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신문은 가상자산 전문가와 논의해 이번 논란 핵심을 포인트로 정리해 봤다. 또한 김 의원 해명 가운데 확정적으로 거짓말인 부분이 뭔지 확인해 봤다. 또한 정치권이나 언론에서 가상자산이나 블록체인을 잘못 이해해 사실과 다르게 보도한 내용도 짚어봤다.
가상자산은 일반적으로 블록체인으로 이뤄져 데이터 위·변조가 불가능하고 누구나 거래 내역을 확인할 수 있다. 다만 거래소 내에서 거래된 내역은 장부를 확보하지 않는 한 외부에서 알 수 없다. 최근 검찰이 업비트, 빗썸을 압수수색한 것도 거래소 내 장부를 확보해 그 내역을 보기 위함이다.
김 의원이 공개한 클립(카카오 가상자산 지갑)을 통해 거래한 내역은 확인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추정해 보면 대략 135만 개 위믹스를 보유했는데 고점인 약 3만 원을 기준으로 보면 무려 400억 원에 달하는 금액이다. 다만 고점에서 매도하지 못했고 7000원에서 8000원 사이에서 매도했다. 이때 기준 평가 금액은 약 100억 원으로 추정된다. 여기에 클레이페이, 메타콩즈 코인, 마브렉스 등 투자 실패하면서 약 20억 원으로 쪼그라든 것으로 보인다.
현재 김 의원의 거래소 지갑이나, 메타마스크, 카이카스 등 다른 지갑은 발견되지 않은 상황이다. 이를 제외하고 클립 지갑으로만 따졌을 때 김 의원은 원금 약 10억 원을 투입해 10억 원을 번 것으로 추정된다.
#에어드롭 논란, 사실은…
“하늘에서 떨어진 돈은 없다.” 가상자산 논란이 일고 5월 8일 김남국 의원이 처음 밝힌 입장문 첫 번째 문장이다. 그런데 12일 더불어민주당 진상조사 위원회에서는 ‘김 의원이 에어드롭 방식으로 가상자산을 지급 받았다’고 말했다. 김 의원 해명과 달리 에어드롭 단어만 보면 하늘에서 떨어진 무언가가 있는 것 같았다. 이어 진상조사단은 ‘가상자산 발행 회사가 김 의원에게 로비 명목으로 가상자산을 무상으로 지급하기 위해 에어드롭 방식을 이용한 게 아닌지 들여다보겠다’고 밝혔다.
김 의원이 받은 에어드롭은 대부분 De-Fi(탈중앙화금융) 서비스에 예치해 두고 받은 보상이다. 은행에 예치하면 이자를 받듯, De-Fi 서비스에 가상자산을 예치하면 그 기간 코인을 추가로 받기도 한다. 이를 흔히 에어드롭이라고 말한다. 따라서 김 의원 에어드롭이 로비 명목이라거나 가상자산을 무상으로 받았다고 보긴 어렵다. 그건 마치 누구나 예치할 수 있는 은행에 돈을 맡기고 이자를 받은 것을 두고 ‘특혜’라고 주장하는 것과 비슷하기 때문이다. 김 의원이 받은 에어드롭은 예치 금액이 워낙 커서 이자 수익도 크다고 보면 된다.
김남국 의원은 법사위 상임위 도중 투자로 의심되는 거래 흔적이 발견됐다. 이를 두고 김 의원은 유튜브 채널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에 출연해 “금액은 0.99개인가 0. 몇 개라고 해서 금액은, 액수는 많지는 않은 것으로 나왔다. 너무 소액이어서 정확하게 기억을 못 하고 있다. 몇 천 원 수준”이라고 밝혔다.
김 의원은 기억을 못 한다고 했지만, 트랜잭션(코인 송금 서식)에는 해당 거래 내역이 모두 기록돼 있다. 김 의원이 통장 거래 내역을 확인하듯 당시 거래 내역을 다시 확인하면 쉽게 알 수 있다. 김 의원 거래 중 법사위 전체 회의, 상임위 회의 시간 등과 일치하는 거래일은 5일이다. 이때 거래액은 약 2400만 원 정도로 추정된다.
거래는 대부분 De-Fi 관련 보상 수령과 환전이었다. De-Fi는 수익률과 가상자산 가격이 시시각각 변한다. 보상 코인이 쌓여도 가격이 하락하는 경우도 흔하다. 그래서 보상으로 받는 코인이 쌓일 때마다 받고, 이를 환전해 재예치하면서 복리 수익을 극대화하는 경우가 많다. 김 의원은 De-Fi 프로토콜 중 ‘클레이스왑’을 즐겨 이용했는데 김 의원 법사위 거래도 대부분 클레이스왑에서 일어난 보상 수령 후 재예치였다.
#법사위 매매는 예약매매일까
김남국 의원이 법사위에서 했던 가상자산 거래를 두고 예약매매라는 해명이 있었다. 5월 12일 JTBC는 김 의원이 “수천, 수백 건의 거래가 이루어졌을 텐데 일일이 기억할 순 없다”면서 “화장실 가는 동안 투자를 했을 수도 있고, 예약해 놓은 거래일 수도 있지 않으냐”는 답변을 보도했다.
그런데 이는 사실일 수 없다. 김 의원이 거래한 클레이스왑에는 실시간 시장가 매매 기능만 있을 뿐 조건 매매나 예약매매 기능이 아예 존재하지 않는다. 또한 김 의원이 쓴 클립 지갑은 프라이빗 키를 넘겨 다른 사람이 거래할 수 있도록 하는 기능도 없다. 만약 김 의원이 프로그래밍에 뛰어나 어떻게든 다른 사람이 거래할 수 있도록 승인했다고 하더라도, 그 승인 내역이 블록체인상에 남는다. 이런 내역이 없기 때문에 김 의원 해명은 사실일 수 없다.
김 의원이 마브렉스(MBX) 가상자산을 예치한 뒤 배당(보상)으로 30% 가까운 코인을 받았다고 해 논란이 됐다. 하지만 이는 별로 놀라운 사실이 아니다. 잡코인 중에서는 1년 보상률이 1만%가 넘는 경우도 있다. 다만 코인 가치가 그보다 더 빨리 떨어져 수익을 거둘 수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30%는 가상자산 시장에서 그다지 높은 보상률이 아니다. 전문가들도 배당 수익률이 높은 게 문제가 아니라 김 의원이 상장 직전 등 특정 시점에 어떻게 매수했는지에 집중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김태현 기자 toyo@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