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하락폭 너무 커 뒷북 가능성도…긴축 완화 시그널 주목해야
#2년 전보다 늦었다…'뒷북' 될 수도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증시가 급락하던 2020년 3월 13일 정부는 6개월간의 공매도 금지를 발표한다. 당시 코스피 지수는 1771.44로 연초 대비 시가총액이 19.5%, 282조 원 줄어든 시점이었다. 공매도 제한 조치 이후에도 코스피는 더 하락해 3월 19일 1457선까지 밀린다. 시총도 181조 원이 더 줄어든다. 각국 정부가 각종 시장 대책을 내놓으면서 시장은 빠르게 반등했고 7월에는 2200선을 회복하며 연초 대비 플러스로 돌아선다. 공매도로 외국인과 기관의 매도 베팅 영향력이 줄어든 상황에서 개인 자금이 빠르게 유입된 덕분이다. 공매도가 재개된 2021년 5월 3일 코스피 지수는 3149였다.
올해 들어 7월 12일까지 코스피는 22% 이상 하락한 상태다. 이 기간 증발한 시총만 380조 원에 달한다. 2020년 급락장보다 기울기는 완만하지만, 낙폭은 더 크다. 올해 누적 공매도액은 61조 원이다. 2020년 1~3월의 공매도액은 25조 원이었다. 2년 전보다 공매도가 할퀴고 간 상처가 더 깊은 셈이다.
2020년 공매도는 외국인(13조 원)과 국내 기관(12조 원)의 합작이었다. 올해는 외국인 비중이 3분의 2로 훨씬 높다. 순매도 액수를 보면 2년 전이나 올해 모두 외국인과 기관이 2 대 1 정도로 비슷하다. 기관들이 그냥 주식을 내다 팔고 있다는 뜻이다. 공매도를 제한해도 기관들의 진성 순매도가 잦아들지 않으면 시장 안정 효과가 크지 않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코스피 주가순자산비율(PBR)은 0.9배까지 떨어졌다. 이미 기업들 순자산의 10% 정도가 줄어들 수 있음을 주가가 반영하고 있다는 뜻이다. 주가수익비율(PER)도 10배에 턱걸이한 상황이다. 주요국 대비 낙폭도 가장 크다. 이미 주가가 바닥에 가까워졌다면 공매도 제한 조치는 뒷북이 될 가능성이 높다.
정부는 최근 역내 외환시장을 24시간 열겠다고 공언했다. 지난 대통령 선거에서도 이슈가 됐던 MSCI 선진지수 편입을 위해서는 외국인의 시장 접근을 자유롭게 해야 한다. 공매도는 합리적 가격 발견 기능이 있다. 증시 안정 효과가 크지 않다면 공매도 제한조치는 자칫 실익 없는 규제가 될 수도 있는 셈이다.
#반등 실마리 관건…3분기 말 고비 전망
빌려서 판 주식은 일정 기간 안에 같은 주식으로 되갚아야 한다. 주가가 판 가격보다 높아지면 공매도한 입장에서 손해다. 2020년 3월 공매도 제한 조치 이후 시장이 반등하면서 빌린 주식을 되갚기 위한 외국인과 기관의 매수가 이뤄졌고, 코스피 사상 최고치 경신의 원동력이 됐다.
공매도 제한만으로는 지수를 끌어올릴 수 없다. 이미 주가가 충분히 하락했다면 반등 실마리를 잡아야 공매도 제한이 상승 탄력을 높이며 위력을 발휘할 수 있다. 2020년에는 경기부양으로 유동성이 풀리면서 그 힘으로 시장이 반등했다. 이번에는 반대로 시장에서 유동성이 줄어드는 국면이다. 인플레이션이 진정되고 중앙은행의 긴축이 완화돼야 시장 분위기 반전이 가능하다. 인플레이션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일단 끝이 나야 한다. 원자재 공급망이 정상을 되찾아야 물가가 안정되고 미국을 비롯한 각국 중앙은행들이 긴축을 완화할 명분이 생긴다. 구조적 변화가 필요해 단기적으로 형성되기 어려운 조건이다.
다만 현재의 긴축은 주가가 급락하면서 어느 정도 자산가격에 반영이 돼 있는 상태다. 그럼에도 시장이 불안해하는 이유는 긴축 상황이 이어지면서 드러날 각종 부실 때문이다. 금리가 상승하면 빚이 많은 기업과 가계의 부실이 드러날 수 있고 이는 부동산 등 실물경제에 타격을 주게 된다. 고금리 부담이 기업과 가계의 재무적 부담에 본격 반영되는 3분기 말 이후가 중요한 고비가 될 가능성이 크다.
최열희 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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