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중한 현대백화점, 더현대 서울 흥행 여세 몰아 광주 도전장…실험적인 신세계, 같은 날 광주 복합쇼핑몰 계획 발표 기싸움
하지만 경쟁자의 면면이 만만치가 않다. 신세계그룹은 광주시 내 매출 1위 백화점인 광주신세계백화점을 운영 중이고, 2015년에도 광주 복합쇼핑몰을 추진하는 등 광주시 상권에 관심을 보여왔다. 신세계 입장에서는 광주시 시장점유율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서라도 광주 복합쇼핑몰에 전력을 다할 것으로 예상된다.
#'더현대 서울' 찍고 '더현대 광주'로?
현대백화점그룹은 지난 7월 6일 부동산 개발 업체인 휴먼스홀딩스제1차PFV와 옛 전남방직·일신방직 광주 공장 부지에 미래형 문화복합몰 ‘더현대 광주(가칭)’ 설립을 위한 협의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부지 규모는 31만㎡(약 9만 평) 수준이다. 휴먼스홀딩스제1차PFV는 ‘더현대 광주’ 인근에 엔터테인먼트형 쇼핑몰, 특급호텔, 영화관 등을 추가 유치하고,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와 연계해 ‘야구인의 거리’까지 조성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인근에 각종 문화시설이 들어서면 유동 인구도 늘어나 더현대 광주를 찾는 손님도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미래형 문화복합몰은 백화점, 대형마트 등 유통 소매점을 중심으로 결합된 지금의 복합쇼핑몰과는 구분되는 개념”이라며 “쇼핑과 더불어 여가, 휴식, 엔터테인먼트 등 다양한 문화 체험이 접목되는 새로운 업태로 ‘더현대 광주’가 첫 사례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더현대 서울과 더현대 광주 이전 현대백화점그룹은 최근 몇 년간 유통부문 투자에 이렇다할 청사진을 내놓지 않았다. 반면 롯데그룹은 지난 5월, 37조 원의 대규모 투자 계획을 밝히면서 이 중 8조 원을 유통 사업에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신세계그룹도 비슷한 시기 20조 원을 투자하고, 오프라인 유통 사업에만 11조 원을 쓰겠다고 설명했다.
현대백화점그룹의 전체 투자액이 적은 것은 아니다. 현대백화점그룹은 2010년 이후 현대리바트, 한섬, 현대L&C, 지누스 등을 인수했다. 하지만 현대백화점그룹의 인수합병(M&A) 대상은 대부분 비 유통업체들이었다. 비유통 사업을 강화하면서 상대적으로 본업인 유통 사업의 경쟁력이 떨어진 것 아니냐는 평가도 나왔다. 과거에는 현대백화점 매출에서 유통이 차지하는 비중이 압도적이었지만 현재는 비유통 부문의 매출도 상당한 것으로 전해진다.
현대백화점이 지난해 오픈한 ‘더현대 서울’은 이러한 분위기를 불식시키기에 충분했다. 더현대 서울은 지난해 8000억 원 이상의 매출을 거두는 등 개점 첫해부터 성공적으로 시장에 안착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오린아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더현대 서울은 두 자릿수 성장세를 이어갔을 것으로 추정하며 올해 2분기에는 흑자를 기록했을 것으로 예상한다”며 “더현대 서울은 7월 중 디올 매장이 오픈을 앞두고 있어 트래픽 확보에도 힘이 실릴 것으로 전망한다”고 전했다.
