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구조 개선 없이는 경쟁력 확보 쉽지 않다는 지적…KT “로봇, 추후 다양한 사업 기회와 수익모델 창출 가능”
#일부 모델 가격 낮췄지만…가격 경쟁력 여전히 떨어져
8월 9일 국내 서빙로봇 업계 등에 따르면 KT가 공급하는 베어로보틱스 구형 서빙로봇의 3년 약정 가격이 반년 사이 큰 폭으로 떨어졌다. 올해 3월 기준 임대료는 월 55만 원이었지만 8월에는 35만 원 수준까지 내려왔다. KT 한 영업사원은 “3년 약정으로 항상 유도를 하는데 영업 직원들 사이에서는 단기간에 가격이 반토막이 나서 예전에 판매한 점주 보기가 민망하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라고 말했다. KT가 2년 동안 13대 남짓 판 사실이 확인됐던 현대로보틱스의 서빙로봇은 월 임대료가 65만 원에서 30만 원 수준으로 인하되더니 급기야 올해 5월부터는 영업용 카달로그에서 모습을 감췄다(관련기사 [단독] 2년 판매량 고작 13대…KT의 현대로보틱스 지분투자 따져보니).
가격 인하는 경쟁사를 의식한 행보로 분석된다. 서빙로봇 업계 한 관계자는 “업체들 간의 서빙로봇 가격대를 비교해서 구형모델의 3년 약정 가격을 낮춘 것이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서빙로봇 업계 점유율 1위인 VD컴퍼니가 판매하는 1년 약정 푸두봇은 월 30만 원 미만 가격에 시중에 유통되고 있다. 올해 2월 로봇 회사 비로보틱스를 분사시킨 배달의 민족 역시 3년 약정으로 판매 중인 AI서빙로봇의 가격은 30만 원 초반대 수준이고 인증중고 등의 경우에는 20만 원 미만 가격에도 판매하고 있다. 반면 KT의 경우 최근 가격을 인하한 모델을 제외하고 여전히 서빙로봇을 약정 기한에 따라 월 60만~95만 원 수준으로 임대 판매하고 있어 가격 경쟁력에서 크게 밀린다는 평가를 받는다.
KT는 서빙로봇 업계에서는 후발주자다. 전국 영업망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은 KT의 장점이다. 하지만 가격경쟁력이 발목을 잡고 있다는 평가다. 이 때문에 꼼수가 동원되기도 한다. 앞서의 KT 영업사원은 “가격 경쟁력이 너무 떨어져 영업사원 대부분이 고객에게 마진을 챙겨주는 방식으로 영업을 한다”며 “대리점이 로봇을 팔면 본사가 대당 100만~200만 원씩 판매 수수료를 지급해주고 매달 서비스 요금의 일정 퍼센티지가 유지수수료로도 나오는데 그걸 긁어모아서 고객에게 현금으로 주는 식”이라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서빙로봇 업계 다른 관계자는 “KT 로봇을 구매하면 나중에 수십만~수백만 원 돌려드린다는 식으로 판매를 하는 경우가 상당해 가격이 공식적으로 나와 있어도 실제 시장에서 유통되는 가격과는 다르다”며 “일정 부분 매출이 부풀려질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KT는 서빙로봇 판매를 위해 최근 중소벤처기업부와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이 주관한 스마트상점 기술보급사업에 참여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스마트상점 기술보급사업은 서빙로봇, 키오스크 등을 도입해 소상공인이 영업점을 스마트상점으로 바꾸는 데 정부가 70~80% 정도의 금액을 지원해주는 정책 사업이다.
