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은행 시중은행 전환 작업 ‘비상’…전환 인가 취소 가능성도 거론
- 대구은행, 범죄 인지하고도 금감원에 신고 안 해
- 금감원장 "최고위층에 책임 물을 것"
- 은행측 "의도적 보고 지연·은폐 없다"
- 금융권 "황병우 은행장, 책임 안고 중도 퇴진할 가능성 커"
[일요신문] DGB대구은행이 직원들의 고객 문서를 위조해 수천 여건 계좌를 몰래 개설한 사태로 곤욕을 치르고 있는 가운데 황병우 대구은행장에 대한 책임론이 부각 되고 있다. 사태 수습 방식 등을 둘러싸고 내부에서 비판이 나오고 있을 뿐만 아니라 대구은행의 이미지까지 실추되고 있어 서다.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DGB대구은행이 직원들이 실적을 올리기 위해 고객 동의 없이 증권계좌를 몰래 개설한 것과 관련해 내홍 사태로 이어져 잡음이 크게 일고 있다.
문제는 대구은행이 일련의 문제에 대해 사전에 인지하고 있었으며, 이에 따른 심각성을 알고도 금감원에 이 사실을 보고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김태오 DGB금융그룸 회장 등 대구은행의 사법리스크가 장기화 되면서 내부통제 시스템이 무너졌다는 지적이 내·외부에서 일고 있다.
여기에 이번 사태에 대한 후속 대응을 두고 자체 운영 방식의 혼선으로 내홍 사태까지 빚고 있어 직원들의 동요와 반발까지 우려돼 그야말로 '엎친 데 덮친 격'이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이번 대구은행 사태는 국내 금융제도를 지탱하는 큰 축의 하나인 금융실명제를 무력화시키는 조직적인 범죄란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며, "금융당국 역시 엄벌을 예고한 만큼 수장인 황병우 은행장의 책임 소재는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 김태오 회장 등 임원 4명…1년 8개월째 재판 중
대구은행은 김태오 회장의 사법리스크 장기화로 인한 경영 실적 부진, 도덕적 해이, 주가 하락 등 내우외환에 시달리고 있다. 김 회장을 포함한 이 은행 임직원 4명은 2021년 12윌 국제상거래에 있어 외국공무원에 대한 뇌물방지법 위반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1년 8개월째 재판을 받고 있다. 2020년 대구은행장을 겸직했던 김 회장과 당시 이 은행 글로벌본부장인 A씨, 글로벌사업부장 B씨, 현지법인인 DGB 특수은행(SB)의 부행장인 C씨 등 4명이다. 이들은 캄보디아에서 상업은행 인가을 얻기 위해 현지 공무원들에게 거액의 뇌물을 제공하려 한 혐의로 기소됐다.
이렇듯 김 회장 등 임원들의 사법 리스크가 부른 도덕적 해이가 이번 사태를 더 키웠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여기에 이번 사태에 대한 수습 방식 등을 둘러싸고 내부 비판이 나오고 있다. 뿐만 아니라 대구은행의 이미지까지 심각하게 실추되면서 직원들 대부분이 큰 상실감과 허탈감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로 인한 황병우 은행장에 대한 책임론도 등장하는데, 올해 1월 취임한 황 은행장이, 이번 사태에 대해 사실상 직접적 책임을 지우기에는 쉽지 않아 결국 그 책임을 안고 중도에 퇴진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금융권의 중론인 것.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9일 대구은행 직원들이 고객 문서를 위조해 증권계좌를 개설했다는 의혹을 확인하고 긴급 검사에 나섰다.
이들 직원들은 증권계좌 실적을 높이기 위해 계좌를 한 개 개설한 고객의 증권계좌를 추가로 개설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고객의 동의를 받지 않았고, 심지어 해당 직원들은 임의로 계좌를 튼 사실을 숨기기 위해 계좌개설 안내문자(SMS)를 차단한 정황도 드러났다.
금감원은 대구은행의 금융실명제 위반 여부, 사문서 위조 여부를 조사중이다.
