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번 전시는 근작들이 가진 무거운 색감과 힘을 뺀, 상대적으로 평면 캔버스 구조를 강조한 최근작들을 대비하여 보여준다. 조명 고도를 낮추어 캔버스 프레임에 초점을 맞추면 요철 캔버스(modeling made canvas)가 만들어 낸 주름(골)이 뚜렷해지며 바랜 색이 나온다. 장희진 회화는 캔버스에 머무르지 않고, 구조로서 깊이와 평면으로서 넓이를 아우르며 색의 이면, 천착한 삶을 사유한다.
장희진 작가가 자유로운 추상 회화를 선택한 건 필연적이란 얘기가 있다. 장 작가 외할아버지 고 김기린 작가는 프랑스 유학파 출신으로 한국 추상 회화의 선구자적 위치에 있었다. 장 작가는 서울에서 태어나 선화예중, 예고를 졸업하고 중앙대학교에서 회화를 전공, 동 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받았다. 장 작가는 2002년부터 2022년까지 17회 개인전과 독일, 스위스, 뉴욕, 싱가폴, 중국, 대만 등 해외 아트페어와 기획전 등을 참가하였고, 오직 작가 손과 시간으로 만들어진 모델링 페이스트로 만든 표면 요철을 시그니처로 20여 년간 활동하고 있는 전업 작가다.
장희진 작가는 자신 작업 과정을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장 작가는 “먼저, 회화 베이스를 만들기 위해 캔버스에 특수 제작한 물결모양 대형 곡선자를 이용하여 9mm 간격 라인을 치고, 라인을 따라 0.4mm 라인 테이프를 붙인 뒤 그 위에 나이프를 사용하여 모델링 페이스트를 수십 차례 펴 발라 올리기를 반복한다. 매체 표면이 적당히 마르면 그 위에 다시 얇게 펴 바르기를 반복하는 지난한 노동 과정을 48시간 정도 지속한다. 이 과정을 거쳐 캔버스 모델링 표면층이 0.5mm 정도 두께가 되었을 때 하루를 건조한 후, 라인 테이프를 조심스럽게 떼어낸다. 이렇게 하면 라인 테이프와 함께 떼어진 부분은 음각이 되고 나머지 부분이 양각되는데, 이렇게 내 작품 특징적 기본 베이스인 요철면 캔버스가 제작되는 것이다. 이후 수십 차례 사포질과 다듬기, 그리고 베이스 칠을 해서 화면 베이스를 완성한다. 이렇게 완성된 모델링 요철 면 위에 그림을 그리는데, 특별한 점은 작품 이미지가 나무 혹은 숲 형태를 그려내는 것이 아니라 실재 사이사이에 존재하는 빈 곳 즉 여백, 혹은 허공을 그린다는 점이다”
김태현 기자 to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