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표는 1월 10일 수원지검 성남지청에 출석한 데 이어 28일엔 서울중앙지검에 나가 조사를 받았다. 이재명 지사는 검찰 조사에서 각각 준비한 6쪽, 33쪽 분량의 서면 진술서를 제출하고는 ‘진술서 내용으로 갈음한다’며 사실상 진술을 거부했다.
현재 이재명 대표가 받고 있는 혐의는 크게 두 가지다. 성남지청이 다루고 있는 성남 FC 후원금 관련 제3자 뇌물공여와 서울중앙지검의 대장동 및 위례신도시 개발 의혹 관련 배임 혐의다. 이를 놓고 검찰과 이재명 대표 측은 극명한 시각차를 보이고 있다.
성남 FC 후원금 의혹은 이재명 대표가 성남시장이던 당시 성남 FC 구단주로 있으면서 2016~2018년 네이버·두산건설·차병원 등 기업들로부터 160억여 원의 후원금을 유치하고, 이들 기업에 건축 인·허가나 토지 용도 변경 등 편의를 제공했다는 것이다.
검찰이 이 대표에게 적용한 ‘제3자 뇌물공여’는 공무원 또는 중재인이 직무 관련 부정청탁을 받고 제3자에게 뇌물을 공여하거나 공여를 요구했을 때 성립된다. 기업들이 후원금을 낸 배경에 ‘부정한 청탁’과 ‘대가성’이 있었는지가 핵심이다.
검찰은 2022년 9월 30일 성남 FC에 후원금 55억 원을 내고 두산그룹이 소유한 성남 분당구 정자동 병원부지 3000여 평을 상업 용지로 용도 변경하는데 특혜를 받은 혐의로 전 두산건설 대표 등을 기소했다.
네이버의 경우 지난 2015년부터 2016년 성남 FC를 후원한 39억 원이 제2사옥 용적률 상향 및 분당수서도시고속화도로 직접 진출입로 설치 민원을 성남시가 들어준 대가로 의심한다.
분당차병원은 옛 분당경찰서와 분당보건소 부지에 첨단(줄기세포) 의료시설 조성을 추진했는데, 성남시가 2018년 기준용적률을 200~250%에서 460%로 상향해줬다. 검찰은 이것이 차병원이 성남 FC에 후원한 33억 원으로 인한 결과물로 판단했다.
그러나 이재명 대표는 검찰에 제출한 서면진술서를 통해 “성남시 행정은 적법하고 정당”했다고 반박했다. 이 대표는 “운영성과가 개인 아닌 성남시에 귀속되므로, 성남 FC 사유화는 불가능하다”고 전제하면서 “지급된 돈은 무상으로 받은 후원금이 아니라, 광고계약에 따라 성남 FC가 실제 광고를 해주고 받은 광고비”라고 강조했다.
두산건설 병원 부지에 대해 이 대표는 “부지는 기초공사 상태로 20년 가까이 방치된 흉물이었다. 용도변경을 해주되 이익 일부를 환수하고 기업 유치를 하면 성남시·지역사회·두산 모두 이익”이라며 “성남시는 용도변경 및 용적률 상향 대신 301평을 기부채납 받고, 두산계열사 7개를 유치했으며 흉물민원을 해결했다”고 강조했다.
분당차병원에 대해선 “전임 시장 때 용도변경 및 용적률 상향을 협약했다”며 “저는 취임 후 보건소 매매대금 증액, 보건소 신축비 추가부담, 줄기세포 클러스터 유치로 협약을 변경·추가했다. 첨단산업 유치와 성남시 재정이익 268억 원을 추가 확보했다”고 반박했다.
네이버 관련 의혹 역시 “2013년 성남시는 잔여 시유지를 경쟁입찰로 네이버에 팔고, 이후 법에 따라 건축을 허가하여 관련 기업들이 입주했다. (전임 시장 때 수의계약과 달리) 매각방법을 경쟁입찰로 바꿔 땅값 160억 원을 더 받았다”며 “매각 및 건축허가 과정에 어떤 위법 부당함도 없었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지자체장이 지역연고기업 등에게 시민 혈세가 투입되는 시민구단 광고와 후원을 권유하는 것은 정당하고 필요한 업무”라며 “경남 FC를 보유한 홍준표 경남지사는 도금고인 농협을 비롯 관내기업들에 후원(무상)을 요청하여 수많은 기업에서 수억 원씩 후원을 받아 이를 홍보하였고, 인천 FC를 보유한 인천시장도 관내기업으로부터 광고를 유치하여 홍보하였으며, 이러한 사례는 부지기수”라고 강조했다.
