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명절이 다가올 때면 한 번쯤 '고향'이라는 말을 떠올리게 된다. 부르는 이도, 듣는 이도, 가슴이 먹먹해지는 그 소리. 고된 일을 하며 부르던 노동요이자 만남과 이별을 이야기하는 사랑 노래로 때로는 가혹한 현실에 대한 저항심과 한의 노래로 마음의 고향이 되어줬다.
크고 작은 고난과 역경의 시기를 함께해온 아리랑. 신명으로 넘고 맛으로 넘고 아리랑과 함께 삶의 고개를 넘어온 이들의 밥상을 만나본다.
보배로운 섬. 진도의 겨울은 바다도 땅도 제철 맞은 산물들을 거두느라 쉴 틈이 없다. 요즘 들녘에선 봄동 수확이 한창이라는데 구성지고 흥겨운 진도아리랑 한 가락에 허리 한번 펴고 숨을 고른단다.
육지와 떨어진 섬인 데다 겨울에도 쉴 수 없을 만큼 일이 많아 고됐어도 땅과 바다가 내어준 풍요로움 덕분에 마음은 넉넉했다. 밭에서나 집에서나 늘 들을 수 있던 구성진 가락에 그때 그때 얹던 넋두리들은 시린 몸과 마음을 달래주었다.
겨울 바람 이겨내고 자란 봄동은 지금이 제맛 양념에 쓱쓱 흥겨운 아리랑 가락에 봄동 무치는 솜씨가 거침없다. 소갈비살과 듬북(뜸부기)를 넣은 소갈비듬북국은 명절이나 큰일 치를 때 진도에서 빠질 수 없다. 좋은 재료에 내공있는 손맛이 더해져 두말할 필요가 없는 맛이다. 일을 하면서도 밥을 하면서도 늘 함께해온 아리랑에 온갖 시름을 달랜 진도의 겨울 밥상이다.
이민재 기자 ilyoon@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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