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라북도 고창군의 공기 좋고 한적한 시골 마을. 이곳에는 다섯 마리의 특별한 반려견들과 행복한 삶을 꾸린 박민정 씨(43)가 살고 있다. 민정 씨가 연고도 없는 고창에 자리 잡은 건 5년 전.
수도권에서 활동량이 많은 견종으로 유명한 보더 콜리인 '마야'와 '마크'를 키우고 있던 민정 씨는 마야와 마크가 지내기에 도시가 적합하지 않다는 생각에 귀촌을 결심했다.
귀촌할 때만 해도 마야와 마크 둘뿐이었지만 이 둘이 사랑의 결실을 맺으면서 첫째 '보담', 둘째 '미르', 막내딸 '티나'가 태어나 총 다섯 마리의 대가족을 꾸리게 된 것.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이 금쪽이들에게는 남다른 재능이 있다고 한다.
8년 전 지인에게서 데려온 보물 같은 단짝 '마야'. 새끼 때부터 또래 반려견들과는 다르게 무언가 특별했단다. 겨우 네 발로 걷게 된 강아지 시절 마야는 '손 주기' 훈련을 단 4번 만에 해냈고 단어를 인지하는 능력과 상황을 파악하는 능력이 뛰어나 자타공인 '천재견(犬’)'으로 자라왔다고.
빈 물병을 물고 가 쓰레기통에 버리거나 자기가 먹은 밥그릇을 스스로 개수대에 갖다 두기까지 이런 마야를 쏙 빼닮은 마야의 새끼들 역시 똑똑한 두뇌에 남다른 활동량을 자랑한다. 이기적인 유전자를 가진 마야네 일상은 과연 어떨까.
반려견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기 위해 민정 씨는 직업도 포기했다. 남들이 부러워하는 반도체 회사를 과감히 그만두고 반려동물과 관련한 일을 이것저것 해보다가 정착한 건 반려동물 음식을 만드는 일. 지금도 집 옆 작은 건물에서 반려동물 전용 음식을 만드는 공방을 운영하고 있다.
그리고 조리 수업이 있을 때마다 민정 씨의 곁을 지키며 조수 역할을 착실히 수행하는 건 마야의 남편인 '마크'. 귀여운 외모로 수강생들의 마음을 사르르 녹이는 것은 기본 수강생들이 만든 음식을 직접 맛보며 평가(?)하기까지 오늘 수업에서 만들 음식은 반려견 전용 김밥. 조수로서 체통을 지켜야 하건만 완성되어가는 음식을 보며 침을 뚝뚝 흘리기 시작하는 마크. 과연 마크는 수업이 끝날 때까지 얌전히 조수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을까.
사랑까지 똑소리 나는 민정 씨와 마야네 이야기를 만나본다.
이민재 기자 ilyoon@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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