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원·박효담·강주원·김지아 각 부문 우승…김시우·임성재 등 숱한 스타들도 거쳐간 대회
20년의 역사를 시샘이라도 하듯 궂은 날씨가 선수들을 괴롭혔다. 첫날은 낮 기온 최대 28℃로 더위가 잦아들어 경기력을 펼치기에 더없이 좋은 날씨였지만 대회 2일 차엔 적지 않은 비가 내렸다. 어려움을 호소할 법했지만 초등학생 선수들은 특유의 천진난만한 웃음으로 경기에 임했다.
일요신문-초등연맹회장배 대회는 긴 역사뿐 아니라 국내 초등학교 골프대회 중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이번 대회에는 218명의 초등골퍼들이 참가했다. 코로나19 탓에 활동이 여의치 않던 시기에도 200명 내외의 선수들이 참가한 바 있다.
전국 유망주들이 앞다퉈 이 대회에 참여하려는 이유는 포인트 때문이다. 대회에 나서는 선수들 대다수의 꿈이자 가까운 미래 목표는 국가대표 상비군 또는 주니어 상비군 발탁이다. 이를 위해선 대회 성적으로 포인트를 쌓아야 한다. 일요신문-초등연맹회장배 대회에는 초등대회 중 이 포인트가 가장 많이 걸려 있다.
초등골프 무대에서 '메이저격' 대회기에 많은 스타들을 배출했다. 미국프로골프(PGA)에서 활약 중인 김시우, 임성재가 이 대회 우승자 출신이다. 김시우는 기린부와 항룡부를 모두 석권한 바 있으며 임성재는 기린부 상위권 입상, 항룡부 우승을 경험했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에서 우승을 경험한 김효주, 백규정, 박결 등도 이 대회 우승자 출신이다. 강전항 한국초등골프연맹회장은 "이외에도 장하나 등 숱한 선수들이 이 대회를 거쳐 스타로 성장했다. 고진영은 당시엔 큰 두각을 드러내지 못했지만 세계적인 선수가 됐다. 이번 대회에 참가한 선수들도 혹여 좋지 않은 성적이 나왔더라도 실망하지 말고 열심히 하길 바란다. 여러분 누구나 멋진 선수로 성장할 수 있다"며 선수들을 격려했다.
올해는 대회 형태에 변화가 있었다. 지난해는 대회 첫날 불새부(여자 5~6학년), 기린부(남자 1~4학년), 다음 날 청학부(여자 1~4학년), 항룡부(남자 5~6학년) 경기가 각각 하루씩 진행됐다. 18홀만에 우승자가 가려졌던 지난 대회와 달리 올해는 대회 첫날 모든 선수가 일제히 대회에 임했다. 예선 격으로 열린 대회 첫날 컷오프 이후 둘째 날 우승자가 가려지는 방식이었다.
경기 둘째 날 오후, 선수들은 속속 대회 결과를 받아들었다. 최종 스코어를 확인하는 대회 운영본부는 희비가 엇갈리는 공간이다. 자신의 스코어에 만족감을 드러내는 선수가 있는가 하면, 실망감에 결국 눈물을 참지 못하는 선수도 많았다. 비록 초등학생이지만 프로 못지않은 승부욕이 엿보였다.
강전항 회장은 "스무 번째라 더 의미가 남다른 대회"라며 "골프 경기에선 자신감이 중요하다. 티 앞에 서는 순간부터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고 힘차고 자신 있는 샷으로 좋은 경기 펼치기 바란다"고 말했다.
대회 주최사이자 주관사인 일요신문의 김원양 대표이사는 "일요신문이 함께하는 다섯 번째 초등골프연맹회장배 대회"라며 "미래 주역인 어린 꿈나무들의 꿈과 희망을 완성해 나가는 뜻깊은 계기가 되길 바란다"는 말을 남겼다.
이번 대회 가장 치열한 격전이 펼쳐진 곳은 불새부였다. 2021년 항룡부 우승자 박효담 양과 2022년 항룡부 우승자 강예서 양이 2라운드 종합 146타로 동률을 이뤄 연장 승부가 열렸다. 최후에 웃은 이는 박효담 양이었다.
