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X에 자체 코인 상장시킨 컴투스 주가 폭락…위메이드·카카오게임즈·넷마블 등도 곤란한 처지
실제로 FTX에 자체 코인 엑스플라(XPLA·옛 C2X)를 상장한 컴투스의 주가는 최근 폭락했다. 국내 P2E 선구자로 불렸던 위메이드는 자체 발행 코인인 위믹스(WIMIX)가 투자유의종목에 지정됐다. 보라(BORA)를 발행한 카카오게임즈, 마브렉스(MBX)를 선보인 넷마블 등도 전망이 암울하기는 마찬가지다. 게임의 본질적 경쟁력을 도외시하고 유행에 편승한 기업들이 대가를 치르고 있다는 비판이 이어진다.
#FTX 파산 소식에 주가 폭락한 컴투스
FTX는 지난 11월 11일(현지시각) 미국에서 파산 신청을 위한 절차에 착수했다. 다음 거래일인 지난 11월 14일, 컴투스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14.74% 하락한 6만 1900원에 마감했다. 이날 한때 컴투스 주가는 6만 1500원까지 내려가 52주 신저가를 경신했다. 컴투스홀딩스의 주가 역시 지난 14일 11.7% 하락한 4만 2250원에 마감했다. 컴투스그룹에게는 최악의 하루였다.
컴투스 주가 폭락 원인으로는 자체적으로 발행한 코인 ‘엑스플라’가 꼽힌다. 컴투스는 지난 3월 엑스플라의 전신인 C2X를 FTX에 상장했다. 세계 3위 가상자산 거래소인 FTX에 자체 발행 코인이 상장됐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컴투스 실적에 대한 기대감도 높아졌다.
C2X는 첫 상장 당시 ‘테라·루나 사태’로 널리 알려진 테라 블록체인 기반으로 발행됐다. 테라·루나 사태가 지난 5월 발생한 후에는 자체 메인넷(블록체인 프로젝트를 실제 출시해 운영하는 네트워크)을 구축하면서 이름을 C2X에서 엑스플라로 바꿨다. 엑스플라로 이름을 바꾼 후 첫 거래는 10월 21일에야 시작됐다. 이후 채 한 달이 되지 않아 FTX가 무너진 것이다.
컴투스는 급히 진화에 나섰다. FTX에 묶인 엑스플라는 3200만 개로 총 발행량의 1.6%에 불과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실제 피해는 더욱 클 전망이다. FTX 파산 시점의 엑스플라 실 유통량은 약 8500만 개에 불과했다. 이를 기반으로 추산하면 엑스플라 유통량의 37%가량이 FTX에 묶여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금액으로는 FTX 파산 직전 기준 200억 원 상당이다.
컴투스 측은 “FTX에 직접 투자한 바가 없어 재무적 손실은 전혀 없다”며 “FTX 사태와 관련해 다양한 지원책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른 시일 내에 FTX에 묶인 코인을 돌려받을 가능성은 희박할 전망이다. FTX는 파산 선언 직후 해킹을 당해 6200만 달러(약 820억 원) 상당 암호화폐가 유출되는 등 내홍을 겪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출시 예정인 P2E 게임에 있다. 컴투스는 ‘서머너즈워: 크로니클’ P2E 버전의 글로벌 출시를 앞두고 있다. 코인과 게임을 연결하겠다는 계획이 시작부터 삐거덕거린 셈이다. IT업계 한 관계자는 “FTX가 불과 4일 만에 붕괴됐고 부채 규모 또한 66조 원에 달하는 등 파장이 크다”며 “당장 묶인 코인을 회수할 수 있느냐 여부를 떠나 코인 생태계 전반이 붕괴되면 그간 준비한 블록체인·P2E 게임 사업까지 연쇄적으로 무너질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고 전했다.
#코인 기반으로 성장한 위메이드
국내 P2E 게임 열풍의 시발점인 위메이드도 난처한 상황에 놓여 있다. 위메이드는 FTX 사태와 별개로 자체 발행 코인 위믹스의 허위 공시 논란을 겪고 있다. 업비트, 빗썸, 코인원, 코빗 등 국내 주요 가상자산거래소 공동연합체인 닥사(DAXA)는 지난 10월 27일 위믹스를 투자유의종목으로 지정하고 거래를 일시 정지했다. 위메이드가 밝힌 위믹스 유통량과 실제 유통량이 다르다는 판단에서다.