KT 한 직원은 “중소기업의 IT솔루션과 소상공인을 만나게 하려는 취지로 조성한 사업에 대기업이 매출 조금 더 내려고 끼어드는 게 맞는지 모르겠다. 이번에 일부 모델의 가격을 낮췄지만 매출 압박도 점점 심해지고 있어 내부에서는 로봇사업이 평탄할 거라고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스마트상점 기술보급사업을 통해 KT 서빙로봇을 이용 중이라고 밝힌 고양시 일산구의 한 점주는 “점주 개인이 구입해서 쓰기에는 가격이 부담스러운 건 사실이다. 저도 정부 지원 덕분에 매수가가 크게 낮아진 덕분에 임대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갈수록 불투명해지는 KT의 로봇 사업
최근 5G 가입회선의 성장 속도가 둔화하면서 통신사들은 각자의 설정한 방향에 따라 ‘로봇’ 사업에 힘을 싣고 있다. SK텔레콤은 로봇 제조업체 뉴빌리티, SK그룹 보안전문회사 SK쉴더스와 협업해 자율주행 순찰로봇 개발·사업화에 집중하고 있다. 지난해 9월 LG전자의 ‘클로이’를 앞세워 서빙로봇 사업 시장에 뛰어든 LG유플러스는 최근 자율주행 솔루션 전문기업인 유진로봇과 협업해 물류로봇 사업 진출도 선포했다. 반면 KT는 개시한 지 만 2년이 지난 서빙로봇에서 나아가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실내외 배송, 방역, 돌봄 로봇 등이 라인업에 추가되기는 했으나 시장 수요가 미미해 눈에 띄지 않는다는 평가다.
KT의 IR 자료에 따르면 디지코 B2B 분야 중에 AI/뉴 비즈 사업은 올해 2분기 역성장을 기록했다. AI/뉴 비즈의 2분기 매출은 9940억 원으로 1분기에 비해 11.3%, 전년 동기에 비해서는 8.4% 감소했다. 해당 부문에는 자율주행 서빙로봇 등 AI로봇, 스마트 모빌리티, 스마트 공간솔루션 등의 신사업 분야가 모두 포함된다.
로봇을 팔아도 제조기술을 보유하지 않은 단순 유통 플랫폼 회사인 KT에는 큰 이득이 돌아가지 않는 구조도 문제다. 가격을 쉽사리 낮추지 못하는 것도 이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통신업계 한 관계자는 “서빙은 타깃도 대부분 소상공인, 개인사업자인 까닭에 너무 틈새시장이 아니냐는 생각도 든다”며 “KT 직원이 사후관리까지 다 해주는 구조기 때문에 외주를 맡기는 다른 회사들과 인건비에서 차이가 날 수밖에 없고 로봇도 사입해 판매하다보니 비용이 전체적으로 많이 들어 통신사가 이 사업을 하는 게 맞나 하는 의구심이 든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문형남 숙명여대 경영전문대학원 교수는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는 기술 경쟁력이나 특화된 분야가 있는 반면 KT처럼 아무런 기반 없이 서비스 로봇 사업 등을 영위하는 것은 다소 무리라는 생각이 든다”며 “전반적인 사업 구조조정이나 사업 철수 등의 전략적 결단이 필요해 보인다. 아니면 내·외부에 확실한 파트너라도 갖춰야 한다”고 지적했다.
로봇사업에 관심이 많던 구현모 전 KT 대표는 취임 직후인 2020년 6월 첫 전략적 투자처로 현대로보틱스를 선택했다. 당시 KT는 500억 원을 들여 현대로보틱스 지분 10%를 인수했으나 로봇 사업에서 제대로 된 시너지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 KT 관계자는 “로봇의 가격이라는 것은 새로운 모델이 나올 때마다 설정하기 나름이라서 왜 할인이 들어갔는지는 말씀드리기 어렵다. 현대로보틱스는 단종됐다기보다는 현재 각 지역 영업조직에서 자체적으로 판매가 잘 되는 로봇 영업 쪽에 집중하고 계시는 걸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어 “KT는 로봇 플랫폼 사업자로서 제조사들의 로봇을 수요처와 연결해주면서 관제와 통신 등 원활한 운영이 가능하게끔 서비스를 제공해드리고 있다. 로봇은 배송이나 스마트 시티 사업 등과도 연결될 수 있고 AI 역시 콘텐츠 사업이나 사물인터넷 분야까지 확장할 수 있어 추후 다양한 사업 기회와 수익모델을 창출할 수 있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김정민 기자 hurrymin@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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