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원진단키트 미국 유통 포기 배경은 ‘품질 문제’…양사 “상대방 탓” 주장, 1심은 셀트리온 승소
지난해 3월 셀트리온은 비비비를 상대로 63억 원을 반환하라는 선급금반환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비비비가 제품의 품질 개선에 실패한 데 따라 공동연구계약이 합의 해지됐으니, 이미 셀트리온이 지급한 63억 원을 반환하라는 것이었다. 올해 9월 1심 재판부는 셀트리온 손을 들어줬다. 같은 달 비비비가 항소하며 2심에 돌입한 상태다. 비비비는 2014년 설립된 의료기기 업체로, 초록뱀헬스케어가 비비비 지분 13.8%를 보유해 2대주주로 올라 있다.
#주목 받은 코로나19 항원진단키트의 미국 진출 무산
셀트리온과 비비비의 협업은 코로나19 상황에서 시장의 관심을 받았다. 셀트리온도 보도자료를 통해 적극 홍보했다. 2020년 6월 셀트리온은 비비비와 협업 관계를 구축, 셀트리온의 자체 코로나19 항체-항원 기술을 접목해 민감도를 높이고 20분 안에 결과를 확인할 수 있는 신속진단 항원진단키트(POCT, Point Of Care Testing) ‘샘피뉴트’의 공동개발을 완료했다며, 유럽 CE(유럽연합 통합규격) 인증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POCT는 현장에서 검체를 채취해 검사하고 휴대용 장비로 결과를 확인할 수 있는 진단기기다. 검체를 카트리지 안에 떨어뜨리면 검체가 카트리지에 있는 특이 항체와 접합한다. 이후 흔히 알고 있는 신속진단키트가 육안으로 결과를 식별한다면, POCT 제품은 카트리지가 삽입된 진단기기가 전기신호를 통해 바이러스 유무를 측정한다. 셀트리온은 시제품 테스트에서 샘피뉴트가 RT-PCR(역전사 중합효소 연쇄반응) 대비 95% 이상의 높은 민감도를 보여줬다고 밝혔다.
이어 2020년 8월 보도자료를 통해 셀트리온은 샘피뉴트에 대해 유럽보다는 미국 시장 진출을 우선시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미국 시장 수요가 더 높다는 이유다. 미국 FDA 긴급사용승인 절차를 거쳐 같은 해 10월 셀트리온은 샘피뉴트의 FDA 긴급사용승인을 획득했다. 11월에는 미국 자회사인 셀트리온USA가 미국 진단키트 전문 도매유통사인 ‘프라임 헬스케어 디스트리뷰터스(Prime Healthcare Distributors)’와 2100억 원 규모의 샘피뉴트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는 소식을 알렸다.
그런데 유통 계약 체결 발표 한 달 만인 2020년 12월, 셀트리온은 샘피뉴트 대신 휴마시스와 공동 개발한 코로나19 항원신속키트 ‘디아트러스트’를 셀트리온USA를 통해 프라임 헬스케어 디스트리뷰터스에 독점 공급한다고 발표했다. 자연스럽게 샘피뉴트를 공동 개발한 셀트리온과 비비비 사이의 계약은 해지됐다. 그 이유로는 “대량 생산을 위한 추가적인 설비 확충에 장기간이 필요한 만큼 현재 수요에 보다 즉각적으로 대응한다는 차원에서 디아트러스트에 대한 신규 공급계약을 체결했다”고만 밝혔다. 이후 별도의 구체적인 언급은 없었다.
#품질 문제 둘러싼 갈등…양사는 원인으로 상대방 지목
셀트리온과 비비비가 소송에 이르게 된 배경의 중심에는 샘피뉴트의 품질 문제가 있었다. 셀트리온이 공급한 S항체를 탑재한 샘피뉴트의 1차 임상시험 민감도는 94.4%, 특이도는 100%였다. 그런데 2020년 8월 진행된 2차 임상시험에서는 민감도 54%, 특이도 82.9%, 2020년 11월 진행된 3차 임상시험에서는 민감도가 19%, 특이도가 93%로 나타난 것이다. 민감도는 양성을 양성으로 판단하는 정도, 특이도는 음성을 음성으로 판단하는 정도다. 즉 민감도는 감염자를 찾아내는 정확도, 특이도는 비감염자를 찾아내는 정확도에 대한 기준이다.
