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림 등 5개 종목 지난 14일 일제히 하한가 직행…금융당국 거래 정지 등 즉각 조치, CFD와도 관련 없어
#천국의 계단이 아니었네?
하한가 폭탄을 맞은 종목은 코스피 시장에 상장된 방림, 동일산업, 만호제강, 대한방직과 코스닥 종목인 동일금속 등 총 5개 종목이다. 이들 종목의 주가는 6월 14일 개장과 함께 힘을 쓰지 못하다 이날 정오를 전후에서 방림을 시작으로 가격제한폭까지 주저앉았다. 불과 30분여 만에 벌이진 일이다. 이례적이고 급작스러운 하한가 종목 속출에 시장에 긴장감이 감돌았다.
방림 등 5개 종목은 이른바 자산주로 분류되는 종목들이었다. 자산의 가치가 높지만 주가는 저평가돼 있는 종목들이다. 이들 종목의 주가는 최근 2~3년간 우상향의 흐름을 보였다. 2020년 1월 2일 1만 5750원이었던 만호제강의 주가는 폭락 직전인 6월 13일 6만 5400원까지 상승했다. 315%의 주가상승률이다. 같은 기간 동일금속은 285%, 방림은 242%, 동일금속은 169%, 대한방직은 167%의 주가상승률을 기록했다.
이들 기업에게 이렇다 할 호재는 없었다. SG증권발 주가 폭락 사태의 8개 종목과 유사한 상황인 셈이다. 이들 종목은 중소형주로 분류된다. 동일산업의 시가총액은 3735억 원, 방림 2162억 원, 대한방직 2019억 원, 동일금속 1975억 원, 만호제강 1901억 원 순이다. 투자자들에게 널리 알려진 종목도 아니고 거래량이 많지 않은 것도 공통점이다. 특정 세력의 의도적인 시세 조종에 노출되기 쉬운 구조인 셈이다. SG증권발 주가 폭락 사태를 유발한 차액결제거래(CFD) 반대매매는 아닌 것으로 보인다. 하한가를 기록한 종목의 매도 창구 중에는 CFD를 제공하지 않는 증권사도 있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은 알고 있었다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한국거래소는 하한가 종목이 속출한 지난 6월 14일 "5개 종목에 대해 15일부터 필요시까지 매매 거래를 정지하고 조회공시를 요구했다"며 동일금속·방림·만호제강 3개 종목은 소수계좌 거래 집중을 이유로 투자주의 종목으로도 지정됐다.
금융감독원(금감원)은 특별 단속에도 나섰다. 지난 6월 15일 금감원은 공정거래 기획 및 테마 조사 확대와 온라인카페 등에 대한 특별단속에 나섰다. 검찰은 이번 하한가 사태를 촉발한 것으로 의심받고 있는 인터넷 커뮤니티 운영자인 강 아무개 씨를 출국금지 조치하고 자택도 압수수색했다. 검찰은 강 씨가 입원해 있던 분당서울대병원에서 강 씨의 휴대전화와 노트북 등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같은 날 이복현 금감원장은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전날 폭락한 해당 종목과 사안은 오래전부터 챙겨왔던 건이고 주가 상승·하락과 관련한 특이 동향 또는 원인, 관련자 등에 대해 사실관계를 어느 정도 파악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인터넷 커뮤니티 운영자) 관련 소문이나 추측 등에 대해서도 관련된 사실관계를 파악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금감원은 빠르게 결과를 보여주겠다는 의지다. 검찰과 금융당국은 강 씨가 투자 관련 인터넷 커뮤니티를 운영하면서 통정매매 등을 통한 시세 조종을 했는지를 입증하는 데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매매 거래가 정지된 해당 기업들은 현재 회사 차원에서 확인해줄 수 있는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5개 기업은 지난 6월 15일 거래소의 '불공정거래 풍문 등에 대한 사실여부 및 구체적인 내용' 조회공시 요구에 대해 “현재까지 확인된 사항이 없다”고 공시했다.
#주가는 왜 떨어진 것일까
주가 하락의 원인을 두고는 여러 해석이 나온다. 강 씨는 자신이 이번 사태와 무관하다는 입장이다. 강 씨는 해당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린 글을 통해 “이번 하락이 SG증권 사태 이후 소형주에 대한 무차별적 대출 제한과 만기연장조차 해주지 않는 증권사들의 만행에 의해 촉발되었음을 너무나 잘 알고 있다”면서 “주가조작을 통해 수익을 창출하려 했다는 모욕적인 루머에 시달리는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강 씨는 또 만호제강은 추천 리포트를 제시한 적이 없으며 하한가를 기록한 종목들인 동일산업, 동일금속, 대한방직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인터넷 커뮤니티 회원은 5% 미만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만기 연장과 관련해 이미 4~5월에 불가하다는 고지를 한 상황에서 주가가 고점이라 판단한 일부 주주들이 매물을 쏟아낸 것으로 보인다”면서 “반대매매로 인한 주가 하락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증권업계 다른 관계자는 “금융당국에서도 자전거래 등을 살펴보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사태가 어느 정도 파급력을 지닐지는 금감원의 조사 결과 등을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강 씨는 시세 조종을 통해 200억 원의 시세 차익을 거둔 혐의로 검찰에 기소돼 지난해 12월 대법원에서 징역 2년, 집행유예 4년에 벌금 4억 원의 유죄 판결이 확정됐다.
임홍규 기자 bentus@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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