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고 듬직한 산세를 자랑하는 경상북도 청도군 장육산 중턱에는 산사나이 오호환 씨(54)가 살고 있다. 그는 산중에서 갖은 약초를 캐고 표고버섯을 키우는데 표고버섯 중에서도 버섯갓에 꽃이 핀 모양을 한 '화고버섯'이 그의 주 농작물이다.
누가 봐도 약초꾼처럼 보이지만 10년 전만 해도 그는 특1급 호텔 양식 부문 메인 셰프였다. 번듯한 직업을 포기하고 해발 600m에서 제2의 인생을 꾸린 그의 곁을 지키는 건 반려견 '흰둥이'이다. 9년 전 경주에 있는 지인을 통해 입양한 풍산개다.
고무신 만할 때 데려온 강아지가 지금은 몸무게 45kg의 대형견이 됐다. 외모부터 듬직하지만 실제로도 멧돼지와 맞붙어 싸울 만큼 씩씩한 성격에 호환 씨는 웬만한 보디가드도 안 부럽다 말한다.
'단짝, 보디가드, 친구' 등 흰둥이를 향한 수식어는 하나같이 특별하다. 그런 녀석을 위해 호환 씨는 직접 요리를 해준다. 오늘도 흰둥이를 위해 꺼내든 식재료는 살 두툼하게 붙은 돼지고기. 부들부들하게 삶아 수육으로 해줄 참인데 삶아서 그냥 주는 법이 없다.
전직 요리사답게 집 앞에서 초록의 겨울초, 향이 좋은 솔잎 등을 따 멋지게 장식을 해주는 것. 그렇게 흰둥이를 위한 산중 '개'스토랑이 문을 열었다.
강아지였을 때 흰둥이는 호환 씨 집 근처 산을 놀이터 삼아 뛰어 놀았다. 그러나 성견이 된 지금은 대형견 중에서도 한 덩치 하는 탓에 자칫 등산객과 마주치면 놀랄 일이 생길 수도 있어 자유롭게 풀어주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대신 목줄을 20미터로 길게 해놓고 행동반경을 넓혀줬다.
하지만 그것조차 늘 마음에 걸리는 호환 씨. 시간이 날 때마다 산이 아닌 새로운 장소로 녀석을 데리고 가는데 오늘은 바다를 찾았다. 일부러 사람이 없는 아침 일찍 가서 흰둥이와 함께 모래사장을 달리며 둘만의 추억을 쌓는다.
호환 씨가 지금의 장육산에 정착한 결정적 이유는 표고버섯 농사에 최적의 토질을 가졌기 때문이다. 시중에서 구입한 식재료로 요리를 하던 셰프 시절과 달리 직접 농사지은 식재료로 '나만의 요리'를 하는 게 꿈이었다고. 특히 표고버섯은 일반인들이 맛볼 수 있게 지역 마트에 납품하고 있다.
산중 셰프 호환 씨와 듬직한 단짝 흰둥이의 맛있는 산골 생활을 만나본다.
이민재 기자 ilyoon@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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