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적 드문 강원도 영월 비탈길 세상에서 가장 큰 '나뭇잎 밭'에서 풀과 함께 살아간다는 김지현 씨(35). 그녀는 관행 농법으로 농사를 시작했다. 그러나 지력이 약해져 매년 작황이 좋지 않았다. 농부도 덜 힘들고 땅도 건강해지는 방법이 없을까 고민하던 김지현 씨는 과감히 기존의 농법을 버리고 생태 농법을 택했다.
그러자 농사법을 바꾼 지 1년 만에 땅의 변화가 보였고 땅이 보답해주는 것 같아 고마움을 느꼈다는 김지현 씨. 그녀의 밭은 숲인지 밭인지 모를 정도로 풀이 무성하다. 천연 비료 역할도 해주고 천연 멀칭 효과도 주면서 큰 역할을 하는 풀들이 늘 고맙고 풀들과 함께 살아가는 방법을 배운다는 그녀의 행복한 밭을 들여다본다.
"고향에서는 아무것도 없다고 해도 위안을 느꼈어요. 제 직업 후보군에 농부는 없었어요. 농부가 되리라곤 상상도 못 했죠."
김지현 씨가 사는 강원도 영월은 그녀의 고향이다. 산으로 둘러싸인 이 동네는 어릴 적 그녀에게 그저 답답하기만 하고 항상 떠나고 싶은 곳이었다. 고향을 떠나 도시에서 치열하게 살던 김지현 씨는 본인이 농부가 되리라고는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그랬던 그녀가 그렇게도 떠나고 싶었던 고향으로 다시 돌아와 농사를 짓는 이유는 무엇일까.
"일도 나누는 거예요. 좋은 걸 나누는 것처럼 일도 같이하고 싶은 사람들과 함께 나누면 돼요."
김지현 씨가 가꾸는 나뭇잎 밭은 조용할 날이 없다. 귀농, 귀촌에 관심을 가지는 청년들이 늘고 있는 만큼 지현 씨의 밭에도 자연에서 일하고 싶어 하는 젊은이들로 북적인다.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좋은 걸 나눠주듯이 일도 같이하고 싶은 사람들과 나눠서 하는 거라 말하는 김지현 씨. 그녀의 밭에서 일을 나누는 건 비단 사람뿐만이 아니다. 청년 농부들과 함께 만든 일명 '꼬꼬 트랙터'를 이용해 닭들을 밭으로 데리고 오면 닭들은 제초가 필요한 구간의 풀을 먹으며 밭일을 돕는다.
사람, 동물, 식물 모두 함께 일을 나누는 지현 씨의 나뭇잎 밭은 각자의 역할을 하느라 늘 바쁘다.
김지현 씨에게 밭은 가장 건강하고 행복한 공간이다. 작물들은 농부의 발소리를 듣고 자란다는 옛 어르신들의 말마따나 그녀는 하루도 빠짐없이 밭을 찾는다. 매일 찾는 밭에서 귀뚜라미 울음소리를 배경음악 삼고 청명한 하늘을 조명 삼으며 명상에 잠기기도, 일하기도 하는 지현 씨.
그녀의 목표는 자연과 교감하는 농부가 되는 것이다. 자연과 점점 더 깊이 교감하여 '농사는 어떻게 해야 한다'는 강박으로 스스로 담금질하지 않아도 자연의 순리대로 신념을 잃지 않고 올바른 농사를 짓고자 하는 그녀는 오늘도 밭으로 향한다.
이민재 기자 ilyoon@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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