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 30일 새벽 긴급회의·31일 현장점검 후 ‘국가 애도기간’ 지정…여야 사고수습 초당적 협력 한목소리
윤석열 대통령은 10월 29일 서울 이태원에서 다수의 인명피해가 발생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즉각 안전 컨트롤타워를 가동한 것으로 전해진다. 앞서 윤 대통령은 지난 8월 중부지방을 강타한 집중호우로 인한 재해 때 제대로 대응하지 못해 ‘자택 전화 지시’ 논란을 불러일으킨 바 있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1차·2차 긴급지시에 이어 긴급상황점검회의를 주재했다. 윤 대통령은 10월 29일 밤 11시 30분쯤 1차 지시를 통해 “행정안전부 장관을 중심으로 모든 관계부처 및 기관에서는 피해 시민들에 대한 신속한 구급 및 치료가 이뤄질 수 있도록 만전을 기하라”며 “경찰청, 지자체 등에서는 전국 일원에서 치러지고 있는 핼러윈 행사가 질서 있게 진행될 수 있도록 행사장에 대한 안전점검 및 안전조치를 신속하게 실시해 달라”고 당부했다. 첫 사고 신고가 접수돼 구급차가 출동한 지 1시간여 만이다.
이어 30일 0시 15분쯤 2차 긴급 지시를 통해 “보건복지부는 응급의료체계를 신속하게 가동해 응급의료팀(DMAT) 파견, 인근 병원의 응급병상 확보 등을 속히 실시해달라”고 지시했다.
30일 새벽 1시에는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나와 위기관리센터에서 긴급상황점검회의를 주재했다. 윤 대통령을 포함해 김대기 비서실장, 한오섭 국정상황실장, 김은혜 홍보수석 등이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의에서는 이태원 사고 현장 상황보고와 신속한 사태 수습을 위한 대책 등이 논의됐다고 한다.
윤 대통령은 새벽 2시쯤 김광호 서울경찰청장에 전화를 걸어 사고 현장 소개와 구급차 이동을 위한 교통 통제 등을 지시했다. 40분 뒤에는 정부서울청사 상황실로 이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를 열어 “신속한 신원 확인 작업을 진행하라”고 당부했다.
윤 대통령은 10월 30일 오전 9시 45분 ‘이태원 참사’ 관련 대국민담화를 가졌다. 윤 대통령은 “정말 참담하다. 어젯밤 핼러윈을 맞은 서울 한복판에서 일어나서는 안 될 비극과 참사가 발생했다”며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책임지는 대통령으로서 마음이 무겁고 슬픔을 가누기 어렵다. 정부는 오늘부터 사고 수습이 일단락될 때까지 ‘국가 애도기간’으로 정하고 국정의 최우선 순위를 본 건 사고의 수습과 후속조치에 두겠다”고 발표했다.
윤 대통령은 “먼저 장례지원과 아울러 가용 응급의료체계를 총 가동해서 부상자에 대한 신속한 의료지원에 만전을 기하겠다”며 “관계 공무원을 일 대 일로 매칭시켜서 필요한 조치와 지원에 빈틈이 없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또한 “무엇보다 사고원인의 파악과 유사사고의 예방이 중요하다. 본 건 사고의 원인을 철저하게 조사해서 향후 동일한 사고가 재발하지 않도록 근본적으로 개선하겠다”며 “행안부 등 관계부처로 하여금 핼러윈 행사뿐만 아니라 지역 축제까지 긴급점검을 실시하고 질서 있고 안전하게 진행되도록 철저하게 관리하겠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불의의 사고로 돌아가신 분들의 명복을 빈다. 부상 입은 분들이 빨리 회복되길 기원한다. 아울러 소중한 생명을 잃고 비통해할 유가족에게도 깊은 위로를 드린다”고 덧붙였다.
그 후 윤 대통령은 오전 10시 참사 현장인 이태원 골목을 찾아 눈으로 확인하고, 곧바로 정부서울청사 상황실에 설치된 사고수습본부에서 회의를 주재한 것으로 전해진다. 회의에서는 관계기관으로부터 사고 원인과 사상자 규모 등에 대해 거듭 보고받고, 범정부 차원의 후속 조치를 논의했다.
