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최초이자 리그 통산 34명만 달성한 대기록…어떤 감독 선임되느냐에 따라 득점 기록 달라질 듯
의미 외에도 기술적으로 탁월한 골이었다. 손흥민의 전매특허와 같은 대각선 지역에서 감아차기 슈팅이었다. xG(기대득점) 값은 0.02였다. 골망을 흔들 확률이 극히 낮은 상황에서 골을 만들어낸 것이다.
#넘보기 힘든 100골 기록
1992년 창설한 프리미어리그는 100골 이상을 기록한 선수가 손흥민을 포함해 34명뿐이다. 한 시대를 풍미했던 골잡이 페르난도 토레스(스페인), 루드 반 니스텔루이(네덜란드), 올레 군나르 솔샤르(노르웨이) 등도 하지 못한 기록이다.
손흥민은 그간 리그 260경기에 출전해 100골 기록을 만들어냈다. 비슷한 골수를 기록한 이들인 반 니스텔루이(95골), 디디에 드로그바(코트디부아르, 104골) 등은 손흥민보다 적은 경기에 출전하고도 이 같은 골 기록을 작성했다. 다만 손흥민은 최전방 중앙 공격수인 이들과 달리 측면에서 주로 뛰며 100골을 넣었기에 더 어려운 기록으로 평가받는다. 공격수가 아닌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출신 미드필더들인 폴 스콜스(107골)와 라이언 긱스(108골)도 100골을 넘겼으나 이들은 각각 499경기와 632경기에 출전했다.
100골을 달성한 손흥민은 전설적인 선수들의 골 기록도 눈앞에 두게 됐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포르투갈, 103골), 드로그바 등의 기록을 멀지 않은 시간 안에 넘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아시아로 범위를 좁히면 프리미어리그 100골은 전인미답의 기록이다. 호주 출신 마크 비두카(92골), 해리 키웰(57골), 팀 케이힐(56골)도 '골잡이'로 명성을 날렸지만 100골에 이르지는 못했다. 더욱이 이들의 기록을 아시아 기록으로 봐야 하는지에 대한 논란도 있다. 호주는 이전까지 오세아니아축구연맹(OFC)에 소속돼 있다. 2006년에서야 아시아축구연맹(AFC)로 편입했다. 호주 골잡이 3인방의 기록은 모두 2006년 이전부터 이어져왔다.
호주를 제외한 기존 아시아 기록은 한국의 박지성과 기성용이 각각 19골과 12골을, 일본의 오카자키 신지와 카가와 신지가 각각 14골과 6골을 기록한 것이 상위권이었다. 이외에도 오만 출신 골키퍼 알리 알-합시, 일본 수비수 요시다 마야 등이 프리미어리그에서 장기간 활약했으나 포지션상 골맛을 보기는 쉽지 않았다.
#또 다른 기록들
손흥민은 이번 100골 달성으로 기존 56도움에 더해 100골과 50도움을 동시에 달성했다. 단순 100골을 넘어 100골-50도움은 프리미어리그 역사상 15명만 달성한 기록이다.
100골을 넘어선 호날두나 206골을 넣은 토트넘 동료 해리 케인도 50도움은 올리지 못했다. 앨런 시어러(잉글랜드 260골 64도움), 웨인 루니(잉글랜드 208골 103도움), 프랭크 램파드(잉글랜드 177골 102도움) 등이 100골-50도움 클럽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현역 선수 중에는 라힘 스털링(잉글랜드 113골 58도움)과 모헤메드 살라(이집트 133골 54도움)가 이에 해당하는 선수들이다.
100골 기록을 되돌아보면 손흥민 특유의 양발 슈팅 능력이 두드러진다. 100골 중 오른발로 55골, 왼발로 41골을 넣었다. 이 같은 능력은 상대의 수비를 더욱 어렵게 만든다.
이외에도 손흥민은 유럽 통산 200골 고지도 노리고 있다. 독일 분데스리가에서 데뷔, 챔피언스리그와 각종 컵대회 등 숱한 무대에서 골맛을 본 손흥민은 통산 191골을 기록 중이다. 프로 경력을 시작한 함부르크에서 20골, 바이엘 레버쿠젠에서 29골, 토트넘에서 142골을 넣었다. 9골만 더하면 통산 200골에 다다를 수 있다.