뿐만 아니라 이 대표는 “저는 행정을 대가로 기업에 광고를 요구한 일도 없고, 광고 대가로 또는 광고와 연관지어 행정을 한 일도 없으며, 기업들로부터 그런 청탁을 받은 적도 없고, 공무원들에게 그렇게 하도록 지시하거나 승인한 일도 없다”며 “일반론으로 보아도 공무원이 사익을 도모하지 않고 공익행위(국가나 지자체에 이익이 되는)를 했는데, 사적 이익을 취한 경우와 동일하게 처벌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검찰 출신 국민의힘 한 관계자는 “대가 관계가 불법이기 때문에 행정처분의 위법성 여부는 크게 상관이 없다. 뇌물성에 대한 검찰의 법리적 판단은 이미 끝났을 것”이라며 “남은 문제는 이재명 대표가 혐의를 강하게 부인하고 있는 만큼, 이 대표까지 공범으로 올라갈 수 있느냐다”라고 설명했다.
대장동 및 위례신도시 개발 과정의 혐의에 대해서도 검찰과 이재명 대표 측 주장이 맞부딪치고 있다. 이 대표 측은 진술서에서 천화동인 1호 실소유주라는 의혹에 대해 “터무니없는 모략적 주장”이라며 “나는 천화동인 1호와 관계가 없고, 언론보도 전까지 존재 자체를 몰랐다”고 선을 그었다.
더 나아가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 씨가 대장동 사업 특혜 제공 대가로 이 대표 측에 주기로 했다는 천화동인 일부 428억 원도 자신이 아닌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의 것이라는 취지의 주장을 펼쳤다.
이 대표는 “유동규 씨는 700억(428억 원)이 본인 게 아니라 내가 달라면 줘야 하는 돈이라고 한다. 본인은 전달자에 불과하다는 것”이라며 “하지만 정영학 녹취록에 따르면 정민용 씨처럼 부수적 역할을 한 사람이 100억 원을 받고, 김만배 씨 학교 후배로 화천대유 실무를 챙긴 이 아무개 씨도 120억 원을 받는다는데 이들보다 큰 역할을 했다는 유동규 씨의 지분이 아예 없다는 것이 상식인가”라고 반문했다.
하지만 검찰은 이 대표가 천화동인 1호 지분 계획을 알고 있었다고 보고 있다. 2015년 4월 이익 배분을 논의한 뒤 김만배 씨가 유동규 전 본부장에게 자신의 지분 절반을 주겠다는 의사를 표시했고, 관련 계획이 정진상 전 민주당 당대표실 정무조정실장을 통해 이 대표에게 전달돼 이 대표가 승인했다는 것이다.
유동규 전 본부장 측 변호인도 “유 전 본부장 개인이 지분을 받기로 했다면 약정서를 작성하는 등 상식적으로 지분에 대한 최소한의 장치라도 해뒀을 텐데 어떠한 안전장치도 없었다”며 “그 지분이 이재명 대표 것이어서 그 누구도 건드리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대장동 사업을 통해 얻은 공공 이익 금액에 대해서도 의견이 엇갈린다. 이 대표는 배당액 1822억 원에 제1공단 공원화 비용 2561억 원, 서판교 터널 건설비용 1120억 원 등을 더해 대장동 사업 공익환수액은 5503억 원이라고 주장한다. 이 대표는 “제1공단은 대장동과 직선거리로 10km가량 떨어진 곳이라 1공단 공원화 비용은 형식이 비용이든 배당이든 대장동 개발이익의 일부”라며 “제1공단 땅값도 올랐을 것을 감안하면 공공환수 비율은 더 높아지고, 부동산 경기가 하강한 경우라면 성남시와 공사 몫 이익 비율은 더 늘어났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검찰은 배당액인 1822억 원만을 공공 이익으로 판단한다. 나머지 3681억 원은 사업비용으로 분류되거나 민간사업자들 이익을 높이는 수단으로 쓰였다는 이유다.
민주당 한 법률가는 “대장동 사업의 공익환수액이 5503억 원이라는 점은 이미 대법원에서 확정판결이 난 사안이다. 그런데도 검찰은 끊임없이 공공이익이 1822억 원이라고 축소해 이재명 대표가 배임을 저질렀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는 사법부 판단을 무시하는 처사”라고 꼬집었다.
검찰은 이재명 대표가 지난 2018년 경기지사 선거 당시 성남 대장지구 개발을 공영개발로 전환해 5000억 원 이상의 수익을 환수했다고 주장한 것에 대해 허위라고 기소한 바 있다. 하지만 대법원은 “공원 조성 사업 등이 별도 예산 지출 없이 시행돼, 성남시 이익으로 볼 수 있다”며 허위가 아니라고 판단, 공공환수액이 5000억 원 이상이라고 확인해줬다.