한덕수 국무총리 역시 정부서울청사에서 긴급 현안 브리핑을 열어 “대통령 지시에 따라 11월 5일 24시까지 국가 애도기간으로 정해 사망자에 대한 조의를 표하기로 했다”며 “서울시내 합동 분향소도 설치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서울시 용산구를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하고, 사망자 유족에게 위로금, 부상자에게는 치유지원금 등 지원을 하기로 했다.
극한 대립을 보이던 여야도 이번 참사에서는 모든 정치일정을 중단하고 한 목소리를 내는 모양새다. 국민의힘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은 30일 국회에서 긴급 비대위 회의를 열어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책임진 정부여당의 한 책임자로서 뭐라 드릴 말씀이 없다. 사상자 중에는 휴일에 핼러윈 축제를 즐기러 나갔던 꽃다운 젊은이들이 많았다. 참으로 가슴이 멘다”며 “참담한 이번 사고로 사랑하는 가족을 잃은 많은 분께 깊은 위로의 말씀을 전한다”고 밝혔다.
정 위원장은 “정부여당은 사고 수습과 사상자 대책 마련에 최선을 다하겠다. 국민 여러분, 이 위난을 극복하는 데 함께해주시기를 바란다”고 호소했다. 이어 “한 사람의 생명이라도 더 살릴 수 있도록 역량을 집중해 달라”며 “불요불급한 행정적인 보고와 불필요한 현장 방문이 구호활동과 사고수습에 지장이 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또한 국민의힘은 윤 대통령이 이번 사고 수습을 국정의 최우선 순위로 둔 만큼, 당초 이날 오후 개최 예정이던 ‘제6차 고위당정협의회’를 취소했다. 이날 고위당정협의회에서는 ‘레고랜드 사태’로 촉발된 금융시장 불안 상황 점검 및 관련 대응책을 논의할 계획이었다.
더불어민주당도 참사 수습에 힘을 모으겠다고 밝혔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국회에서 긴급 최고위원회의를 가진 뒤 “사고 원인 규명과 재발 방지 대책도 중요하지만, 지금은 무엇보다 사고 수습에 만전을 기할 때”라며 “정부의 사고 수습과 치유를 위한 노력에 초당적으로 적극 협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재명 대표는 “일어나서는 안 될 참혹한 일이 일어났다”며 “피해자들에게 죄송하다. 희생자들의 명복을 빌고 유가족들에게 위로 말씀을 드린다. 부상자들은 빠르게 회복되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중간에 울먹이는 듯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민주당은 이 대표가 초당적 협력을 강조한 만큼, 이날 당초 정쟁문구가 적힌 배경판을 흰 천으로 가리고 회의를 진행했다. 또한 거리에 걸어둔 정치구호성 현수막도 철거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각 당은 의원들에게도 모든 정치일정을 중단할 것을 요청했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소속 의원들의 지역구 활동은 물론, 모든 정치활동·체육활동을 중단할 것을 긴급공지했다. 박홍근 원내대표 역시 소속 의원과 당 소속 지자체장들에게 축제성 행사 취소 및 사적모임과 음주, 취미활동 자제를 당부했다.
사고 현장의 관할 지자체장인 오세훈 서울시장은 참사 당시 유럽 출장을 수행 중이었다. 오 시장은 참사 소식을 보고 받고 급거 귀국길에 올랐다.
오 시장은 프랑스 스페인 등에서 도시 녹지 생태계, 폭우 피해를 막기 위한 유럽 최대 빗물저류조 등을 시찰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오 시장은 10월 29일 오후 4시 20분쯤(현지시각) 네덜란드 로테르담에서 최태영 소방재난본부장에게 이태원 사고 현황을 유선으로 보고 받았다고 전해진다.
이후 오 시장은 일정을 전면 중단하고 귀국하기로 결정했다. 그는 사고 발생 사실을 보고받은 직후 김의승 서울시 행정1부시장과 통화해 “조속히 사고수습본부를 설치하고 신속한 사고 수습에 최선을 다해달라”고 지시했다.
문재인 전 대통령 역시 자신의 SNS를 통해 “차마 믿기지 않는 소식이다. 너무나 비통한 일이다”라며 “참변으로 말할 수 없는 고통과 상심을 겪고 계실 사상자들과 가족들께 깊은 애도와 위로를 보내며 부상자들의 빠른 회복을 빈다”고 밝혔다. 이어 “정부를 중심으로 조속한 사고 수습을 기원한다”고 당부했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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