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유주 원골프 “계약위반 따라 적법하게 계약 해지” vs 운영사 더플레이어스 “사실과 달라, 사법부가 판단할 것”
소유주 측의 골프장 자산 관리업체 ‘(주)원골프매니지먼트(원골프, 대표이사 박권희)’는 위탁운영사의 배임이 확인돼 적법하게 계약을 해지했다고 주장한다. 위탁운영사인 ‘(주)더플레이어스(대표이사 권성호)’는 부당한 계약해지라고 맞서며 운영권을 놓지 않고 있다. 두 회사는 1년 넘게 법적 다툼을 벌이고 있다.
더플레이어스GC는 2013년 설립된 27홀 규모 대중제 골프장이다. 2016년과 2018년에 서울경제 골프 매거진이 선정한 ‘한국 10대 퍼블릭코스’로 선정될 정도로 유명한 곳이다. 더플레이어스GC는 2020년 4월 한 투자회사에 인수됐다. 이 투자회사는 골프장 자산관리 회사인 원골프를 설립했다.
2020년 5월 1일 원골프는 당시 잔디관리를 맡고 있던 ‘비엔비케이(대표이사 권성호)’가 설립한 더플레이어스에 골프장 운영을 맡겼다. 비엔비케이는 골프장 시설관리 전문 업체다. 원골프 관계자는 “당시 비엔비케이가 제시한 임대료가 높은 편이었고, 잔디를 관리하고 있었기 때문에 시설을 잘 운영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2021년 두 회사 사이에 갈등이 발생했다. 원골프 관계자는 “권성호 대표이사가 황금 시간대에 지인들과 무료로 골프를 친다는 소문을 들었다”며 “이후 조사를 했고, 계약위반 내용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원골프는 2021년 12월 28일 더플레이어스에 위탁운영 계약해지를 통보했다.
원골프는 △권 대표이사의 골프장 무료 이용 170회 △무료 이용 기록 누락 △매출 기록 누락 △임대 보증금 미지급 등의 문제를 확인했다고 주장했다. 이를 근거로 더플레이어스에 계약 해지를 통보했다는 것이다.
원골프 측은 권 대표가 무료로 골프장을 이용한 횟수가 2021년 한 해 동안 170번 있었다고 본다. 이는 권 대표 본인 라운딩과 지인 예약을 종합한 수치다. 원골프 관계자는 권 대표가 예약이 가장 많이 몰리는 시간대인 오전 8시부터 11시 사이에 주로 골프장을 이용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이 시간대 이용료는 다른 시간에 비해 1만~2만 원 정도 더 비싼 것으로 알려졌다. 때문에 원골프 측은 권 대표가 무료 라운딩을 이용한 만큼 손해가 발생했다고 주장한다.
원골프 측은 권 대표 이용 기록이 예약 시스템에서 누락된 것도 문제라는 입장이다. 취재에 따르면 2021년 10월 8일 예약 시스템에는 오후 2시까지 총 57개 팀이 등록돼 있었다. 그런데 같은 날 공식적으로 시스템에 기록되지 않은 예약이 있었다. 카카오톡 단체 대화방에 기록된 캐디 지시내역과 캐디일지 등에 따르면 9시부터 9시 30분 사이 권 대표이사가 3명의 지인과 함께 골프장을 찾은 것으로 적혀 있었다. 원골프 측은 이와 유사한 상황이 2021년에만 170차례 반복된 것으로 본다. 이렇게 누락된 기록 때문에 매출 내역에 공백이 생겼고, 이는 계약에 위배된다는 게 원골프 측 주장이다.
무료 골프장 이용과 예약 시스템 기록 누락 등에 대해 권 대표 측은 코스 점검 및 마케팅 업무 차원이라고 반박한 것으로 전해졌다.
보증금 문제도 발생했다. 두 회사가 맺은 계약에 따르면 2021년 4월 14일까지 더플레이어스는 원골프에 보증금 중 절반을 내야 한다. 원골프는 입금 기한까지 보증금이 지급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더플레이어스는 2022년 1월 4일 내야 할 보증금 중 일부를 입금했다고 한다.
두 회사 갈등은 결국 소송전으로 번졌다. 원골프는 2022년 4월 더플레이어스에 명도소송을 제기했다. 명도소송은 임대차 계약이 종료된 다음에도 임차인이 부동산을 인도하지 않을 때 점유를 이전받기 위해 제기하는 민사소송이다.
그러자 더플레이어스는 ‘절도교사죄’로 원골프를 고소했다. 원골프가 더플레이어스 직원들을 부추겨 내부 자료를 유출하게 만들었다는 이유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 소송은 경찰조사 끝에 검찰로 넘어간 상황이다. 이에 대해 원골프 측은 “절도교사한 사실이 없다. 명도소송과는 전혀 무관한 사안으로 더플레이어스 측의 물타기에 불과하다고 판단한다”고 밝혔다.
원골프는 2023년 3월 권 대표이사를 업무상 배임 혐의로 고발했다. 춘천경찰서는 7월 31일 일요신문과의 통화에서 관련 조사가 진행 중인 사실을 확인했다.
일요신문은 8월 1일 비엔비케이 측에 이 사건에 대한 입장을 요청했다. 비엔비케이는 서면으로 “제보자의 주장은 사실과 전혀 다르며, 당해 질문(일요신문의 질문)은 소유자(원골프)를 피의자로 한 형사소송과 민사소송이 진행 중인 핵심 사안”이라고 답변했다. 이어 “사법부의 객관적이고 공정한 판단에 따라 시시비비가 가려질 사안에 당사자가 입장을 밝히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것이 당사의 판단”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당사자 및 관련자들을 상대로 당사가 제기한 고소 및 고발 피의자들은 전부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됐음을 알려드린다”고 했다. 자세한 답변을 다시 요청하자 비엔비케이 관계자는 “당사의 입장은 이미 보낸 메일로 충분히 답변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한편, 7월 31일 권 대표에게 문자로 반론 요청을 했지만 답장은 없었다. 통화를 시도했지만 이 역시 연결되지 않았다.
10월 21일 비엔비케이 측은 서면으로 반론을 보냈다. 비엔비케이 측은 원골프에서 문제 삼았던 권 대표이사의 무료 라운딩은 코스점검, 직원 교육, 마케팅 등 업무의 일환이었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권 대표이사 측은 강원춘천경찰서가 해당 사건에 대해 ‘혐의 없음’으로 불송치 결정을 했다고 덧붙였다.
보증금 미납 문제에 대해서는 “계약 체결 당시 상당한 부채를 가지고 있었던 원골프의 요청에 따라 납부시기를 유예한 것에 불과하다”며 “합의가 있었음에도 원골프가 문제로 삼자 불필요한 분쟁을 회피하기 위해 2차 보증금을 납부한 것에 불과하다”고 해명했다.
‘절도교사죄’ 고소 건에 대해서는 “원골프 측이 (더플레이어스) 직원을 회유해서 불법적으로 확보한 자료를 민사소송에 제출했다”고 했다. 비엔비케이 측은 원골프 대표이사와 관련 직원은 각각 절도교사와 장물취득 혐의로 춘천지방검찰청에 기소의견으로 송치된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강원 기자 2000won@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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