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농구 빼곤 모두 비틀대자 삼성팬 연합 트럭 시위 계획…투자 감소 지적 나오지만 저마다 적잖은 돈 지출
지난 28일 인천축구전용경기장에서 열린 FA컵 8강전 인천 유나이티드와 수원 삼성의 경기에서 팬들 사이에서 나온 외침이다. 스포츠 현장에서 팬들의 원색적인 비난은 지양해야 한다. 하지만 이날 팬들의 욕설과 야유는 자신이 응원하는 팀으로 향했다. 이 같은 상황은 수원 삼성에서 벌어졌다. 응원하는 구단이 3개월 가까이 리그 최하위고 컵대회에서도 탈락하자 팬들이 결국 울분을 토해낸 것이다.
#응원 구단 '저주'한 수원 삼성 팬들
수원은 창단 이후 최악의 시기를 보내고 있다. 지난 4월 9일 리그 최하위인 12위로 떨어진 이후 '꼴찌 탈출'에 실패하고 있다. 현재 기록 중인 승점 9점(6월 29일 기준)은 K리그에 승강제가 도입된 2013년 이후 구단 통산 최저 승점이다.
수원은 지난 시즌에도 위기를 겪은 바 있다. 리그 최종 10위를 기록, 승격에 도전하는 FC 안양과 승강 플레이오프를 치렀다. 구단 역사상 최초 승강플레이오프였다. 연장전까지 치르는 위기 속에 공격수 오현규의 골로 가까스로 1부리그에 잔류했다. 하지만 올 시즌은 승강플레이오프 기회마저 없을지 모른다. 최하위 순위가 지속된다면 플레이오프 없이 2부리그로 바로 떨어진다.
이번 시즌 수원의 부진 원인 중 하나로 오현규의 공백이 꼽힌다. 지난 겨울 이적시장을 통해 유럽 진출에 성공, 팀을 떠났다. 오현규를 보내며 수원은 약 40억 원의 이적료 수익을 벌어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수원은 이적료가 들지 않는 자유계약이나 임대로 전력 보강에 나섰다. 이적료가 발생한 이적은 공격수 뮬리치와 수비수 한호강뿐이었다. 오현규 이적에 따른 재투자 부족이라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다.
#연합 트럭 시위 불씨 당긴 라이온즈
모기업 본사, 유동인구가 많은 곳 등지에서 진행되는 팬들의 '트럭시위'는 성적이 부진한 구단의 팬들 사이에서 트렌드가 되고 있다. 이제는 새로울 것이 없지만 삼성 라이온즈 팬들은 트럭시위의 새로운 형태를 기획해 눈길을 끌었다. KBO리그 팀 순위가 7위에서 8위로 떨어진 6월 중순, 삼성 스포츠단의 다른 종목 팬들과 연합을 도모한 것이다.
삼성 라이온즈, 수원 삼성 팬들이 힘을 합친 트럭시위는 아직 진행되지 않았지만 그 사이 삼성의 순위는 더 떨어졌다. 6월 22일을 기점으로 한화 이글스와 순위가 역전되며 최하위로 떨어졌다. 이후 한화와 간격은 더 벌어지고 있다. 최하위 추락 후에도 5경기에서 1승 4패를 기록했다.
지난 시즌 7위로 포스트시즌에 나서지 못했던 삼성은 스토브리그에서 이렇다 할 전력 보강 없이 시즌에 돌입했다. 삼성과 함께 가을야구를 지켜보기만 했던 4구단이 FA 시장에 나섰던 것과 대조적이다. 삼성은 이번 시즌 지난해 대비 선수단 연봉 지출(신인, 외국인선수 제외)을 10.7%(15억 4800만 원) 줄였다.
더그아웃 분위기도 좋지 않다. 베테랑이자 마무리 투수 오승환은 지난 6월 16일 KT 위즈전에 등판했다가 아웃카운트 없이 강판당하자 들고 있던 공을 외야 멀리 던져버렸고 더그아웃에서 글러브를 내던졌다. 박진만 감독은 "지금 팀 분위기가 가라앉았는데 그라운드에서 그런 모습을 보이면 안 된다"며 그를 2군으로 내렸다(6월 28일 1군 콜업).
#삼성 농구·배구단도 최하위
야구·축구단 팬들의 트럭 시위에 일부 삼성 농구·배구단 팬들도 힘을 보탠다는 소식이 이어졌다. 프로농구 삼성 썬더스, 프로배구 삼성화재 블루팡스는 2022-2023시즌 KBL과 V리그에서 각각 최하위를 기록했다. 두 구단이 양대 겨울 프로스포츠 리그에서 동반 최하위를 기록한 것은 최초의 일이다.
삼성화재는 2022-2023시즌 전 지난 두 시즌간 함께했던 고희진 감독과 계약을 연장하지 않고 김상우 감독을 새롭게 불러들였다. 직후 우리카드와 5 대 3 트레이드를 단행하며 체질 개선을 노렸고 외국인선수 트라이아웃에서 1순위 선발권을 손에 넣으며 기대감을 높였다.
하지만 지난 3년간 하위권을 전전한 삼성화재의 전력을 단기간에 상승시키기는 어려웠다. 리그 1라운드가 종료된 시점 또 한 번의 트레이드가 있었으나 역부족이었다. 결국 삼성화재가 받아든 성적표는 리그 최하위였다.
삼성 썬더스의 시즌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장기간 이어져온 이상민 감독 시대를 마무리하고 은희석 신임 감독을 불러들였다. 리그 정상급 가드 이정현을 FA로 수혈했다. 그러나 전력 약화가 지속돼온 팀의 순위를 끌어올리는 것은 쉽지 않았다. 이전 시즌과 마찬가지로 리그 최하위, 9승 45패라는 시즌 전적에서 6승을 더했을 뿐이었다.
