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자 확대 속 뼈아픈 실패, 사업 재편 지적도…롯데면세점 “시내점·온라인 마케팅 강화 주력”
롯데면세점의 2022년 매출액은 전년 대비 35% 늘어난 5조 301억 원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영업손실폭도 커졌다. 롯데면세점의 영업손실은 2021년 288억 원에서 지난해 1395억 원으로 5배 가까이 늘었다. 2022년 3분기 면세업계에서 유일하게 흑자를 기록했지만 중국 봉쇄가 장기화되면서 따이공(중국 보따리상인) 수요가 줄어든 영향을 피하지 못했다. 미처분 재고의 평가 시점에서 달러가 약세로 변하면서 회계상 재고평가손실이 늘어난 데다 국내외를 막론하고 가장 많은 점포를 보유한 사업자인 탓에 고정비가 높았던 점도 영향을 끼쳤다. 롯데면세점 측은 “아직 관광이 활성화되기 전이라서 면세업계 전체가 어렵다”고 설명했다.
올해 업황이 개선될 것이란 전망 속에서 롯데면세점은 지난 3월 인천국제공항 입찰에서 탈락했다. 이번 사업권은 제1여객터미널(T1)과 제2여객터미널(T2)을 통합한 것으로 10년짜리 운영권이다. 중국국영면세점그룹까지 입찰에 참여하며 경쟁이 치열해진 상황에서 롯데면세점이 전략을 잘못 세운 것 아니냐는 분석이 업계에서 나온다. 면세업계 한 관계자는 “DF1구역과 DF2구역을 묶어서 함께 입찰했는데 화장품 쪽의 높은 매출액과 이익률에 대한 데이터가 없어서 판단에 오류가 있지 않았나 싶다”면서 “2018년에 이미 임대료 부담을 안고 일부 매장에서 철수했기 때문에 소극적으로 접근한 부분도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당장은 아니더라도 인천국제공항 면세점 입점 실패는 뼈아픈 대목이 될 가능성이 있다. 2019년 기준 10% 수준이었던 공항면세점의 매출 비중은 관광이 활성화되면 올라갈 수밖에 없다. 이번에 글로벌 순위를 끌어올린 스위스 듀프리도 매출의 91%가 공항면세점에서 발생했다. 앞서의 면세업계 관계자는 “우리도 여객 수요가 회복되면 공항면세점 비중은 더 올라갈 수밖에 없다. 올해 3분기 항공 수요가 코로나 이전 90% 수준까지 회복될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7월부터 영업이 본격화되면 공항면세점 매출 비중이 오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면세업계 다른 관계자는 “면세사업은 매입을 많이 할수록 할인율이 높아져서 마진을 많이 남길 수 있는 구조이기 때문에 공항면세점의 매출 비중을 무시할 수 없다”라고 말했다.
김재호 인하공업전문대학 관광경영과 교수는 “벌써 항공사들이 국내 노선을 동남아 쪽으로 대거 빼고 있어 제주도에서는 주민들이 내륙 오가기 불편하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을 정도”라며 “우리나라로 들어오는 여객의 65%가 인천공항을 통과하는데 전세계에서 이례적으로 높은 비율이기 때문에 인천공항 면세점의 상징성을 무시할 수 없다”고 말했다.
반면 이번 입점 탈락으로 오히려 ‘승자의 저주’를 피해갔다는 의견도 있다. 인천공항이 공항 여객 수에 따라 임대료를 산정하는 '여객당 임대료' 방식을 도입한 까닭에 수요가 늘어날수록 임대료가 올라간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다른 면세업체들이 적자를 피하기 힘든 금액으로 입찰을 했다. 10년짜리 계약인 까닭에 사드 보복이나 코로나처럼 예상치 못한 사건이 터질 가능성도 있어 당장은 결론을 내리기 어렵다”고 말했다.
한편에서는 이번 입점 실패로 롯데면세점의 사업 포트폴리오를 전면 재편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인천공항에 입점하지 못한 까닭에 인바운드(국내로 들어오는 여행)와 아웃바운드(해외로 나가는 여행) 수요는 물론 경유 여객 수요도 놓쳤기 때문이다. 여행업계 한 관계자는 “롯데면세점에서는 경유까지 고려해 인천공항을 허브공항으로 가정하고 사업 포트폴리오를 짰을 것이기 때문에 충격이 클 수밖에 없다. 비유하자면 국내 항공사가 인천공항에 취항을 못한 것이나 다름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호텔롯데 상장에 적신호가 켜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호텔롯데 매출 비중의 약 80%가 면세사업에서 나오는데 지난해 실적과 더불어 인천공 입점 실패가 악재로 분류되고 있기 때문이다. 호텔롯데 상장은 신동빈 롯데 회장의 숙원 사업이다. 롯데그룹은 호텔롯데를 상장해 일본 지분을 절반 이상 낮춰 롯데지주 중심으로 단일 지배구조를 완성하려는 계획이지만 시장 상황이 좋지 않은 데다 악재가 계속되며 상장 작업은 무기한 연기된 상태다. 면세업계 또 다른 관계자는 “올해가 향후 판도를 결정하는 분기점이 되지 않을까 싶다. 연말쯤 되면 인천공항 입점 여부가 상장에 미칠 영향도 어느 정도 판가름이 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롯데면세점 측은 호텔롯데 상장과 연관짓기에는 아직 이르다는 입장이다. 인천국제공항이 상징성과 홍보 효과가 크지만 전통적으로 높은 임대료 탓에 적자를 면하기 어려운 사업장이었기 때문이다. 롯데면세점은 인천공항에서 돌려받은 약 3000억 원의 보증금 등을 온라인 면세점과 시내면세점 강화에 쏟아부을 전망이다. 이미 해외에서 13개 면세점을 운영하고 있는 롯데 면세사업부는 올해 6월 호주에 멜버른 공항점을 오픈하는 데 이어 적절한 사업지를 찾아 글로벌 쪽으로 공격적인 매장 확대에 주력할 방침이다.
이와 관련, 앞서의 롯데면세점 관계자는 "수익성 및 면세산업 전망을 고려해 사업권 입찰에 임했다"며 "앞으로 시내점 및 온라인 마케팅 강화에 주력하고 내실 경영에 집중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정민 기자 hurrymin@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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