화에 적합했고, 배달 시장에서 치킨 판매량이 압도적이라는 점이 영향을 끼쳤다. 2021년 기준 피자(1조 원대)와 햄버거(3조 원대)를 합친 것보다 치킨(9조 원대) 시장 규모가 2배 이상 크다.
일단 팔아야 하는 치킨의 맛이 검증돼야 했다. 배달 전문 치킨 브랜드 론칭이 선행된 이유다. 2020년 말 퓨처키친은 배달 치킨 전문 브랜드 '미래닭'을 론칭했다. 이듬해 경쟁력 제고를 위해 브랜드명을 ‘치킨 드 셰프(Chicken de Chef)’로 변경해서 강남 지역에 오프라인 매장을 출점해 시범 운영했다. 모든 메뉴는 동물복지인증 닭을 사용했다. 미슐랭 셰프로 알려진 장진모 셰프와 함께 개발한 레시피를 바탕으로 시장성 검증에 나섰다.
김현철 대표는 “국내 치킨 브랜드만 400여 개에 달한다. 이곳에서 살아남으려면 특별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유명 셰프가 개발한 레시피의 치킨을 안방에서 즐길 수 있는 파인다이닝 경험을 추구했다. 다소 비싼 가격의 치킨을 재구매하는지가 관건이었다”며 “강남구에 있는 치킨 드 셰프 1호점은 치킨 3강(교촌·bhc·BBQ) 매장에서 하루 판매되는 건수만큼 판매량을 기록하면서 경쟁력을 증명하는 데 성공했다”고 말했다.
#치킨 조리 자동화 플랫폼 꿈꿔
퓨처키친은 치킨 파인다이닝의 시장성을 확인하고 곧바로 자동화 로봇 개발에 착수했다. 지난해 5월 퓨처키친은 자체 개발한 ‘치킨 드 셰프’ 앱을 통해 주문부터 조리, 배달까지 로봇이 담당하는 자동화 시스템 구축에 나섰다. 농심엔지니어링과 식자재 공급 및 무인 주방 설계 부분을 협력하며 시스템을 고도화했다. 배달 서비스는 로봇 배달 스타트업 ‘뉴빌리티’와 협업해 자율주행 로봇으로 진행했다. 퓨처키친은 2021년 11월 인천 연수구 송도국제도시에 첫 번째 브랜드 ‘치킨 드 셰프’의 팝업 스토어를 오픈하며 PoC에 나섰다. 6개월 만에 모든 프로세스를 구현해 낸 셈이다.
PoC는 2주간 로봇을 개입시키지 않은 채 셰프가 모든 것을 도맡아서 치킨을 요리했다. 이후 2주간은 로봇이 주문을 받아 치킨을 조리했고, 사람은 치킨 양념 버무리기와 치킨을 포장해서 컨베이어벨트에 올려놓기만 했다. 이후 배송 로봇이 컨베이어벨트를 통해 치킨을 전달받아 배송했다. 셰프와 로봇이 각각 만든 치킨은 순추천고객지수(NPS)에서 별반 차이가 없었고, 로봇이 만든 주에 NPS가 더 올라갔다는 것이 퓨처키친의 설명이다.
이기홍 대표는 “자동화 키친을 추구하는 타 회사들은 단위 업무를 자동화하는 로봇을 개발하거나, 사람의 동작을 복제하여 구현하는 협동로봇을 개발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면, 퓨처키친은 주문 접수부터 고객에게 음식이 전달될 때까지 모든 프로세스를 통합 제어해 근무자들에게 명확한 업무를 분장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퓨처키친은 향후 치킨 조리 자동화 플랫폼과 직영점에 사업 역량을 집중할 예정이다. 치킨 조리 자동화 플랫폼에서 소상공인, 치킨 브랜드, 푸드 크리에이터, 유튜버 등에게 위탁 생산해주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자사 브랜드 ‘치킨 드 셰프’는 ‘왓어크리스프’로 다시 변경했고, 올해 7월 가로수길에 2호점을 오픈할 예정이다. 프랜차이즈 사업으로 나서진 않을 방침이다. 외식 업계 인력난과 초기 투자 비용 회수율에 따른 부담으로 인해 프랜차이즈 사업의 미래가 지속 가능성이 낮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기홍 대표는 “비즈니스를 확장하고자 하는 개인 사업자 또는 크리에이터들이 초기 투자비용 없이 퓨처키친의 생산 플랫폼을 통해 제품을 생산해 쉽게 확장할 수 있다는 점에서 외식 업계의 새로운 패러다임이 될 것”이라며 “가로수길 매장을 시작으로 로봇이 설치된 매장을 확장해 나가려 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현철 대표는 “투자 유치가 원활하게 된다면 내년 말에서 내후년 초까지는 서울 전역으로 지점을 확장하고 싶다. 현재까지 누적 투자액은 35억 원이다. 현재 준비 중인 해외 진출도 같은 시점에 이뤄지도록 계획 중”이라며 “특히 로봇을 통해 효율화했기에 매장 수를 늘리는 것보다는 한 매장에서 많은 고객을 커버할 수 있는 메가 스토어 형식으로 오픈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더 나아가서는 피자와 타코 등 치킨 다음의 제품군 자동화 개발에 나서고 싶다”고 덧붙였다.
허일권 기자 onebook@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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