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조 규모 자본 확충 법원이 제동, 장기 성장성도 적신호…CGV “기술 관련 투자 지속할 것”
#자금 조달 차질…등골 휘는 CGV
법원이 CJ CGV의 1조 규모 자본 확충 계획에 제동을 걸었다. CJ올리브네트웍스 주식 1412만 주의 가액을 4444억 원으로 평가해달라는 한영회계법인의 감정평가서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CJ올리브네트웍스의 주식 가치가 과대평가됐다는 법원의 판단이 나오면서 CGV의 부채비율 조정에 차질이 빚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CJ CGV는 올해 6월 기존 주주들에게 신주를 발행하는 주주배정 유상증자 방식으로 5700억 원을 조달하고 대주주인 CJ가 참여하는 제3자배정 유상증자로 4500억 원을 확보해 부채비율을 낮추겠다고 발표했다. CJ는 제3자배정 유상증자에 현물출자 방식으로 참여하면서 비상장 계열사인 CJ올리브네트웍스의 지분 100%를 내놓기로 했다.
이 경우 CJ올리브네트웍스는 CJ의 자회사에서 CJ CGV의 산하로 편입된다. CJ CGV가 CJ올리브네트웍스를 흡수할 경우 채무를 상환하지 않아도 자본의 총계가 늘면서 부채의 비율을 줄이는 효과가 나타난다. CGV는 자본 확충을 완료할 경우 부채 비율을 2분기 1045%에서 약 323%까지 줄이겠다고 밝혔다.
그런데 일차적으로 주주배정 유상증자는 발행가액을 낮추게 되면서 조달 자금이 4153억 원으로 감소했다. 그리고 법원이 제동을 걸면서 CJ올리브네트웍스의 주식 가치 역시 재산정에 들어가게 될 예정이다. 유상증자로 조달할 수 있는 자금 규모가 예상보다 크게 줄어들 수밖에 없다. 예정대로 부채비율을 낮추기도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CJ CGV는 자회사들에 대해 3000억 원에 달하는 채무보증을 서 준 상태다. CGV의 채무보증잔액을 보면 CGI홀딩스(CGI HOLDINGS LIMITED)에 1904억 원, 그라하라야르 프리마(PT GRAHA LAYAR PRIMA TBK)에 429억 원, 베트남 법인(CJ CGV VIETNAM CO., LTD.)에 294억 원, 미국 법인(CJ CGV AMERICA, INC.)에 133억 원, CJ 포디플렉스 중국법인(CJ 4DX (BEIJING) CINEMA TECHNOLOGY CO., LTD.)에 85억 원, CJ 포디플렉스 미국법인(CJ 4DPLEX AMERICA, INC.)에 53억 원의 보증을 서 준 상태다. 해외 자회사 보증으로 우발채무 리스크를 계속해서 떠안고 있는 셈이다.
채무보증 규모가 가장 큰 CGI홀딩스는 중국, 베트남, 인도네시아 법인을 100% 거느리고 있는 홍콩 종속회사로 핵심 자회사로 꼽힌다. 그런데 올해 CGI홀딩스에 대한 채무보증과 담보제공 공시만 6번 올라왔는데 대부분이 연장 공시다.
이와 관련, 증권가 한 관계자는 “모회사가 자회사 채무보증을 계속 연장공시하고 있다는 건 해당 자회사가 스스로 변제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는 뜻”이라고 지적했다. 2021년 47억 원, 2022년 100억 원의 당기순손실을 낸 CGI홀딩스는 올해 상반기에만 88억 원의 손실을 냈다. 결국 올해 9월 연내로 예정됐던 홍콩 증시 상장도 불발됐다.
#분위기 반전에는 성공했지만…
CJ CGV는 올해 2분기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이 26%가량 늘어난 4017억 원을 기록했다. 158억 원의 영업이익도 냈다. 상반기 기준으로는 17억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지난해 상반기 710억 원 가량의 영업적자를 기록했던 것과 비교하면 분위기 반전에 성공한 셈이다. 상반기 부진했던 중국법인도 7월에는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CJ CGV는 2017~2019년 6.5~7.9% 수준이던 특별관 점유율을 2022년 이후 21%까지 끌어올렸다. 향후 조달자금 중 1000억 원을 시설 첨단화에 투자하고 제3자배정 유상증자에 성공할 경우 올리브네트웍스의 IT(정보기술)역량을 활용해 전관을 특별관으로 편성하거나 기술 특별관, 신규 고급관 등 극장의 차별화를 꾀하겠다는 방침이다.
김회재 대신증권 연구원은 올해 8월 발간한 리포트에서 “수익성 높은 4DX향 오리지널 콘텐츠(BTS·임영웅 콘서트 등) 비중이 증가했고 차별화된 경험에 대한 수요 증가로 4DX는 2023년 역대 최대 매출과 이익이 전망된다”고 밝혔다.
그러나 올해의 호실적은 코로나 시기 기저효과로 인한 착시효과라는 분석도 만만치 않다. 2019년 CGV는 2분기에 4820억 원의 매출과 234억 원의 영업이익을 달성했다. 2019년 상반기 영업 흑자는 470억 원 수준이었다. 여전히 극장이 2019년 수준으로 관객 수를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매출이 늘어난 데는 2019년 평일 기준 1만 원 수준이었던 티켓값이 2023년 1만 4000원 수준으로 40%가량 상승한 점도 감안해야 한다는 분석도 있다.
이런 가운데 장기 성장성에는 적신호가 켜진 상황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영화업계 한 관계자는 “CGV가 부채비율을 낮추려면 앞으로 계속 흑자를 내야 하는데 지금은 코로나가 한창일 때보다 나아진 것 외에는 별로 좋은 이슈가 없다. 신규 투자받은 영화가 거의 없는 상황인데 그만큼 전망이 밝지 않다는 것”이라며 “아직 개봉 못한 영화들이 꽤 있지만 극장에서 쉽게 틀 만한 품질이 안 되고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에도 안 팔린 작품이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모객을 꾀해야 하는 영화관 입장에서는 점점 난감해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문행 수원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는 “플랫폼을 통해서만 송출되는 영화와 드라마가 크게 늘고 제작비 경쟁이 심화하면서 극장가가 더욱 힘들어졌다. 소비자들도 OTT 한 달 이용료보다 비싼 영화 한 편을 보기 위해 굳이 극장에 가지 않는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도준호 숙명여대 미디어학부 교수 또한 “한 번 소비패턴이 바뀌면 되돌리기가 쉽지 않다. 젊은 관람객들이 극장으로 돌아가는 속도가 더디고 극장 이용료와 OTT 이용료가 동반 상승하면서 가성비를 따지는 경향도 늘어난 것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CJ CGV 관계자는 “CJ올리브네트웍스의 현물출자와 관련해서는 최단 기간 내에 소명과 보완을 거쳐 재신청할 예정이다. CGI홀딩스는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으로 인해 극장가가 워낙 어렵다 보니 투자자와의 합의에 따라 상장 기한을 연장한 것”이라며 “향후 보다 많은 관객들이 더 큰 스크린이나 풍성한 사운드를 통해 다양한 경험을 즐길 수 있도록 기술에 대한 투자를 지속하고 4DX나 스크린X 같은 특별관들을 확장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김정민 기자 hurrymin@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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