금융권 역시 이번 사고가 사실상 금융실명제법 위반, 사문서 위조 등에 해당한다고 보고 있다. 실제 대구은행 직원들의 행위는 금융거래의 계좌는 반드시 본인의 명의로 해야 한다는 금융실명제를 위반한 행위에 해당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쟁점은 고의성 여부이다. 현행법상 금융실명법을 위반하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실명확인 의무 또는 거래정보의 제공사실 통보의무 등을 위반한 자에게는 300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금융권에서는 "금감원 등의 조사 결과를 좀 더 지켜봐야겠지만, 해당(대구은행) 직원들이 타인의 권리 또는 법률상 이익을 침해할 목적으로 문서를 위조하는 범죄에 조직적으로 가담했을 가능성이 커 보여, 이로 인해 국내 금융제도의 신뢰에 큰 타격을 줄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 대구은행 브랜드 이미지 심각하게 '실추'
이로 인한 대구은행의 시중은행 전환 작업이 비상이 걸린 상태이다.
이번 사태에 따른 대구은행의 연내 시중은행 전환은 사실상 없을 전망이다. 뿐만 아니라 금감원의 검사 조사 결과에 따라 전환 인가 취소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다. 대구은행은 오는 10월을 전후해 전환 신청 서류를 금융위원회에 제출할 예정이었다.
현재 금감원은 대구은행의 '보고 지연' 경위를 집중 검사하고 있다. 대구은행은 올해 6월 30일 계좌를 임의 개설했다는 민원을 접수했으나, 한 달 넘도록 자체 감사만 하고 당국에 보고하지 않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로 인해 대구은행이 이번 사태를 은폐하려 했다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금감원은 또 대구은행이 증권계좌 개설 수를 실적(핵심성과지표)에 포함 시킨 이유에 대해서도 면밀하게 조사 중이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보고가 지연된 부분을 비롯한 여러가지 제반 책임에 대해서 법령상 허용 가능한 최고의 책임을 물을 것"이라며, "특히 은행업의 본질과 관련된 실패에 대해서는 최대한 최고의 책임자들의 책임을 묻는 것이 필요하다"고 밝힌 바 있다.
정치권에서도 대구은행의 일탈행위를 경고하고 나섰다.
더불어민주당 대구시당은 대구은행의 고객 증권계좌 불법 개설 의혹과 관련해 "고객 미동의 계좌 개설은 금융시장 교란 행위에 해당한다. 대구은행의 일탈행위가 심각하다"고 비판했다. 시중은행 전환을 앞둔 상황에서 이 같은 대형악재는 대구은행의 위기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더 심각한 문제는 이를 인지하고도 금감원 보고도 생략하고 공문을 보내 불건전 영업행위를 예방하라고 안내로 그친 대구은행 본부의 인식"이라며 "불법의 일상화가 대구은행 전체에 퍼져 있다고 보인다"고 지적했다.
한편 대구은행은 최근 이번 사건과 관련해 입장문을 내고 "정도경영에 위배되는 행위에 대해서는 향후 엄정하게 조치할 것"이라고 전했다.
입장문에서 이 은행은 "민원 접수 후 금융소비자보호부에서 민원처리 중 불건전영업행위 의심사례를 발견했다"며, 이 같이 밝혔다.
이어 입장문에는 "일련의 내용을 검사부로 이첩했으며, 즉시 검사부 자체 특별(테마)검사에 착수, 유사사례 전수조사를 벌이겠다"고 강조하며, "사실관계 확인 및 직원별 소명절차를 진행 중에 있다. 이 건의 경우 검사부 인지 후 바로 특별(테마)감사에 착수해 정상적 내부통제 절차에 따라 진행했고, 의도적 보고 지연과 은폐 등은 전혀 없다"고 해명했다.
대구은행 관계자는 "금감원의 검사에 성실히 임하며 제도보완으로 유사사례 발생 방지대책을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최창현 대구/경북 기자 cch@ilyod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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