성남 1공단을 분리 개발한 것에 대해 검찰은 이 대표가 대장동 민간업자들 청탁에 따라 특혜를 줬다고 보고 있다. 이를 통해 보상금 수천억 원을 절감시켜줬다는 의심이다. 하지만 이 대표는 “사업자 선정 후 1공단 부지 문제로 여러 소송이 제기돼 사업 표류나 실패가 우려돼 공사는 1공단 공원화를 분리해 별도 사업으로 하자고 했다”며 “결국 1공단 공원화를 대장동 사업의 인가 조건에 명시하고 사업 확약서와 부제소특약까지 받아 먹튀를 방지했다”고 반박했다.
이 대표는 대장동 개발 배임 혐의에 대해서도 “시장의 배임이 성립하려면 시장 의무에 반해 시에 손해를 입히고 민간사업자에 이익을 줘야 한다”며 “그런데 나는 투기 세력의 이익을 위해 시에 손실을 입힌 것이 아니라 오히려 민간사업자에 1120억 원을 추가 부담시켜 그들에게 손실을 입히고 시와 공사의 이익을 더 확보했다”고 했다.
더 나아가 “개발이익을 100% 공공이 차지하는 공공개발이나 개발이익 일부를 환수하는 민·관 공동개발은 시장의 의무가 아니다. 개발이익이 100% 민간에 귀속되도록 특정 개인에 민간개발을 허가해도 적법하다”라며 “검찰은 부산시장·양평군수·제주지사가 부산 엘시티·양평 공흥지구·제주 오등봉지구에 민간개발을 허가해 개발이익 100%를 민간업자들이 취득한 것을 배임죄라 하지 않는다”고 여권에 반격을 가했다.
서울중앙지검은 1월 28일 12시간에 걸친 조사를 끝낸 직후 2차 소환을 예고했다. 검찰은 신문에서 이 대표가 150쪽이 넘는 질문지에 33쪽 분량 진술서로 갈음하겠다는 진술만 반복하며 사실상 진술 거부권을 행사했기 때문에 추가소환은 당연히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반면 이재명 대표는 28일 서울중앙지검 청사를 나서면서 “윤석열 검사 독재정권의 검찰답게 역시 수사가 아닌 정치를 했다. 진실을 밝히기 위한 조사가 아니라 기소를 목표로 조작을 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고 밝혔다. 2차 소환에 대해서도 “(검찰이) 굳이 추가소환을 하기 위해 시간을 끌고, 했던 질문 또 하고, 제시한 자료 또 제시하고 질문을 지연했다”며 “이런 행위야말로 국가권력을 사유화하는 아주 못된 행동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지적했다.
이 대표는 검찰 추가소환에 응하기로 결정했다. 이 대표는 1월 30일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자처하고 “참으로 옳지 않은 일”이라면서도 “결국 제가 부족해서 대선에서 패배했기 때문에 그 대가를 치르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모욕적이고 부당하지만 패자로서 오라고 하니 또 가겠다”고 밝혔다. 정치보복성 성격이 강하다는 것을 재차 강조했다.
이 대표에 대한 서울중앙지검 2차 출석 조사가 예고돼있지만, 1차 때와 마찬가지로 실질적 조사가 이뤄지진 않을 것이란 관측이다. 검찰은 이 대표를 상대로 1차 조사에서 확인하지 못한 측근 비리 연루 의혹이나 앞서 서면 진술서에서 주장한 내용을 추가 확인한다는 방침이지만, 이 대표는 이번에도 사실상 진술을 거부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 이 대표 측은 추가 진술서도 제출하지 않을 것으로 전해진다.
2차 소환에서는 이재명 대표와 정진상 전 실장의 관계 및 천화동인 1호 배당금 제공 승인 여부 등이 중점적으로 다뤄질 전망이다. 이를 대비해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1부(부장검사 엄희준)와 3부(부장검사 강백신)는 1월 31일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 씨와 녹취록 작성자 정영학 회계사를 불러 조사를 진행했다.
검찰은 2차 소환조사를 마치는 대로 조만간 이 대표에 대해 기소할 것으로 점쳐진다. 민주당 한 관계자는 “검찰이 야당 대표를 한 번 소환조사하는 것도 사상 초유의 일인데, 두 차례 부르고 세 번째가 예정돼 있다. 기소를 하지 않을 생각이라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기소는 무조건 한다고 봐야 한다”고 비판했다. 법조계 안팎에서는 검찰이 성남 FC 건과 대장동 건을 한데 모아 구속영장을 청구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