'더현대 광주'까지 흥행에 성공한다면 현대백화점그룹 유통부문의 업계 내 차지하는 위상이 달라질 수 있다. 하지만 미래를 낙관할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실제로 지역 내 터줏대감인 신세계그룹이 맞불을 놓으면서 초반부터 경쟁에 밀리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신세계그룹은 현대백화점그룹의 광주 복합쇼핑몰 계획 발표와 같은 날인 지난 7월 6일 “그룹의 역량을 집중해 광주에 복합쇼핑몰 건립을 추진할 것”이라며 “쇼핑시설, 호텔 등을 갖춘 최고의 복합쇼핑몰로 개발하는 방안을 수립 중”이라고 밝혔다. 신세계그룹은 스타필드를 운영하는 신세계프라퍼티를 통해 광주 복합쇼핑몰 설립을 추진할 계획이다. 이마트 광주점 인근 부지와 광주종합버스터미널(유스퀘어) 인근 부지 등을 후보지로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상반된 경영 스타일, 어떤 결과로 이어질까?
재계에서 바라보는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과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의 경영 스타일은 상반된다. 정지선 회장은 신중하면서도 보수적이고, 정용진 부회장은 실험적인 스타일로 평가한다. 대외적으로도 정지선 회장은 공식석상에 모습을 드러내는 일이 좀처럼 없지만 정용진 부회장은 SNS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등 소통에 활발한 모습을 보여준다.
이 같은 오너의 특징은 유통부문 전략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신세계그룹은 유통부문 포트폴리오 강화 전략에 따라 여러 브랜드를 선보였다. 기대를 밑도는 실적 때문에 분스와 삐에로쇼핑 등을 철수하기도 했지만 스타필드, 노브랜드 등은 신세계를 대표하는 콘텐츠로 자리잡았다.
현대백화점그룹이 인수한 비유통 업체들은 대부분 좋은 실적을 거두고 있지만 그룹을 대표할 만한 콘텐츠는 부족하다고 평가 받는다. 특히 현대백화점에는 롯데몰이나 스타필드 같은 복합쇼핑몰 브랜드가 없다는 것이 약점으로 꼽혔다. 지난해 더현대 서울이 흥행에 성공했지만 전국적으로 더현대 브랜드를 사용하는 점포는 더현대 서울 한 곳밖에 없다. 신세계나 롯데와 경쟁하기 위해서는 점포를 늘려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광주는 신세계 입장에서도 포기할 수 없는 시장이다. 지역 '1번점(매출 1위 점포)'의 위상이 달린 일이기 때문이다. 현재 유통 3사(롯데·신세계·현대백화점) 중 롯데그룹과 신세계그룹이 광주시에 백화점을 두고 있지만 매출 규모는 차이가 있다. 각 사에 따르면 광주신세계백화점의 지난해 매출은 7652억 원, 롯데백화점 광주점은 3069억 원으로 두 배 이상 차이가 난다. 신세계그룹은 광주 내 사업 확장을 위해 2015년 광주신세계백화점 인근 부지에 복합쇼핑몰 건설을 추진하기도 했다. 당시 주변 소상공인들과 시민단체, 정치권 등의 반발로 결국 무산됐다.
아직까지 현대백화점과 신세계 모두 구체적인 계획을 발표하지는 않았다. 어느 쪽이 광주 복합쇼핑몰 대결에서 우위를 차지할지는 현재로서는 예상하기도 어렵다. 광주시와의 협의를 거쳐야 하는 등 여러 변수도 산적해 있다. 그렇지만 이번에는 정부 차원에서 광주 복합쇼핑몰 건설을 지원하고 있으므로 외부 반대로 복합쇼핑몰이 무산될 가능성은 낮다. 곽승용 국민의힘 부대변인은 지난 7월 6일 “광주광역시의 복합쇼핑몰 건립을 위한 적극적인 노력에 환영한다”고 밝히는 등 현재도 정치권에서 광주 복합쇼핑몰에 대한 관심이 크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2020년부터 옛 전남방직·일신방직 부지 개발과 관련해 협의를 했었다”고 전했다. 신세계프라퍼티 관계자는 “광주시와 협의를 해야 하는 등 다양한 논의가 필요하다”며 “현재로는 복합쇼핑몰을 준비하고 있다는 정도만 이야기를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밝혔다.
박형민 기자 godyo@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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