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신문] "지방을 가장 잘 아는 지방정부에 실질적이고 포괄적 권한이 이양되야 한다."
이철우 경북지사는 지난 9일 열린 간부회의에서 "새로운 지방시대를 열어가기 위해 우리 공직자들은 불어오는 변화의 바람에 흔들리지 않는 담담함과 미래를 준비하는 자세로 나아갈 때 경북은 과거의 영광을 되찾고 도민이 살기 좋은 곳으로 거듭날 것"이라며, 이 같이 밝혔다.
이날 간부회의는 도청 미래창고(열린도서관)에서 열려 눈길을 끌었다.
'미래창고'는 경북도청 안민관 1층 로비에 있는 도서관이다. 입구에는 "먼저 읽은 책 한 권, 앞선 정책 만든다"라는 글귀가 새겨져 있다. 미래창고 개관 취지가 함축돼 있는 말이다. 원래 당직실이었던 이곳은 이 지사의 제안으로 도민들의 책 쉼터이자 직원들이 정책을 연구하고 공부하는 지식저장 공간으로 변모시킨 것이다.
도 관계자는 "도서관에서 간부회의를 여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하지만 경북도는 다르다. 이철우 지사는 매일 미래창고를 방문한다"고 전했다.
책을 통한 지식축적과 창의적인 정책개발로 경북도가 주도하는 지방시대의 답을 찾을 수 있다는 믿음 때문인데, 이런 이유로 간부회의가 미래창고에서 자주 열리고 있다고 이 관계자는 설명했다.
이 지사는 부패와 무사안일로 일관했던 당시 조선의 관료와 중앙집권의 폐해를 예로 들며 "미리 방비를 하지 못해 전국이 불타버린 참혹했던 임진왜란의 경험은 우리에게 무엇을 시사하는가?"라며 '징비록'의 의미를 풀었다.
'징비록'의 의미는 이랬다.
조선시대 중앙집권은 매우 심각했다고 전하며, 대부분의 지방관료는 한양에서 파견돼 가족은 한양에 있고 관료 홀로 지방에 부임했고, 그러니 지방에 애정이 없고 한양으로 돌아갈 기회만 노렸으며 수탈 또한 심각했다. 지방이 무너지니 나라도 무너져 내렸다. 임진왜란은 결정타였다. 나라 전체가 부강하지 못하니 무기력한 패배만 거듭했다. 왜군이 부산에서 수도 한양까지 진격하는데 보름이 걸리지 않았다. 임금과 관료는 백성을 버리고 도망가고 한양은 불탔으며, 식량부족으로 곳곳에 굶어 죽는 백성들이 속출했다. 먹을 것이 없어 결국 가족의 인육마저 먹는 생지옥이 벌어졌다. 특히, 우복룡 현감의 이야기는 충격적이었는데, 중앙관료 우복룡이 관군을 인솔해 이동하던 중 영천 하양현에서 쉬고 있는데, 마침 이곳을 지나던 하양현 수백 명의 군사들이 말에서 내려 인사를 하지 않고 그대로 지나갔다. 이를 괘씸히 여긴 우복룡이 자기 군사들을 시켜 이들을 모두 쳐 죽였다. 기가 막힌 일이다. 그런데 더 기가 막힌 것은 당시 경상도 관찰사 김수가 임금에게 우현감이 반란군을 진압했다고 거짓 보고했다. 무고한 백성의 목을 치고 반란군 진압이라는 거짓 보고로 우복룡은 현감에서 통정대부(정3품)로 특진을 했다.
이 지사는 이 같은 '징비록'을 교훈 삼아 지방분권에 대한 중요성을 강조한 것이다.
이철우 지사는 "낙동강은 경북에 있는데 환경부 관할이다. 금오공대 역시 경북에 있는데 교육부 관할"이라며, "지방을 모르는 중앙에서 지역을 관리하니 엇박자가 날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징비록을 교훈삼아 지방의 위기를 극복하려면 수도권 중심의 판을 바꿀 수 있는 과감한 균형발전과 지방분권 정책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최창현 대구/경북 기자 cch@ilyodg.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