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혼자 사는 여성의 집에 초대받지 않은 한 남자가 몰래 들어왔다. 처음엔 그 남자의 단순 절도인 줄로 생각했다. 하지만 수사 과정에서 충격적인 사실이 밝혀졌다.
사실 그는 그 여성을 쫓아다니던 스토커였던 것. 게다가 이 사건 뒤에는 숨겨진 한 사람이 더 있었다.
도수치료사로 10년 넘게 일한 박민주 씨(가명). 그녀는 지난해 자신이 일하는 병원에서 치료사와 환자 관계로 김승태(가명)를 처음 만났다. 환자였던 그는 언젠가부터 선을 넘기 시작했다고 한다.
원하지도 않는 선물을 건네는 것부터 시작해 민주 씨에게만 치료 예약을 집착하는 등 계속해서 그녀와의 만남을 시도했고 급기야 집 근처에서 밤늦게까지 기다리며 만나달라고 떼쓰기까지 했다. 하지만 더 놀라운 사실은 경찰 조사를 통해 밝혀졌다.
김승태(가명)는 지난 6월부터 사건이 일어난 8월까지 집요하게 민주 씨를 따라다니며 몰래 그녀의 집에 침입하고 스토킹하기까지 했다. 그의 메모장에는 민주 씨의 출퇴근 시간부터 샤워 시간을 넘어 개인의 사적인 건강 상태까지 빼곡하게 기록되어 있었다.
민주 씨의 속옷으로 변태적인 행동까지 했다는 김승태. 도대체 그는 왜 이런 행동을 했던 걸까.
사실 김승태의 뒤에는 그의 엄마가 있었다. 우연히 민주 씨에게 치료받은 후부터 그녀를 며느릿감으로 점지하고 내원할 때마다 음식을 챙겨주는 등 과도한 관심을 표현했다. 나중엔 신내림 받은 스님을 데리고 와 궁합까지 볼 정도로 민주 씨를 향한 김승태 엄마의 집착은 점점 더 심해져 갔다.
한 여자를 둘러싼 모자의 엽기적인 행각. 대체 두 사람은 왜 이렇게까지 민주 씨에게 집착했던 걸까. 1심에서 스토킹과 주거침입 등 혐의가 인정되어 징역 2년을 선고받은 김승태는 판결에 불복해 최근 항소를 준비하고 있다고 한다.
지금까지 이룬 모든 걸 포기 해야 하는 민주 씨는 앞으로 본인과 관련된 정보를 서서히 지워나갈 거라며 정든 거처를 포기하고 이사했다. 가해자를 피해 앞으로 살아갈 궁리를 해야 하는 피해자의 현실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보고자 한다.
이민재 기자 ilyoon@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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