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캐릭터·새로운 사건·포괄적 메시지 세 조건 충족 어려워…‘아라문의 검’ ‘D.P. 2’도 전작 눈높이 못 맞춰
#‘청출어람’ 없었다
최근 SBS ‘소방서 옆 경찰서 그리고 국과수’(소옆경2)와 tvN ‘경이로운 소문2’(경소문2) 등이 공개됐다. 큰 성공을 거둔 작품의 후속작인 동시에 김래원·공승연과 조병규·김세정 등 기존 출연 배우들이 고스란히 참여해 정통성을 지켰다. 하지만 성적은 그리 신통치 않다.
2022년 말 방송된 ‘소옆경1’은 최고 시청률 10.3%를 기록했다. 무엇보다 참신한 소재와 탄탄한 내러티브를 바탕으로 ‘웰메이드’라는 평가를 받았다. 그리고 최근 종방된 ‘소옆경2’의 최고 시청률은 9.3%였다. 표면적으로 볼 때는 큰 차이가 없어 보인다. 하지만 시즌1은 방송 내내 7∼9%대를 유지하다가 마지막 회를 10.3%로 마침표를 찍은 반면, 시즌2는 꾸준히 6%대를 벗어나지 못하다 11회에 8.0%, 마지막 회인 12회에서 겨우 9.3%를 찍었다. ‘1편만 못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인 이유다.
‘경소문2’의 성적표는 더 초라하다. 시즌1의 경우 2.7%로 시작한 시청률이 마지막 회에는 11%까지 치솟았다. “재미있다”는 입소문이 돌면서 가파른 상승 곡선을 그렸다. 반면 시즌2는 3.9%로 출발선을 끊은 이후 3∼4%대를 맴돌았다. 마지막 회에서 6.1%로 깜짝 반등했지만 이미 대중의 마음은 돌아선 뒤였다.
4년 만에 돌아온 tvN ‘아라문의 검’의 반응도 신통치 않다. 1∼2회 시청률이 각각 5.0%, 4.7%였다. 2019년 방송된 전편 ‘아스달 연대기’가 6.7%로 시작한 후 6∼7%를 꾸준히 유지했던 것과 비교하면 그리 눈에 띄는 성적이 아니다.
이런 분위기는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도 매한가지다. 사전제작 시스템을 고수하며 작품의 완성도를 중시하던 넷플릭스, 디즈니 플러스(+) 등은 인기 한국 작품의 속편을 속속 내놨다. 넷플릭스의 ‘D.P. 시즌2’와 디즈니+의 ‘형사록2’가 대표적이다. 각각 배우 정해인·손석구, 배우 이성민이 주연을 맡아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호평을 받았고, 후속 시즌이 제작됐다.
하지만 반응은 미지근하다. 국내 드라마처럼 ‘시청률’이라는 선명한 지표는 없지만, 글로벌 스트리밍 순위를 매기는 사이트인 플릭스패트롤 등에서 두 작품의 제목을 찾아보기 힘들다. 두 작품 모두 시즌1에 맞춰진 대중의 눈높이를 충족하지 못했다는 반응이 지배적이다.
#왜 ‘형’을 뛰어넘기 힘든가
시즌제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조건이 필요하다. 일단 기존 출연진이 참여해야 한다. 작품을 대표하는 캐릭터의 얼굴이 바뀌면 대중이 이질감을 느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둘째는 시즌제에 적합한 콘텐츠여야 한다. 대표적 시즌제 드라마인 ‘CSI’ ‘크리미널 마인드’ 등을 보면 매회 새로운 에피소드가 옴니버스 형식으로 등장한다. 즉 작품의 큰 틀은 유지하면서 매번 새로운 사건이나 인물을 자연스럽게 투입할 수 있는 장르물이 시즌제에 적합하다는 뜻이다.
마지막으로는 매력적인 서사가 있어야 한다. 이는 단순히 에피소드의 개수를 뜻하는 것이 아니다. 긴 호흡을 갖고 시즌제로 제작될 만큼 포괄적인 메시지를 제시하는 작품이어야 대중의 마음을 붙잡아 놓을 수 있다는 의미다.
‘D.P. 시즌2’와 ‘아라문의 검’은 첫 번째 조건에 부합하지 않는다. ‘아라문의 검’은 기존 주인공이었던 배우 송중기, 김지원 등이 하차하고 이준기, 신세경 등이 새롭게 투입됐다. ‘아스달 연대기’를 지켜봤던 시청자가 어색하게 느낄 수 있는 대목이다.
‘D.P. 시즌2’는 물론 기존 멤버들이 고스란히 참여했다. 하지만 정해인·구교환의 ‘투맨 로드 무비’ 성격은 줄어든 반면 갑자기 시즌1에서 조연에 그쳤던 손석구의 비중이 커졌다. 손석구의 대중적 지지도가 크게 상승했다고 하나, 기존 ‘D.P.’ 시리즈의 톤앤매너를 선호하던 시청자들 입장에서는 아쉬운 대목이다. ‘소옆경2’ 역시 방송 초반 주인공인 봉도진(손호준 분)이 일찌감치 사망 후 퇴장하면서 “실망스러운 전개”라는 성토가 쏟아졌다.
제 아무리 성공한 멜로물도 시즌제로 제작되기 힘든 이유는 두 번째, 세 번째 조건을 충족시키지 못하기 때문이다. 남녀 관계에 집중하는 멜로물의 경우 두 사람의 사랑이 이뤄지면 서사의 긴장감이 떨어지게 된다. 새로운 갈등 상황을 부여한다고 해도 작위적이라는 느낌만 준다.
반면 성공을 거둔 대표적 시즌제 드라마인 SBS ‘모범택시’를 살펴보자. 매회 새로운 빌런을 등장시키고 이런 사회악을 처단하는 과정을 촘촘하게 보여준다. 갑질 CEO, 불법 동영상 유포자, 해외 취업 사기집단, 사이비 종교집단 등 사회적 공분을 일으킬 만한 사건을 다루는 동시에 ‘공권력이 처단하지 못하는 이들을 사적으로 심판한다’는 대의명분이 카타르시스를 전한다. 그러면서도 시즌2에서는 ‘과연 사적 복수는 정당한가’라는 큰 메시지를 던졌다. 시즌제 드라마의 공식에 충실한 셈이다.
결국 성공한 전작은 ‘양날의 칼’일 수밖에 없다. 이 성공을 바탕으로 후속편이 제작될 수 있지만, 그에 걸맞은 성과를 내지 못하면 대중은 여지없이 외면한다. 대중적 지지도가 높은 지식재산권(IP)을 활용한 ‘원소스 멀티유즈(One Source Multi Use)’ 시스템이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주축으로 자리매김했지만 진지한 고민과 번뜩이는 아이디가 뒷받침되지 못하면 결국 소모적인 콘텐츠에 그치고 만다.
김소리 대중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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