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맥도날드 인수 검토에 “적자기업 수익 개선 의문”…‘사업 경험 전무’ 제약‧바이오 관심에도 신중론 나와
동원그룹 지주사인 동원산업은 최근 공시를 통해 한국맥도날드와 보령제약 계열사인 보령바이오파마 인수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국맥도날드는 2016년 한 차례 매물로 나온 적이 있다. 당시 CJ그룹, KG그룹·NHN엔터테인먼트 컨소시엄, 매일유업·칼라일 컨소시엄이 관심을 보였지만 조건 등이 맞지 않아 인수를 포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한국맥도날드 매각을 위한 예비입찰에는 동원산업이 단독으로 참여했으며, 인수가는 5000억 원 안팎으로 전해졌다. 현재 한국맥도날드 지분은 미국 본사가 100%를 갖고 있다. 동원산업은 보령바이오파마 경영권 매각 예비입찰에 전략적투자자로도 참여했다. 보령바이오파마의 경영권 매각 예비입찰에는 동원을 포함해 5~6곳이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종우 연성대 유통물류학과 교수는 “동원이 맥도날드를 인수하면서 프랜차이징과 관련된 여러 노하우도 배울 수 있고, 새롭게 브랜드를 출시하는 것보다 기존에 잘 알려진 브랜드를 인수해 운영하는 것이 더 수월하다고 생각했을 것”이라며 “동원 하면 참치 이외에는 다른 게 생각나지 않는데 맥도날드처럼 확실한 브랜드를 인수하면 식품종합회사로서 더 입지를 다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동원이 제약바이오 사업에 관심을 두는 이유에 대해 “건강이 트렌드기도 하고, 새롭게 시작하기에는 부담스러울 수 있기 때문에 기존 기업을 인수해 도전해보는 것 같다”고 전했다.
우려의 시선도 있다. 패스트푸드 관련 사업을 해보지 않은 동원이 적자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한국맥도날드의 수익을 개선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것이다. 한국맥도날드는 2019년 440억 원, 2020년 483억 원, 2021년 277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3년 연속 적자를 보이고 있다. 또 동원이 한국맥도날드를 인수할 시 미국 본사에 순매출의 약 5%를 로열티로 지불해야 하는 문제도 있다.
홍기훈 홍익대 경영학과 교수는 “맥도날드가 적자를 보이고 있는 상황인데 적자 기업을 인수해서 동원이 더 잘 운영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동원이 맥도날드 같은 패스트푸드 사업을 해본 것도 아니어서 맥도날드를 인수해 얻을 수 있는 시너지가 뭐가 있는지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동원그룹의 경우 주요 사업 중에 하나가 식품이어서 맥도날드를 인수했을 경우 시너지를 낼 곳은 많아 보인다”면서도 “다만 맥도날드 정도의 규모가 큰 외식업을 운영해본 경험이 없다는 것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동원은 2020년 샐러드 카페 브랜드 ‘크리스피 프레시’를 론칭해 13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으며, 2021년에는 이탈리안 캐주얼 레스토랑 ‘포르투7’를 론칭해 3개 매장을 운영 중이다. 하지만 동원이 패스트푸드와 관련된 사업은 해본 적이 없고, 국내에 약 400개 매장이 있는 맥도날드처럼 큰 규모의 사업체를 운영해본 적이 없기 때문에 인수 후에도 경영을 잘 할 수 있을지 걱정된다는 것이 일부 전문가들의 입장이다.
치열한 햄버거 시장에서 맥도날드의 매장 수는 점점 줄어들고 있다. 2017년 447개였던 한국맥도날드의 매장 수는 2021년 403개로 줄어들었다. 반면 경쟁사인 버거킹은 국내 매장 수가 점점 늘어나 2021년 맥도날드의 매장 수를 넘어섰다. 국내 햄버거 시장 규모는 성장세를 보이고 있지만 한국맥도날드의 입지는 줄어들고 있는 셈이다.
한국맥도날드가 위생 문제로 여러 차례 논란이 되면서 브랜드 가치가 예전 같지 않다는 것도 우려되는 지점이다. 지난해 10월 한국맥도날드 햄버거 제품에는 벌레·기생충으로 의심되는 이물질이 발견됐고, 같은 해 11월에는 반이 잘린 벌레 형태의 이물질이 나와 논란이 됐다. 한국맥도날드의 위생 문제는 올해도 계속됐다. 지난 1월 실로 추정되는 이물질이 제품에서 나와 민원이 접수되기도 했다. 식약처가 2017년부터 2022년 6월까지 위생 위반행위 기준으로 식품 프랜차이즈들의 실태를 조사한 결과 맥도날드가 적발률 1위를 기록했다.
홍기훈 교수는 “맥도날드가 위생문제로 논란이 많이 되면서 업계 1위라는 지위가 무색할 정도로 가치가 떨어졌다”며 “미국 본사에서 라이선스를 팔았으니 함부로 하진 못하겠지만 한국맥도날드가 끊임없는 위생 논란으로 이미지가 계속 나빠진다면 한국에서 맥도날드 운영을 허락하지 않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동원이 제약‧바이오 기업인 보령바이오파마 인수를 검토하는 것에 대해서도 신중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있었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맥도날드는 식품 쪽이라 어느 정도 관련성이 있지만 보령바이오파마는 사업 관련성이 떨어지는 것 같다”며 “성장 엔진을 확보하기 위해 비관련 다각화(기존 사업과 다른 새로운 산업에 진출)를 하는 경우도 있지만 인수합병 이후에 이 사업을 잘 키울 수 있는 역량도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황 교수는 “동원이 제약기업을 인수해 경영할 만큼 역량을 갖추고 있지 않는다면 인수 후에도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동원 관계자에 따르면 동원이 과거 제약‧바이오 사업을 한 적은 한 번도 없으며, 회사 내부에 제약·바이오 관련 인력도 없다.
동원은 인수 추진 여부 등과 관련해 구체적인 내용이 결정되는 시점 또는 1개월 이내에 재공시하겠다고 밝혔다. 동원 관계자는 “인수 검토 중인 내용에 대해서 아무것도 말씀드릴 수 있는 것이 없다”며 말을 아꼈다. 한국맥도날드 관계자는 “한국맥도날드는 한국 마켓의 지속적인 성장과 발전을 도모하고자 전략적 파트너를 물색하고 있다”며 “현재 외부 전문 기관과 함께 여러 옵션을 검토 중이며 자세한 내용은 적절한 시점에 말씀드리겠다”고 말했다. 보령홀딩스 관계자는 “지난주 인수의향서 접수 완료한 상태고, 숏리스트 선정위에서 내부 논의 과정 중에 있다”고 전했다.
이민주 기자 lij9073@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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