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생 임대인 실거주 요건 면제로 투기 자극 우려…청년층 대출규제 완화 ‘빚 내서 집 사기’ 부작용 지적
정부가 지난 6월 21일 ‘임대차 시장 안정 방안 및 3분기 추진 부동산 정상화 과제’를 발표한 다음날 네이버에서 가장 규모가 큰 부동산 투자 스터디카페에는 ‘상생 임대’와 관련한 글이 인기 게시물 30개 중 절반 가까이를 차지했다. 이날 부동산과 관련된 오픈 카카오톡 방들에도 ‘제가 상생 임대인 조건에 부합하는지 봐달라’거나 ‘최근 전세 승계 받아서 매매를 했는데 혹시 임차인과 다시 계약서를 쓸 수는 없냐’는 등의 문의가 빗발쳤다.
‘상생 임대인’은 임대차 계약 시 직전 계약 대비 임대료를 5% 이내로 소폭 올린 임대인으로 정부는 이번에 상생 임대인에게 양도소득세 비과세를 위한 실거주 요건을 면제해주기로 했다. 현행법령상 양도세 비과세 요건을 충족하려면 2017년 8월 3일 이후 조정대상지역에서 구매한 주택을 양도할 때 2년 이상의 거주 요건을 채워야 하는데 이를 없애준 것이다. 상생 임대인 인정범위도 9억 원 이하 주택을 보유한 1주택자에서 1주택자 전환 계획이 있는 다주택자로 넓혔다. 다주택자가 다른 주택을 전부 팔고 마지막 남은 주택에서 상생 임대인 자격을 획득하면 양도세 비과세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된다.
실거주 의무 면제를 두고 조정대상지역의 갭투기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정책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법무법인 덕수의 이강훈 변호사는 “실거주하지 않아도 장기보유특별공제도 해주고 양도세 비과세 혜택까지 부여하면 결국 실수요자가 아닌 사람들이 주택 사들이면서 갭투기를 하고 집값과 전세가를 올려놓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도 “이 대책은 전세를 끼고 갭투자한 1주택자들에게 정부가 일종의 퇴로를 마련해준 것으로, 이들이 양도세를 아끼게끔 특혜를 준 것”이라고 짚었다.
청년층 대상 대출완화 정책이 현 시점에서 적절한지 살펴봐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는 생애최초구입 LTV(주택담보인정비율)를 지역, 주택가격, 소득에 상관없이 80%까지 완화하고 대출 한도도 4억 원에서 6억 원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연소득 범위 내로 제한됐던 신용 대출 한도도 폐지하고 청년층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산정 시 장래소득까지 감안해 산정하는 방식으로 바꾸어 사실상 DSR을 완화해주었다. 청년층 대출 규제를 완화해 청년층이 ‘내 집 마련’을 할 수 있도록 주거 사다리를 놓아주겠다는 방침이다. 이 경우, 부동산 시장에 어느 정도 유동성이 공급되면서 침체된 부동산 경기가 활성화될 가능성도 높아진다.
문제는 현재 금리가 가파른 속도로 치솟고 있다는 점이다. 국내 기준금리는 2021년 11월 1.0%였으나 반년 만에 1.75%까지 올랐다. 미국이 6월 자이언트 스텝(금리 0.75%포인트 인상)을 단행해 1.50~1.75%로 금리를 올린 데다 7월에도 자이언트 스텝을 예고하고 있어 국내 기준금리 또한 가파르게 상승할 전망이다. 이런 상황에서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 의장은 생애 첫 주택을 구매하려는 젊은층을 포함한 미국 내 주택 수요자들에게 ‘물가가 잡히고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다시 낮아질 때까지 기다리라’고 조언하기도 했다.
국내 역시 올해 연말 대출금리가 최대 8%까지도 오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정부는 이번 부동산 대책에서 ‘체증식 상환제도’를 확대할 것임을 시사했다. 체증식 상환은 대출 초기에는 상환하는 원금이 적은 대신 시간이 지날수록 서서히 원금 비중을 늘려나가는 방식이다. 사회초년생 등 소득이 적은 직장인의 경우 원리금을 균등 분할 상환하는 것이 부담스러울 수 있기 때문에 청년·신혼부부 대상 40년 만기 보금자리론까지 체증식 상환방식을 확대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것이다. 더 오래 갚는 대신 상환액을 줄일 수 있게끔 청년, 신혼부부 대상 50년 만기 모기지도 도입된다.
다만 안정적인 일자리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체증식 상환제도나 지나치게 긴 만기 설정이 비현실적이라는 지적도 잇따른다. 한국주택금융공사의 ‘연령구간별 대출금액 및 잔액 현황’ 자료에 따르면 전체 연령구간에서 35~39세 차주의 대출 비중이 가장 높다. 이 시기에 50년 모기지로 집값을 대출할 경우 80대 중반이 넘어 상환이 마무리된다. 정년연장을 고려해도 무사히 만기상환하기 쉽지 않다.
이강훈 변호사는 “현실적으로 정년 다 마치는 직장인도 많지 않은 상황에서 빚만 갚다가 못 버티고 주택을 팔게 될 가능성이 높다”며 “금리 급상승기에 무주택 서민들에게 지금은 그렇게 무리를 할 때가 아니라는 신호를 보내야 하는데 지금처럼 빚 내서 집 살 수 있게 해주고 투기 수요를 장려하며 계속 집값 상승을 부추기는 건 장기적으로 서민 주거 안정에 치명적일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한문도 연세대 금융부동산학과 교수 역시 “2030 젊은이들은 IMF 외환위기나 글로벌금융위기 시절의 위기에 대한 감각이 없기 때문에 대출이 된다고 하니까 집값이 더 오를까봐 불안한 심리에 주택 구매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며 “그러나 사실 주택 가격이 내려갈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고 LTV가 80%나 되기 때문에 집을 사면 바로 파산하게 된다. 정부는 섣불리 집을 사도록 장려할 게 아니라 저렴한 주택을 다수 공급할 테니 기다리라는 신호를 주는 게 맞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시장 정상화 측면에서는 정부의 정책 방향이 주효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서진형 공정주택포럼 공동대표(경인여대 교수)는 “예전 정부에서 보유·취득·양도 억제로 거래절벽 현상이 나타났기 때문에 실수요자들이 주택 마련에 어려움을 겪었다. 새 정부 정책은 시장 기능을 좀 활성화하기 위한 정책으로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서영수 키움증권 연구원도 “금리 상승기에 주택 마련을 장려하는 정책은 비판받을 여지가 있지만 시장이 지금 너무 과도하게 침체된 상황을 정상화해야 하는 정부 입장에서는 어쩔 수 없는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박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는 “기존의 대출규제가 저소득층 주택마련지원에 한계를 갖고 있는 소득 중심 제도였기 때문에 이들의 주거 매입 지원을 위한 제도 개선은 필요한 일이었다고 본다”며 “다만 금리 인상이 예고된 만큼 수요자가 본인의 상환 능력을 따져보고 신중하게 시장 상황을 관망해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정민 기자 hurrymin@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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