그의 족적은 국가대표팀에서도 특별하다. 지난 3월 A매치 기간, 콜롬비아전에서 2골을 혼자 책임진 바 있다. 이 기간을 포함해 손흥민은 A매치 110경기 출전, 37골을 기록 중이다. 이는 역대 최다 출전 공동 8위(기성용과 동률) 최다득점 3위의 기록이다. 그의 골기록 위로는 차범근(58골)과 황선홍(50골)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
#이번 시즌 부진, 전성기 지났나?
손흥민은 2021-2022시즌 35경기에서 23골을 넣으며 프리미어리그 득점왕에 올랐다. 100골 달성 이전 득점왕 등극만으로도 각종 기록을 새롭게 만들었고 찬사도 쏟아졌다.
세계 최대 축구 이벤트인 월드컵이 포함된 이번 시즌 손흥민을 향한 기대감은 더욱 높았다. 하지만 손흥민의 골 기록은 이전과 달랐다. 8월 개막 이후 침묵하는 기간이 길어졌다. 리그 8라운드에서 해트트릭으로 물꼬를 텄으나 이후에도 골 소식이 자주 전해지지는 않았다.
그러던 중 2022년 11월 초 챔피언스리그 경기에는 안면 골절 부상을 입었다. 수술까지 받아야 했던 큰 부상에 컨디션 관리가 어려웠다. 이후 보호 마스크를 착용하고 나선 월드컵에선 무득점으로 대회를 마쳤다. 앞선 두 번의 월드컵에서는 모두 득점을 했던 손흥민이다.
월드컵 이후로도 좀처럼 골감각이 살아나지 않자 비판이 따라 붙었다. 30세를 넘긴 시점, '이제는 전성기에서 내려오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었다. 순간 스피드를 강점 중 하나로 활용하는 손흥민에게는 더욱 뼈아플 수 있는 지적이었다.
손흥민은 2월부터 점차 회복세를 보였다. 이전의 가벼운 몸놀림을 선보였다. 정점은 지난 3월 A매치였다.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과 첫 만남인 콜롬비아전에서 2골을 혼자 책임졌다. 득점 장면 외에도 전방위적으로 팀의 공격을 이끄는 모습을 보여줬다. 자연스레 올 시즌의 저조한 득점은 팀 적인 문제도 작용하고 있다는 해석이 나왔다.
이상윤 해설위원은 "손흥민의 이번 시즌은 득점왕 이후 부담감, 큰 부상 등 복합적인 요소가 작용해 골 기록이 줄어들었다고 본다"고 평했다. 손흥민 스스로도 100골 달성 이후 "지난 시즌 득점왕에 오른 이후 부담감이 컸다"고 털어놓은 바 있다.
이어 이 해설위원은 "기량 저하에 대한 우려가 있었으나 대표팀에서 건재를 증명했다. 이번 시즌 소속팀에서 부진은 팀 전술 영향이 커 보인다. 토트넘은 손흥민을 낮은 위치에서 뛰게 했다. 전방 지역에서 득점에 집중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반면 클린스만 감독은 공격수 손흥민 활용법을 보여줬다. 손흥민은 여전히 위력적인 공격수다"라고 설명했다. 실제 히트맵 등 각종 분석 자료에 따르면 손흥민은 이번 시즌 윙백보다도 낮은 위치에서 뛴 경기가 다수 포착됐다.
손흥민의 향후 활약을 가늠하기 위해 소속팀 토트넘의 상황에 눈길이 쏠린다. 이번 시즌 토트넘은 챔피언스리그 16강 무대를 밟았고 리그 5위에 올라 있지만 경기력 면에서 많은 비판을 받았다. 이에 팀을 이끌던 안토니오 콘테 감독이 경질됐다. 크리스티안 스텔리니 대행 체제에서 향후 어떤 감독이 선임되느냐에 따라 손흥민의 득점 기록도 달라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김상래 기자 scourge@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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