#투자가 줄었다?
삼성 스포츠단의 동반 침체 원인을 업계에서는 '스포츠단의 제일기획 이관(2014년 시작)'으로 꼽는다. 구단들이 차례로 운영 주체가 달라지면서 투자되는 금액이 줄어들었다는 지적이다. 공교롭게도 이 시기부터 삼성의 각 구단 성적이 하락하기 시작했다. 4연속 통합우승으로 맹위를 떨치던 삼성 라이온즈도 2014년이 마지막 한국시리즈 우승이다. 수원 삼성도 준우승을 차지하는 등 상위권 경쟁을 이어갔던 시점이 2015년이다.
삼성 스포츠단 팬들이 분노하는 까닭은 이들이 모두 과거에는 찬란한 역사를 자랑했다는 것이다. 삼성 라이온즈는 프로야구 창설 이래 꾸준히 강팀으로 군림해왔다. 다만 한국시리즈 우승에는 한 발씩 모자랐으나 2000년대 초반 '우승혈'이 뚫린 이후 왕조로 군림했다. 1990년대 중반 창단한 후발 주자인 축구의 수원 삼성도 비슷한 역사를 밟았다. 연속 우승을 차지한 1998시즌과 1999시즌의 수원은 K리그 40년 역사에서 역대 최강팀을 논할 때 빠지지 않는 팀이다.
농구단과 배구단의 전성기도 강렬했다. 농구대잔치 시절부터 명문 구단이었던 삼성 썬더스는 2000년대까지 우승 2회, 준우승 2회를 기록했다. 삼성화재는 삼성 스포츠단에서도 가장 화려했던 구단이다. 실업배구에서 77연승을 기록했고 V리그 출범 이후 11시즌 연속 챔피언결정전 진출, 8회 우승이라는 빛나는 역사를 남겼다.
삼성 스포츠단의 몰락 원인으로 투자 감소가 지목된다. 과거 삼성 스포츠단은 경쟁 구단에 비해 압도적인 투자 규모로 때론 '돈성', '레알 수원' 등으로 불리기도 했다. 하지만 삼성그룹이 아마추어 종목에서 운영하는 팀(테니스·럭비) 등을 해체하는 등 스포츠 분야 투자를 줄이는 동시에 프로스포츠 구단으로 흘러 들어오던 금액도 줄어들었다.
삼성 스포츠단이 보이는 극도의 부진을 투자 감소 탓으로만 돌릴 수 없다는 지적도 있다. 현재 이들이 지출하는 금액이 리그 최하위 수준은 아니기 때문이다. 삼성 라이온즈의 2023시즌 소속선수 평균 연봉(신인, 외국인선수 제외)은 83억 3400만 원이다. 90억 원을 넘긴 SSG에 이은 2위 수준이다. 수원 삼성은 2022시즌 기준 전체 선수 연봉 총액 88억 7583만 9000원으로 리그 8위, 중위권 정도다. 리그에서 압도적인 투자 금액을 자랑하던 과거보다 줄었으나 지금도 적지 않은 돈을 쓰고 있는 셈이다.
겨울 스포츠 농구와 배구의 경우 리그에서 샐러리캡 제도를 도입 중이다. 구단마다 편차는 있겠으나 샐러리캡 하한선도 있기에 선수 연봉 지출 면에서 경쟁 구단 간 격차가 벌어지기 어려운 구조다. 이와 관련해 삼성 한 스포츠구단에서 근무했던 한 지도자는 "타 구단은 외국인 선수 영입시 '뒷돈'을 쓰는 경우가 많다. 삼성도 과거에는 그랬지만 투자를 줄이며 공식 발표된 금액만 정직하게 사용한다"고 귀띔했다.
#모범 사례는 없나
삼성 스포츠단의 부진은 최근 한두 시즌의 일이 아니다. 하지만 2023년 농구단과 배구단이 최하위로 시즌을 마무리했고, 축구단이 강등을 걱정하는 상황에서 야구단까지 꼴찌로 떨어지며 더 큰 화제를 몰고 왔다.
삼성 스포츠단이 마냥 부진하기만 한 것은 아니다. 또 하나의 프로스포츠단인 WKBL 삼성생명 블루밍스는 경쟁력을 선보이고 있다. 이들은 두 시즌 전인 2020-2021시즌 챔피언 결정전에서 우승을 차지하는 저력을 보였다. 지난 시즌도 부상자가 속출하는 악재 속에서도 정규리그 3위를 차지, 플레이오프 무대를 밟았다.
여자 프로농구 삼성생명에 대해 한 체육계 원로는 “임근배 감독의 능력 덕”을 꼽았다. 그는 “코트 위 전략에만 몰두하는 것이 아니라 구단을 전반적으로 어떻게 운영할지 구상하는 감독이다. 물론 감독이 전략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 되면 좋겠지만 현실이 그렇지 않다”고 평했다. 이에 더해 삼성생명은 트레이드를 통해 얻은 지명권으로 대어급 신인을 드래프트에서 선발하는 등 행운도 따랐다.
삼성생명은 타 삼성 스포츠단이 수년째 겪고 있는 ‘감독 잔혹사’에서도 자유롭다. 신한은행, 우리은행, KB국민은행 등 강자들이 많은 WKBL에서 임근배 감독은 2015시즌 이후 8시즌간 팀을 이끌고 있다.
김상래 기자 scourge@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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