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거주 영국인 빅토리아-호주 거주 한국인 조은 눈길…공교롭게도 첫날 같은 조에서 경기
중국계 영국인 아버지 데니스 씨를 따라 한국에 거주 중인 빅토리아 양은 서울 프랑스학교 2학년에 재학 중이다. 골프를 시작한 지 4년째지만 공식 대회 참가는 이번이 처음이다. 데니스 씨는 "코치의 권유로 대회에 나오게 됐다"며 "딸이 방학 때는 영국에서 골프를 하는데 한국 대회에 처음 나와 보니 분위기가 많이 다르다. 한국 아이들의 수준이 높다"고 말했다.
딸의 첫 대회 참가에 만족감을 드러낸 데니스 씨는 향후에도 딸을 대회에 참가시킬 계획을 밝혔다. 그는 "빅토리아가 어리기도 하고(2학년), 첫 대회기에 어떤 성적을 낼지 모르겠다"며 "딸에게 좋은 경험이 될 것 같다. 여건이 된다면 종종 다른 대회에도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호주에서 태어난 조은 양은 호주에선 이미 알려진 주니어 선수다. 유명 용품사와 골프웨어 업체의 후원을 받으며 호주 대표로 세계 대회에도 나선 경험이 있다. 아버지 조자룡 씨는 "딸의 한국 방문이 처음이다. 추석을 맞아 부모님께 인사를 드리려 했는데 가까운 날짜에 대회가 열려 참가했다"고 했다.
그는 "한국이 골프 최강국 아닌가. 확실히 선수들의 수준이 높다. 호주 톱클래스 선수들과 견줘도 비슷한 실력"이라며 "다만 한국 선수들은 필드보다 연습장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서 그런지 쇼트게임 경험이 부족한 것 같다. 딸은 호주에서 매일 필드에 나가 연습을 한다. 쇼트게임에서 점수를 많이 따낸 것 같다"고 했다.
처음 경험하는 한국의 골프장과 대회 환경은 그에게 이색적으로 다가왔다. 조 씨는 "이렇게 산악 지형에 만들어진 골프장은 처음이라 재밌으면서도 딸이 걱정됐다. 그런데 잘 적응한 것 같다"며 "호주에선 대회에서도 부모가 따라다니며 캐디 역할을 하는데 여긴 다르더라. 규칙도 더 엄격하게 적용된다. 딸이 프로페셔널함을 배우는 경험을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빅토리아 양과 조은 양은 대회 첫날 공교롭게도 같은 조에 편성돼 경기에 임했다. 호주에서 성장했으나 주민등록번호도 있는 조은 양과 달리 빅토리아 양은 한국어로 소통이 불가능하다. 조은 양은 경기를 치르는 동시에 빅토리아 양의 통역 역할도 하느라 바빴다는 후문이다.
전반적으로 만족감을 표하면서도 해외 거주 한국인으로서 대회 참가 절차가 까다로운 점에 대해서는 아쉬움을 내비쳤다. 그는 "정말 어렵게 대회에 참가하게 됐다. 대한체육회 등록 선수번호가 필요하고 한국에서 재학 중인 학교도 제출하는 자료에 기입해야 한다. 초등골프연맹 회장과 직접 통화해서 어렵게 대회 참가 신청을 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호주에 있는 선수 중 한국 대회 참가에 관심 있는 선수들이 있다. 조금만 절차가 간단하다면 해외 선수들이나 한국 선수들에게 좋은 경험을 쌓는 기회가 될 수 있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연습 라운딩도 쉽지 않았다. 그는 "3명 이상 조를 만들어서 연습을 신청해야 한다. 우리는 한국에 아는 선수가 없다. 딸의 인스타그램 계정이 있는데 일부 한국 선수들과 소통을 하고 있어서 겨우 연습할 파트너를 찾았다"고 말했다.
첫 대회 참가에 어려움을 겪으며 첫날 컷 탈락한 빅토리아 양과 달리 조은 양은 2라운드 합계 177타를 기록, 청학부 10위에 올랐다. 강전항 한국초등학교골프연맹 회장은 "이 대회에 참가하려 멀리 호주에서 왔다. 10위도 충분히 좋은 성적이다"라며 특별상을 수여했다.
보성=김상래 기자 scourge@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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