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고자산·매출채권 증가하며 현금흐름 적자 전환…빙그레 “일시적인 현상, 올해 이익률 개선에 힘쓸 것”
#재고 쌓아둘 필요는 있었지만…
지난해 빙그레는 연결 재무제표 기준 매출 1조 2677억 원을 기록했다. 1조 1474억 원을 기록한 2021년보다 10.5% 증가한 실적이다. 구체적으로 우유와 유음료 등 냉장품목 매출은 2021년 5443억 원에서 지난해 5732억 원으로 5% 올랐다. 같은 기간 아이스크림 등 냉동, 기타품목 매출은 4397억 원에서 18% 증가한 5183억 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영업이익은 2021년 대비 50.2% 성장한 394억 원이었다.
매출과 영업이익에서 두 자릿수 증가세를 기록했지만 이는 기저효과의 영향이 크다. 2021년 빙그레의 영업이익은 2020년 398억 원에서 262억 원으로 34%나 감소했다. 2021년엔 2020년 10월 인수한 해태아이스크림이 발목을 잡았다. 당시 해태아이스크림은 적자를 기록했고, 빙그레의 판매관리비(판관비) 등 고정 비용도 증가했다. 하지만 지난해 해태아이스크림이 56억 원의 영업이익을 내면서 빙그레 실적에 보탬이 됐다. 냉장과 냉동 부문의 주요 제품 가격 인상 효과도 지난해 빙그레의 수익성 제고에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바나나맛우유’ ‘따옴’ ‘투게더’ 등 주요 제품의 가격이 올랐다.
아쉬운 대목도 있다. 지난해 빙그레의 영업활동현금흐름(현금흐름)은 2021년 555억 원에서 마이너스(-) 112억 원으로 적자전환했다. 영업활동으로 벌어들인 돈보다 지출이 더 많았다는 얘기다. 현금흐름이 적자를 나타낸 데는 재고자산이 증가한 영향이 컸다. 빙그레의 재고자산은 2021년(744억 원) 대비 71% 증가한 1275억 원을 기록했다. 상품 재고자산은 2021년 110억 원에서 185억 원으로 68%, 제품 재고자산은 212억 원에서 277억 원으로 31% 늘었다. 특히 같은 기간 원재료 재고자산은 284억 원에서 579억 원으로 104% 증가했다.
물론 재고자산이 증가하는 것이 반드시 부정적인 것은 아니다. 기업은 수요 예측을 통해 적정 재고를 쌓아두려 노력한다. 특히 원재료 가격이 오를 것이라 예상되는 상황에선 재고를 비축할 필요도 있다. 문제는 빙그레의 재고자산회전율도 둔화됐다는 점이다. 재고자산회전율은 매출액을 재고자산으로 나눈 수치로, 회전율이 낮을수록 재고가 매출로 이어지는 속도가 느리다는 의미다. 빙그레의 지난해 재고자산회전율은 9.9%로, 2020년(17.3%)과 2021년(15.4%) 대비 대폭 낮아졌다.
제품이나 상품 판매가 잘 된다면 높아진 재고자산을 우려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시장 상황을 낙관하기 어렵다. 빙그레가 제품 가격 인상에 나서고 있는 점이 변수다. 지난해 빙그레의 판가 인상 등 영향으로 영업이익률은 3.1%로 2021년(2.3%)보다는 높아졌지만 2020년(4.2%) 수준에는 아직 미치지 못하고 있다. 빙그레는 올해도 제품 가격을 잇달아 올리고 있다. 대표적으로 3월부터 ‘투게더’ ‘메로나’ 등 주요 아이스크림 가격을 최대 25% 인상했다. 빙그레는 같은 달 편의점에서 판매되는 ‘벨치즈’ 일부 제품의 가격도 최대 20% 올렸다.
이와 관련, 김익성 한국유통학회 명예회장은 “제품 가격이 높아지면 오히려 소비자들이 선택하지 않을 여지가 커진다. 주요 소비층이 된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가 소비할 때 본인의 소득에 상당히 관심을 가지고 가성비를 가장 먼저 따진다는 점도 변수”라고 말했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빙그레는 브랜드력에 힘입어 재고를 소진할 수 있으리라 보이지만, 재고자산 등 운전자본 부담이 확실히 있는 상황이다. 다만 올해 경기가 좀 저하되면 가격을 추가로 올리기는 어렵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매출채권이 늘어난 것도 현금흐름 악화에 영향을 미쳤다. 빙그레의 대손충당금 차감 전 매출채권은 2021년 602억 원에서 지난해 820억 원으로 36% 증가했다. 못 받은 기간이 6개월 이내인 매출채권은 598억 원에서 811억 원으로 36% 증가했고, 못 받은 지 1년이 넘은 매출채권은 1억 4800만 원에서 5억 원으로 늘었다. 다만 같은 기간 빙그레가 못 받을 것이라 예상해 대손충당금으로 잡은 금액은 10억 원에서 8억 원으로 20% 줄었다. 지난해 빙그레의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792억 원으로 2021년(959억 원) 대비 17% 줄었다. 같은 기간 단기금융자산도 705억 원에서 134억 원으로 81% 감소했다.
#실적 받쳐줘야 하는 아이스크림, 해외 사업
실적 개선 추세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해태아이스크림과의 시너지 효과를 끌어올려야 한다. 지난해 해태아이스크림은 흑자 전환했으나, 아직 빙그레가 인수 당시 예측한 2021년 매출과 영업이익 수치에 못 미치는 수준이다. 2020년 빙그레는 해태아이스크림 지분 100%를 1325억 원에 인수하면서, 해태아이스크림의 2021년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1782억 원과 75억 원을 기록할 것이라 예측했다. 지난해 해태아이스크림의 매출은 1749억 원, 영업이익은 56억 원이다.
시장에서는 빙그레가 해외 사업 점유율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도 지적한다. 지난해 빙그레의 수출액은 1042억 원으로, 전체 매출의 10%에 불과하다. 빙그레는 중국 상하이, 미국, 베트남에 법인을 두고 있다. 지난해 미국과 베트남 법인 매출은 각각 2021년 대비 44% 오른 579억 원과 80% 증가한 104억 원을 기록했다. 하지만 같은 기간 중국 법인은 2021년보다 25% 감소한 239억 원이었다. 전창원 빙그레 대표도 지난 3월 23일 열린 주주총회에서 미국과 중국, 베트남을 중심으로 해외 수출국 확대를 통한 글로벌 매출 성장을 지속하겠다는 포부를 드러냈다.
이와 관련, 빙그레 관계자는 “영업활동 현금흐름 적자는 일시적인 현상으로 재고자산과 매출채권 등을 상황에 맞게 잘 관리하고 있다. 상황에 맞게 원재료 구매가 이뤄진다. 올해 매출 전망은 아직 1분기 실적이 안 나온 상황이라 말씀드리기에 어려운 감이 있다”며 “올해 판관비 효율화와 원가경쟁력 확보를 통해 이익률 개선에 힘쓸 예정이다. 중국 법인은 계속 유지하면서 향후 수출품목 다각화를 통해 해외시장을 공략할 것”이라고 답했다.
김명선 기자 seon@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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