품질 미흡은 제품 공급에 차질을 줄 수밖에 없었다. 판결문에 따르면 2020년 10월 미국 FDA로부터 긴급사용승인을 받을 시 2021년 2월까지 FDA가 동의하는 임상평가 연구 결과를 제출하는 조건이 있었다. 업계에 따르면 코로나19 POCT 항원진단키트의 FDA 긴급사용승인 기준은 민감도는 80%, 특이도는 99%다.
코로나19 항원에 결합하는 항체를 공급하는 역할을 담당한 셀트리온은 비비비에 2020년 11월 내로 품질을 개선할 것을 독촉했다. 비비비는 셀트리온으로부터 항체 물질을 공급받아 진단카트리지 및 완제품 제작을 담당했다. 그러나 제품 품질이 개선되지 않고 완제품 생산 및 공급 일정이 지연되자 셀트리온은 2020년 12월 비비비에 공문을 통해 공동연구계약 해지를 통보했다. 이에 따라 이미 지급이 완료된 선급금을 반환할 것을 요구했는데 비비비가 이에 응하지 않자 소송에 이른 것으로 풀이된다.
재판에서는 미흡한 품질의 원인을 두고 양측이 대립했다. 셀트리온은 제품 연구개발과 임상시험 진행 및 관리, 완제품 제작 등을 담당한 비비비에 제품 품질에 관한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비비비는 셀트리온이 공급한 항체가 문제일 수 있다고 맞서며, 계약 해제 통보가 부적합하다고 주장했다. 실제 비비비는 지난해 1월 셀트리온으로부터 공동연구계약 해제통보를 받고 선급금 반환청구 소송을 제기 당하기 전, 1차 임상시험에 사용된 항체와 3차 임상시험에 쓰인 항체가 같다고 볼 과학적 자료를 셀트리온에 요청했다.
재판부는 셀트리온의 손을 들어줬다. 1심 재판부는 비비비가 적합한 품질의 장비를 제조, 공급하는 데 실패함에 따라 공동연구계약이 적법하게 해제됐다고 보고, 선급금 전액과 이자 그리고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셀트리온이 공급한 항체가 부적합한 품질의 원인이었다는 비비비의 주장에 대해 재판부는 “공동연구계약이 합의해지됐다고 통보하자 2020년 12월 처음으로 항체 품질에 관한 문제를 언급한 것으로 보이고, 그 이전까지는 셀트리온 측에 항체의 일관성과 품질이 유지되고 있는지 여부에 대해 문제를 제기한 적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며 “이에 대해 중소업체인 피고가 대기업인 원고에게 이의를 제기하는 것이 어려웠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피고가 완제품을 생산 및 공급하기 위해서는 원고가 하자 없는 항체를 필수적으로 공급해야 하는데, 피고가 중소업체라서 S항체의 품질에 관해 이의를 제기할 수 없었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일단 비비비가 항소하며 소송은 2심에 돌입했다. 진단키트 업계 한 관계자는 “결국 완제품을 만드는 제조사가 제품의 구조나 품질에 대한 문제를 제대로 관리했어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비비비 입장에서는 끝까지 다퉈야 하는 상황이다. 비비비의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은 약 73억 원에 불과하다.
이와 관련, 셀트리온 관계자는 “현재 진행 중인 건으로 구체적으로 말씀드릴 수 있는 사안이 없다”고 말했다. 비비비 관계자는 “원활하게 제품 생산 및 개발이 이뤄지지 않는 상태다. 소송 관련해 특별히 말씀드리기 힘들다”라고 했다. 비비비를 대리하는 법무법인 측도 “소송 진행 중인 사안이라 더 설명드릴 수 없다”라고만 답했다.
김명선 기자 seon@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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