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육군전투병과학교에서 일어난 한 학군장교(ROTC)의 충격적인 사망사건에 대해 파헤친다. 2019년 10월 '군사망사고진상규명위원회'에 수기로 쓴 한 통의 진정서가 도착했다. 진정인은 올해 나이 61세의 이상봉 씨. 그는 평생 군 동기의 죽음이 사무치게 가슴 아팠다며 이름조차 모르는 한 동기의 사망 원인에 대해 조사를 요청했다.
진상규명위원회의 송보원 조사관은 성명불상의 동기가 1984년에 동복유격장에서 사망한 고(故) 최승균 소위임을 확인했다. 그리고 당시 '과로사'로 처리된 최 소위 사망 사건에 대한 본격적인 조사가 시작됐다. 조사관은 유격 훈련장에 있었던 206명에게 편지를 보냈고 무려 70여 명으로부터 회신받았다.
그리고 그중 46명에게 최승균 소위의 사망 원인에 대한 구체적인 증언을 들을 수 있었다. 오래된 사건임을 감안했을 때 자발적인 진술 인원이 수십 명에 이르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었다.
"쇠 파이프로 하루에 수백 대를 맞았어요."
"개처럼 포승줄을 맨 채 질질 끌려다녔어요."
"목에서부터 발바닥까지 흰색이 하나도 없었어요."
"북한에 침투해서 잡혀도 그런 대우는 안 받았을 거예요."
유격 훈련 6일 동안 최 소위가 당했다는 구타와 가혹행위는 참혹했다. 당시 유격 훈련 지도를 담당한 교관들로부터 그는 일명 '타깃'이 되었고 훈련 기간 내내 비인간적인 폭행이 지속되었다는 것. '훈련'이란 명목하에 자행된 폭행은 그야말로 고문이었다.
군 제대 후 대기업 입사가 확정되어 있었던 건강하고 밝은 23살의 청년 최승균 소위는 그렇게 유격 훈련 6일 만에 사망했다. 그리고 최 소위의 죽음은 동기들 마음속에 평생 씻을 수 없는 상처와 트라우마를 남겼는데 이 사건은 2018년 9월 대통령 직속 기구로 출범한 '군사망사고진상규명위원회'에 진정된 1700여 건의 사건 중 과로사에서 구타와 가혹행위로 사망 원인이 변경된 1호 사건으로 기록되었다.
2021년 해당 사건의 진실이 밝혀지기까지 37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최승균 소위의 누나 최정은 씨. 올해 64세가 된 그녀는 제작진과의 인터뷰에서 '아버지께서 살아생전에 승균이는 기대가 되는 자식이었다고 말했다'라며 "가해자 스스로 자신이 얼마나 잘못했는지 깨닫고, 속죄하길 바란다"라고 전했다.
최승균 소위가 사망한 지 38년이 흐른 지금 젊은 청년을 구타로 숨지게 한 교관들과 책임자들은 지금 어떻게 살고 있을까. PD수첩에서 직접 만난 사건의 목격자들은 최 소위를 유독 악랄하게 괴롭힌 인물로 특정인을 가리켰다. 제작진은 가해자로 지목된 교관을 찾아 나섰다.
이민재 기자 ilyoon@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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