투자유의종목 논란이 아니더라도 코인에 대한 부정적 상황은 위메이드 입장에서 반가울 리 없는 소식이다. 위믹스의 가격은 지난해 2만 원 후반대까지 올랐지만 최근에는 2000원대에 거래되고 있다. 위메이드는 2020년까지 수년 연속으로 적자를 기록해왔다. 그러다가 지난해 흑자전환에 성공했는데 이는 위믹스와 연계해 출시한 ‘미르4’의 P2E 버전 덕분이라는 평가다. 위믹스 가격이 상승하자 이를 판매해 실탄으로 활용하기도 했다. 위메이드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973억 원이었지만 당기순이익은 3066억 원에 달했다.
코인을 기반으로 한 회계 논란도 나온다. 위메이드는 올해 3월 지난해 매출을 5605억 원에서 3372억 원으로 정정공시했다. 위믹스를 매각해 현금화한 2555억 원을 매출로 계산했다가 부채로 정정했기 때문이다. IT업계 다른 관계자는 “위메이드는 위믹스 유동화로 수익을 내고 있을 뿐 아니라 게임 자체도 위믹스 ‘채굴’과 직접적으로 연계돼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위메이드 측은 코인 가격 하락이 실적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다고 주장한다. 위메이드 관계자는 “게임을 충실히 서비스하고 있고, 글로벌 서비스 등 준비하고 있는 것이 많다”며 “실적에는 복합적인 요인이 있어서 최근 코인 상황과 적자폭을 연결 짓기는 어렵다”고 전했다.
#카카오게임즈·넷마블의 코인 가치도 줄줄이 하락
카카오게임즈와 넷마블 등 자체 코인을 발행하고 P2E 시장 진출을 선언했던 게임사들도 곤란한 처지인 것은 마찬가지다. 카카오게임즈는 최근 3분기 실적발표에서 “보라 사업을 로드맵에 따라 진행하고 있다”며 “올해 내 ‘버디샷’ ‘보라배틀’ 등 P2E 게임 글로벌 서비스를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보라의 가치가 폭락해 실제 게임이 출시돼도 유의미한 성과를 거두기는 힘들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보라 코인은 지난해 11월 국내 거래소에서 1980원에 거래됐지만 FTX 파산 직후 200원 사이를 오가고 있다. 1년 사이 10분의 1이 된 것이다.
올해 초 자체 코인 마브렉스를 선보인 넷마블의 전망도 암울하다. 마브렉스는 첫 등장 직후 8만 원 이상에 거래됐지만 현재 가격은 2000원 대에 불과하다. 넷마블은 지난 11월 14일 P2E 게임 ‘킹 오브 파이터 아레나’를 글로벌 출시했지만 초반 반응이 미적지근하다.
게임업계에서는 본업을 떠나 블록체인으로 ‘외도’에 나섰던 게임사들이 혹독한 대가를 치르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해외에서 P2E 게임이 인기를 끌고 코인 가격이 급등하자 깊은 고민 없이 관련 사업에 뛰어들었다는 것이다. 실제 글로벌 시장에서 P2E 게임 유행을 이끈 게임 ‘엑시인피니티’의 월 실사용자(MAU)는 올해 1월 280만 명에 달했지만 10월 들어서는 70만 명으로 줄었다. 엑시인피니티로 벌어들일 수 있는 코인 가격이 95% 이상 하락해 게임을 할 이유가 사라진 탓이다.
IT업계 또 다른 관계자는 “P2E 게임은 게임 자체의 재미보다는 코인과 연계해 돈을 벌 수 있다는 점에서 인기를 끌어왔다”며 “재미있는 게임으로 이용자를 끌어들이기보다는 빠르게 양산형 게임을 만들고 자체 발행한 코인을 풀어 단기 수익을 올리는 데 급급했던 게임사들이 유동성 거품이 걷히자 그 대가를 치르고 있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민영훈 언론인
박형민 기자 godyo@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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