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적 고밸류’ 반도체 조정 온다면 이익 크게 증가하고 주가 저렴한 소형주 주목
5월 미국 소비자물가(CPI)는 MoM(전월 동기 대비 증감율) +0.1%(예상치 +0.2%, 이전치 +0.4%), YoY(전년 동기 대비 증감율) +4.0%(예상치 +4.1%, 이전치 +4.9%), 근원 소비자물가는 MoM +0.4%(예상치, 이전치 +0.4%), YoY +5.3%(예상치 +5.3%, 이전치 +5.5%)로 컨센서스(예상치)에 부합 혹은 더 둔화된 수치로 발표됐고 시장의 기대처럼 6월 FOMC(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에서는 금리 동결을 단행했다.
이런 난관 속에서 국내 증시를 견인했던 주체는 반도체였다. AI(인공지능)라는 신시장 기대감에 엔비디아가 급등하며 반도체 랠리의 신호탄을 쏘았고, 시가총액 상위에 반도체가 많은 국내 증시는 이를 계기로 상승 추세를 탔다. 최근 한 달 ETF 수익률 상위 종목 20개 중 14개가 반도체 관련 ETF였다. 20%가 넘는 수익률을 기록한 상위 8종목이 전부 반도체로 채워질 정도로 강세를 보였다.
이제 당분간 빅 이벤트는 없을 예정이다. 시장의 방향성을 이끌어 줄 이벤트의 부재는 향후 증시에 또 다른 어려움을 안겨준다. 최근 시장을 주도했던 반도체는 더 갈지도 모르지만 최근 5주 중 -0.19%의 소폭 조정을 보였던 한 주를 제외하고는 연속으로 상승해 YTD(연초 누계)로 +17.85%를 상승했다. 심리적으로 부담이 생기는 시기다.
특정한 방향이 없다면 시장에서 가장 유력한 길은 순환매다. 특정 섹터의 밸류에이션(주식 가치)이 비싸다면 다른 섹터로, 특정 종목이 비싸다면 동종 사업을 영위하는 다른 싼 주식으로 이동하는 것이다. 반도체 지수는 12MF Forward P/E(향후 12개월 이익추정치로 산출한 주가수익비율) 기준 현재 27.08배로 역사적 고밸류에이션에 위치해 있다. AI 시장의 기대감이 생각보다 빨리 현실화되거나 실적이 상승해 밸류에이션이 낮아질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최근 10년간 반도체 지수의 밸류에이션은 10배 부근에서 움직였음을 감안하거나 현재의 높은 수치만 보고 판단한다면 반도체는 조정이 올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만약 반도체의 조정이 온다면 순환매는 소형주에서 찾는 것이 가장 부담이 적을 것으로 판단한다. 반도체 랠리에 대형주는 주가도, 이익추정치도 상승했다. 다만 소형주는 이익 추정치는 +31.53% 증가한 반면 주가는 +2.27% 상승이라는 저조한 퍼포먼스를 나타냈다. 순환매가 비싼 주식을 매도해 아직 오르지 않는 싼 주식을 산다는 개념이기에 이익은 많이 증가했고, 주가는 저렴한 소형주가 유망해 보인다.
순환매가 오는 경우 투자자들이 명심해야 할 부분은 FOMO(Fear Of Missing Out)와 밸류트랩이다. FOMO는 혼자만 수혜를 누리지 못할 것 같은 두려움을 뜻한다. 순환매 장세의 특징은 한 부분이 오르면 다른 부분에서 매도 물량이 출회된다는 것이다. 이 주기는 며칠이 되기도 하고, 짧으면 몇 분 만에도 발생한다. 이런 상황에서 투자자는 뇌동매매로 평소보다 더 큰 손실을 보는 일이 생긴다. 주식이 심리 싸움이라고도 불리는 이유다.
밸류트랩은 P/E, P/B(주가순자산배수) 등의 상대 가치가 기타 종목, 업종들보다 저렴하다는 근거로 매수했는데 실제 성과는 시간이 지나도 저조한 상태에 머무는 것을 말한다. 싸게 보이는 것이 아닌 싼 가격이 본래의 가치인 것이다.
평소의 투자도 그렇지만 순환매 장세는 흐름이 빠르기 때문에 더 많은 공부가 필요하다. 상기 언급한 FOMO, 밸류트랩에 빠지지 않고 시장이라는 전쟁터에서 수익을 얻기 위해서는 지식이라는 무기를 최대한 많이 구비하는 것을 권고한다.
한재혁 하나증권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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