이어진 시상식에서 강예서 양은 비록 준우승이었지만 충분히 만족스런 표정이었다. 그는 "제가 좋아하는 효담 언니와 연장전을 펼칠 수 있어서 영광이었다. 연장전이 처음이라 좀 긴장되기는 했다"며 "첫날 성적이 안 좋았는데 오늘 잘돼서 연장까지 갈 수 있었다. 6학년 언니들과 경쟁하는 게 부담됐는데 생각보다 좋은 결과 나와서 기쁘다"고 했다. 이어 "제가 좋아하는 '몰랑이' 캐릭터를 만든 윤혜지 작가님이 저를 후원해주시고 있다. 작가님 덕분에 이렇게 골프를 할 수 있다. 감사하다는 말씀 드리고 싶다"고 했다. 강 양의 어머니 박미라 씨는 "예서가 이번 대회 준우승을 하면서 포인트를 얻어 최연소로 주니어 국가대표 상비군에 뽑혔다"는 희소식도 전했다.
강 양과 연장에서 경쟁을 펼친 박효담 양도 주니어 상비군에 이름을 올렸다. 박효담 양은 "편안한 마음으로 했는데 연장에서 버디가 나왔다"며 "어제는 전반에 잘했는데 후반에 안됐고 오늘은 전반에 못 쳤는데 후반에 잘 쳤다. 차분한 마음이 중요하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느꼈다. 곧 중학교에 진학하는데 계속 열심히 하겠다. 이번에 주니어 상비군 됐는데 중학교 때 국가대표 상비군, 고등학교 때 국가대표 되는 게 목표다. 나중엔 박세리 감독님처럼 멋진 선수가 되는 게 목표다"는 소감을 남겼다.
향룡부 우승은 김주원 군이 차지했다. 1라운드 68타로 선두에 섰던 그는 2라운드에서도 71타로 가장 좋은 성적을 남겼다. 그는 "올해 마지막 대회였는데 잘 마무리해서 기분 좋다. 대한골프협회 대회에서는 다 우승했는데 초등연맹 대회에서도 우승을 추가해 기쁘다"며 "2라운드에서 날씨 때문에 어려웠다. 샷이 무너지는 느낌이 있었는데 후반에 잘 마무리했다. 앞 홀에서 실수한 것을 빨리 잊고 집중하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기린부에서는 지난 대회에 이어 2연패 기록이 나왔다. 지난해 3학년으로 4학년 선배들을 제치고 우승했던 강주원 군이 다시 한 번 우승 트로피를 받았다. 지난해 "우승할 줄 몰랐다"는 말을 남겼던 강 군은 이번 대회에 우승을 염두에 두고 임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에는 우승을 목표로 하고 왔다. 다시 한 번 우승할 수 있어서 기분이 좋다. 드라이버도 잘 맞고 샷이 잘돼서 우승할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강 군의 아버지 강승균 씨는 "주원이가 지난해 이 대회에서 처음으로 우승을 하고 이후로 전국대회 10연속 우승 중이다. 첫 우승을 경험한 대회기에 우리에게 의미가 있는 대회다. 내년에 고학년부로 참가해서도 좋은 성적이 나왔으면 좋겠다"고 했다.
청학부에선 3학년 김지아 양이 4학년 언니들을 누르고 우승을 차지했다. 8위 이내에는 김지아 양을 제외하면 모두 4학년 선수들이 자리했다. 김 양은 "대회 나올 때마다 상장만 많이 받았다. 트로피는 두 번째고 우승은 처음이다. 엄마가 하던 대로만 하고 오라고 하셨는데 약속을 지켜서 기쁘다"라는 소감을 남겼다. 또 "쇼트게임 연습을 프로님과 열심히 했는데 그 덕분에 우승한 것 같다. 프로님께 감사하다"는 말도 전했다.
▲수상자 명단
항룡부(남자 5~6학년)
우승 김주원(인천송원초 6학년)
준우승 천지율(안양남초 6학년)
3위 오현수(충남서천초 6학년)
4위 김희건(당진초 6학년)
5위 김호연(고양흥도초 6학년)
불새부(여자 5~6학년)
우승 박효담(초전초 6학년)
준우승 강예서(대정초 5학년)
3위 김사라(김해수남초 6학년)
4위 강연진(구미해마루초 5학년)
5위 송유진(도마산초 6학년)
기린부(남자 1~4학년)
우승 강주원(서울용강초 4학년)
준우승 박태양(해송초 4학년)
3위 전시원(양정초 3학년)
4위 김진호(하귀일초 3학년)
5위 윤태웅(금빛초 4학년)
청학부(여자 1~4학년)
우승 김지아(나원초 3학년)
준우승 장하은(정암초 4학년)
3위 옥소은(거제수월초 4학년)
4위 김명지(안양초 4학년)
5위 지예은(광령초 4학년)
보성=김상래 기자 scourge@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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