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 외곽 고택 싸게 사 집값의 2~3배 들여 수리 후 임대 ‘짭짤’…“건축기준법 등 잘 살펴야”
30대 직장인 여성 다무라 씨는 급여에만 의존하는 것에 불안감을 느껴 지난해부터 ‘빈집 투자’를 시작했다. 최근 리모델링이 완성된 곳은 가나가와현 요코스카시에 위치한 지은 지 59년 된 단층집이다. 도쿄 도심에서 60km 떨어진 곳으로 전철이나 버스를 타면 1시간 반이 걸린다.
다무라 씨는 이 물건을 200만 엔(약 2000만 원)에 매입해 600만 엔을 들여 리모델링했다. 월세 8만 엔에 빌려주면 1년에 96만 엔의 수입이 가능하다. 1년간 회수할 수 있는 비율, 즉 이율은 12%로 전망된다.
그녀가 특별히 신경 쓴 설비는 반려견이 마음껏 뛰어놀 수 있는 야외놀이터, 도그런이다. “반려동물과 자유롭게 주택에서 살고 싶다는 니즈를 파악해 반영했다”고 한다. 집세에 반려동물 한 마리당 3000엔의 추가비용도 생각하고 있다. 다무라 씨는 “반려동물을 키우는 젊은 부부가 입주하면 좋을 것 같다”는 바람을 내비쳤다.
빈집 투자에 대한 움직임이 확산되자, 개중에는 직장을 관두고 전업으로 임하는 사람도 생겨났다. 30대 남성 후카쓰 겐유 씨는 도쿄 도심에서 70km 떨어진 이바라키현 후루카와시를 거점으로 투자 중이다.
그가 매입하는 물건은 대부분 100만 엔 이하. 초기 비용을 줄이기 위해 직접 리모델링을 하고 있다. 건물의 강도를 유지하기 위해 기둥 등에는 일절 손대지 않는 것이 노하우라고 한다. 가령 20만 엔에 매입한 빈집의 경우 30만 엔을 들여 리모델링했다. 그리고 3만 5000엔에 월세를 놓아 1년 만에 84%를 회수했다. 후카쓰 씨는 “현재 관리하는 25채 가운데 20채는 임대가 완료돼 연수입이 1200만 엔이 넘는다”고 밝혔다.
투자의 대상이 되는 빈집들은 대부분 도쿄 도심에서 50km가량 떨어진 외곽에 위치하고 있다. 지금으로부터 50여 년 전. 고도 경제성장기(1955~1973년)에 진입한 일본은 많은 노동자들이 도시로 몰려들어 심각한 주택 부족난을 겪었다. 정부는 외곽에 집을 지어 공급했고, 주택 융자제도 등 ‘마이홈’ 정책을 추진했다. ‘내 집 마련’이 꿈이었던 서민들은 자녀 세대도 계속 거주할 것으로 여기고 너도나도 매입하게 된다.
하지만 50년 후, 예상을 깨고 자녀들은 집을 물려받지 않아 빈집은 계속 늘어가는 중이다. 베이비붐 시기(1947~1949년)에 태어난 단카이세대의 사망률이 올라갈 경우 빈집은 더욱 속출할 것으로 보인다. 노무라종합연구소는 일본의 빈집이 2033년에는 전체의 30.4%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여기서 빈집을 활용하려는 움직임이 시작됐다. 일례로 ‘전국고가(古家)재생추진협의회’는 매주 빈집 투자 투어를 개최하고 있다. 지역 건축공무소 및 부동산회사 등과 제휴해 중개에서 리모델링까지 빈집 거래를 도와준다. NHK에 의하면 “지금까지 협의회를 통해 약 1700여 건의 빈집 투자가 실현됐다”고 한다.
부동산해설가 나카가와 히로코 씨는 “지역의 건축공무소나 부동산 중개업체들이 빈집 투자에 참여하고 있다는 점이 주목할 만하다”고 전했다. 사실 빈집 재생 사업은 큰 이익으로 이어지지 않아 이른바 ‘큰손’은 발을 들이지 않는 경향이 있다. 그런 가운데 “지역의 공무소나 부동산업체가 참여함으로써 지역 내 돈이 순환되고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애초 빈집이 없어진다는 것 자체가 지역에 도움이 된다.
일본의 경우 부동산 투자가 오랫동안 인기를 유지해온 반면, 빈집이 주목받게 된 것은 최근 10년 정도다. 특히 젊은층은 근래 몇 년 사이 관심이 부쩍 늘었다. 그 배경에 대해 나카가와 씨는 “부동산을 둘러싼 격차사회와 미래에 대한 불안감”을 꼽았다. 도심 지역의 부동산은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게다가 은행에서는 돈을 빌려주지 않는다. 그렇다면 뭐가 있을까. 이때 눈에 띈 것이 ‘빈집’이라는 설명이다.
다만 투자 시 주의할 점도 있다. 나카가와 씨는 “건축기준법에 따른 안전한 물건인지 확인작업이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상태에 따라서는 집 수리비가 억대로 드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사회적 약자를 위한 주택지원의 형태로 빈집이 활용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주거지원 회사를 운영하는 마쓰모토 도모유키 씨는 빈집을 매입한 후 최소한의 리모델링을 거쳐, 최대한 저렴하게 임대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입주자들은 대부분 독거노인이나 저소득층으로 알려졌다. 고독사나 월세 체납을 이유로 일반 집주인과 부동산업체들이 꺼려 하는 이들이다. 마쓰모토 씨에 따르면 “코로나19 사태로 실직한 사람들의 문의도 늘고 있다”고 한다.
간사이 지역을 중심으로 약 120개의 물건을 보유하고 있으나 계속 공급이 따라가지 못하는 상태다. 마쓰모토 씨는 “빈집에는 다양한 가능성이 있다”면서 “투자 펀드나 금융기관으로부터 자금을 조달해 전국으로 사업을 전개해나가고 싶다”고 밝혔다. 최근 “마쓰모토 씨의 사업을 응원하고 싶다”며 출자 신청이 이어져 3550만 엔이 모이기도 했다. 그 자금으로 11채의 빈집을 새롭게 매입했고, 이후 주거 확보가 어려운 이들을 위해 쓰일 예정이다.
부동산해설가 나카가와 씨는 이러한 민간사업을 높이 평가했다. 실은 “빈집이 사회적 문제로 떠올랐을 무렵부터 지방공공단체도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었다”고 한다. 2017년 일본 정부가 ‘주택 안전망법’이라고 해서 일정 수준 이상의 임대주택을 고령자나 싱글맘 등 사회적 약자에게 지원하는 제도를 도입했고, 여기에 빈집을 활용하려고 했으나 잘되지 않았다. 나카가와 씨는 “빈집을 활용하면 지역과 사회 문제 해결로도 이어진다”며 “최근 일기 시작한 빈집 투자가 빈집을 줄이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는 소견을 더했다.
강윤화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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