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명 중 4명 찬성하면 징계 취소 가능…안철수 추천 정점식 논란도 무관치 않아
이준석 대표의 ‘성상납 의혹’은 지난해 대선 과정에서 유튜브채널 ‘가로세로연구소’ 제기로 처음 불거졌다. 이 대표가 지난 2013년 사업가로부터 대전 유성구의 한 호텔에서 두 차례 성접대를 받았다는 내용이다. 이 대표는 “나와 관계없는 사기사건에 대한 피의자의 진술을 바탕으로 공격한 것”이라며 “나는 단 한 번도 수사를 받은 적도, 이와 관련해 어떤 연락도 받은 적이 없다”고 반박했다.
가세연 측은 지난 4월 녹취록 및 문서를 공개하며 “이준석 대표 측근 김철근 당대표 정무실장이 의혹 제보자 장 아무개 씨를 찾아와 7억 원의 투자유치 각서를 주면서 ‘이준석이 성상납한 게 아니었다’는 진술서를 써달라고 했다”며 증거인멸교사 의혹까지 주장했다. 이에 이 대표는 “김 정무실장은 변호인의 부탁으로 진실된 내용의 사실확인서를 받으려고 하였을 뿐”이라고 주장이 허위임을 재차 강조했다.
국민의힘 윤리위는 지난 4월 21일 이 대표에 대해 ‘성상납 증거인멸교사 의혹과 관련해 품위유지 위반’으로 징계절차를 개시하기로 만장일치 의결하고, 6·1 지방선거가 끝나자 22일 회의를 열었다.
당초 이준석 대표에 대한 징계 결과가 나오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긴 했다. 국민의힘 한 관계자는 “‘출석을 거절당했다’는 윤리위와 ‘거절한 적 없다’는 이 대표 말이 엇갈리고 있는 상황이다. 결론적으로 이 대표는 윤리위에 출석하지 않았다. 징계 당사자, 그것도 당대표를 소명도 듣지 않고 징계 결론을 내릴 수는 없다. 이준석 대표가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는데, 절차적 문제를 제기하고 나서지 않겠냐. 그래서 이날 윤리위가 징계 결론을 내리기는 부담이 있었을 것”이라고 전했다.
심의가 2주일 뒤로 미뤄졌지만 사실상 윤리위가 이준석 대표에 대한 징계 수순에 돌입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날 ‘이 대표 측근’ 김철근 당대표 정무실장이 참고인에서 징계 대상자로 징계 절차가 개시됐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당규상 이 대표는 제명, 탈당 권고, 당원권 정지, 경고 4가지 중 하나의 징계가 내려질 수 있다. 가장 낮은 수위인 경고를 받더라도 이 대표의 리더십은 타격을 받아 사퇴 압박이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징계가 나와도 이 대표에게 기회가 없는 것은 아니다. 국민의힘 윤리위 규정 제43조 2항에 따르면 ‘당대표는 특별한 사유가 있는 때 최고위원회의 의결을 거쳐 시·도당 윤리위원회의 징계처분을 취소 또는 변경할 수 있다’고 나온다. 다만 최고위에서 과반 이상의 찬성이 필요하다. 현재 국민의힘 최고위는 이 대표와 권성동 원내대표, 성일종 정책위의장, 배현진 조수진 정미경 김용태 윤영석 최고위원 등 8명으로 구성돼 있다. 이 대표를 제외한 7명 중 4명이 윤리위 징계 반대에 찬성하면 징계 처분이 취소 혹은 변경이 가능하다.
야권의 한 관계자는 “윤핵관들은 대선 과정에서부터 이준석 대표에 대해 불만이 많았지만 선거 승리를 위해 내색하지 못했다. 이제 대선과 지선이 끝났으니 이준석 대표를 내치려고 하는 것”이라며 “현재 이준석 대표의 징계 국면은 2024년 총선 공천권을 둘러싼 이 대표와 윤핵관의 당권 투쟁의 양상”이라고 설명했다.
7명의 최고위 중 정미경 김용태 최고위원은 이 대표와 가까운 인사들이다. 반면 배현진 조수진 최고위원은 친윤 그룹으로 분류된다. 배현진 최고위원의 경우 최근 최고위원회의 자리에서 잇따라 이준석 대표와 언성을 높이며 설전을 벌였다. 이 대표가 악수를 거부하는 모습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권성동 원내대표, 성일종 정책위의장은 친윤계지만 이 대표 징계에 대한 입장을 정확히 파악하기 힘들다. 성 정책위의장은 6월 6일 KBS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 인터뷰에서 이 대표 징계에 대해 부정적 입장을 밝혔다. 권 원내대표 역시 최근 ‘윤핵관’ 내 분화 갈등 과정에서 이 대표와 연대설이 제기된 바 있다.
윤영석 최고위원도 입장이 정리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윤 최고위원을 잘 아는 국민의힘 한 관계자는 “윤 최고위원이라고 당의 중심으로 떠오른 친윤 그룹과 각을 세울 수 있겠느냐. 그렇지만 윤 최고위원은 이준석 대표가 지명해 최고위원직에 올랐다. 쉽게 징계에 찬성 의결을 낼 입장도 아니다. 이에 고심이 많다고 알고 있다”고 전했다.
이처럼 윤리위 징계가 최고위 의결로 올라가면 어떤 결과가 나올지 한치 앞을 알 수 없이 팽팽한 양상을 펼쳐질 것으로 전망된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준석 대표와 안철수 의원 사이에 ‘통합 지도부 구성’ 갈등이 윤리위 징계와 연결돼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안 의원은 국민의당 몫 최고위원 2인 중 한 명으로 국민의힘 소속 정점식 의원을 추천했다. 정점식 의원은 검사 출신으로 ‘친윤계’로 분류된다. 이에 이 대표는 “국민의당 인사가 아닌 분의 추천은 (합당) 취지에 맞지 않는다”고 재고를 요청했다.
앞서 야권의 관계자는 “친윤계 입장에서는 기회가 왔을 때 이준석 대표를 확실히 끌어내려야 한다. 하지만 현재 최고위 의결로 가면 통과될지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그러다 보니 자기 사람을 한 명이라도 더 최고위에 넣으려고 하는 것 같다. 이를 알고 이 대표 역시 안 의원이 추천한 정 의원을 막고 있는 상황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이준석 대표의 정점식 의원 추천이 통과되지 않은 것 때문에 윤리위가 징계를 2주 뒤로 미룬 것 아니냐는 해석까지 나오고 있다. 친윤계가 징계위에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것이다.
윤리위가 결론을 유보함으로써 당의 분란만 더욱 가중시켰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준석 대표 역시 이날 국회 본관에 있는 대표실에서 대기하고 있다가 윤리위 결정 직후 “7월 7일 소명할 기회를 준다고 하는데 모르겠다”며 “길어지는 절차가 당의 혼란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모든 구성원이 알고 있을 텐데 길어지는 이유가 뭔지 궁금하다”고 반발했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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