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SMC와의 격차 벌어진 가운데 2나노 주도권 경쟁…고객사 신뢰 확보 난망 지적 속 3나노 2세대 성적 관건
#2나노, TSMC 꺾을 시장 될까
지난 6월 27일(현지시각) 삼성전자는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열린 ‘삼성 파운드리 포럼 2023’을 통해 2나노 양산 로드맵을 처음 공개했다. 2025년 스마트폰 중심으로 2나노 반도체를 양산하고 2026년 고성능컴퓨팅(HPC), 2027년 자율주행 등 차량용 반도체로 제품군을 확장하겠다는 계획이다. 최시영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 사장은 “삼성전자는 인공지능(AI) 반도체에 가장 최적화된 GAA 트랜지스터 기술을 계속 혁신해 나가며 AI 기술 패러다임 변화를 주도하겠다”고 밝혔다.
나노는 반도체 회로 선폭을 말한다. 선폭이 좁을수록 더 좋은 반도체를 만들 수 있다. 소비전력이 줄고 처리 속도가 빨라지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에 따르면 2나노 공정에서 생산되는 반도체는 3나노 2세대 대비 성능과 전력 효율이 각각 12%와 25% 향상됐고 면적은 5% 줄었다. 2나노 시장은 전망이 좋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3나노 이하 파운드리 시장 규모는 올해 84억 5000만 달러(약 11조 원)에서 2026년 381억 8000만 달러(약 50조 원)로 연평균 65.3%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전자는 2나노 시장의 주도권을 잡기 위해 노력 중이다. 삼성전자는 파운드리 포럼을 1년 단위로 열어왔다. 하지만 이번에는 지난해 10월에 이어 8개월 만에 포럼을 개최했다. 2나노 로드맵 제시는 TSMC보다도 빨랐다. TSMC도 2025년부터 2나노를 양산하겠다고 밝혔는데, 아직 구체적인 일정을 밝히지는 않은 상태다. 최근 파운드리 사업에 대한 삼성전자의 의지는 곳곳에서 드러난다. 지난 5월 경계현 삼성전자 DS부문 사장은 대전 한국과학기술원(KAIST) 특별강연에서 “TSMC를 5년 안에 따라잡겠다”는 포부도 드러냈다.
특히 삼성전자는 차세대 트랜지스터 구조 GAA 기술 경쟁력에 기대를 걸고 있다. GAA는 전류가 흐르는 채널 4개 면을 게이트가 둘러싸 데이터 처리 속도와 전력효율을 높인 차세대 기술이다. 기존 트랜지스터인 ‘핀펫(FinFET)’은 채널의 3개 면을 감싸는 구조다. 지난해 6월 삼성전자는 GAA를 적용한 3나노를 처음으로 양산했다. 삼성전자에 따르면 GAA 기술을 적용한 3나노 1세대 공정을 5나노 핀펫 공정이랑 비교하면 전력은 45% 절감됐고, 성능은 23% 향상됐다. 면적은 16% 축소됐다. GAA를 도입한 것은 파운드리 업체 중 최초다. 삼성전자는 2나노 공정에도 GAA를 적용할 예정이다.
삼성전자 입장에선 승부수를 던져야 하는 상황이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삼성전자와 대만 TSMC와의 점유율 차이는 47.7%포인트(p)로, 지난해 4분기(42.7%p) 대비 늘어났다. 같은 기간 삼성전자 점유율은 15.8%에서 12.4%로 떨어졌고 TSMC 점유율은 58.5%에서 60.1%로 올랐다. 이민희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주요 고객이 TSMC로 이탈한 데다 전 세계 모바일 수요도 좋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증권가에서는 올해 2분기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사업이 적자 전환할 것으로 내다본다.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부는 지난해 20조 원가량의 매출을 올린 것으로 추정된다. 같은 기간 삼성전자는 메모리반도체 사업에서는 68조 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아직은 사업 규모 차이가 크다. 삼성전자는 메모리반도체 시장에선 세계 1위를 기록하고 있다. 다만 파운드리 등 비메모리반도체(시스템반도체) 역량을 키우는 것이 과제다. 시스템반도체가 글로벌 반도체 시장의 60~70%를 차지하기 때문이다. 또 메모리반도체는 경기 사이클에 취약하다.
#GAA 빠른 도입 전략 아직은 효과 못 봐
TSMC도 2나노부터 GAA를 활용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2나노에서는 핀펫으로 반도체 동작 전압을 줄이는 데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새로운 기술을 도입하면 대량 양산 과정에서 여러 문제점이 생길 수밖에 없다. 이런 측면에서 GAA를 3나노부터 선제적으로 도입한 건 삼성전자가 유리한 입장이다. 2나노부터 TSMC와 맞먹는 수준으로 성장하겠다는 삼성전자의 계획에도 청신호가 켜질 수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GAA를 빨리 도입한 전략이 오히려 삼성전자의 약점이 될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GAA 공정을 활용해 반도체를 생산하는 것은 삼성전자가 처음이기 때문에 고객사들의 신뢰를 확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파운드리 업체에는 고객사들의 수주가 생명이다. 실제 삼성전자는 GAA를 적용한 3나노를 내놓았지만 큰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퀄컴이나 엔비디아 등 메이저 고객사들에 3나노 물량을 공급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엄재철 반도체 산업구조 선진화 연구회 정책부회장(전 영진전문대 반도체전자계열 교수)은 “TSMC가 승승장구할 수 있었던 것은 꾸준히 고객사들에 성능, 기술 수율과 안전성에 대한 신뢰를 줬기 때문이다. 반면 삼성전자는 기존에 똑같은 핀펫 공정을 활용하더라도 수율이 낮게 나타나는 등 고객사들에 신뢰를 덜 준 면이 있다. 그러한 상황에서 새로운 기술이 추가된 것이기 때문에 고객 입장에서는 불안하다고 여길 수 있다”며 “오히려 TSMC까지 가세해야 GAA 자체에 대한 신뢰도가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삼성전자가 내년 양산에 들어가는 3나노 2세대 성과가 삼성전자 2나노 운명을 결정할 것이란 의견도 있다. 앞서의 이민희 연구원은 “초반에 3나노 수율이 잘 나오지 못했지만 지금은 3나노 수율이 60~70%까지 올라온 것으로 추측된다”며 “내년에 양산할 예정인 3나노 2세대는 주로 모바일용이다. 수율을 잘 내고 고객을 얼마나 확보하는지에 따라 2025년 2나노로 돌입했을 때 TSMC에 빼앗긴 고객들을 다시 데려올 수 있다”고 내다봤다.
향후 삼성전자와 TSMC를 비롯해 인텔, 일본 라피더스 등이 GAA 공정을 적용한 2나노 시장에 뛰어들면, 원가를 낮추는 데서 승부를 봐야 한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강성철 한국반도체디스플레이기술학회 선임연구위원은 “기술력이 어느 정도 평준화되면 결국에는 원가 싸움이다. 한국보다는 대만이 인건비가 저렴해 원가를 낮추기는 유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삼성전자 측은 AI 시장 수요에 대응해 고성능 GAA 트랜지스터 기술 혁신에 역량을 집중해나간다는 계획을 밝혔다.
김명선 기자 seon@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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