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못된 관행 바로잡아 신뢰받는 협회 만들 것…바둑 보급 위해 시·군·구 협회 활성화 꼭 필요”
하지만 비교적 짧은 역사에도 바람 잘 날은 별로 없었다. 2014년 홍석현 회장이 제4대 대한바둑협회 회장으로 취임했지만, 이후 이런저런 이유로 홍 회장을 비롯한 많은 회장들이 임기를 채우지 못했다.
지난 9월 28일 제9대 대한바둑협회 회장 보궐선거에 (주)아덱스 정봉수 회장이 단독 출마하면서 신임 회장에 당선됐다. 정 회장은 “바둑계가 어려운 시기에 회장직을 맡게 되어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고 했다. 또 “바둑인의 염원을 마음에 새기고, 바둑이 대한민국의 생활스포츠로서 위안이 되고 행복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전국체전 배점 상향 등 세 가지 과제 추진
―전임 회장이 대의원 총회에서 불신임되는 등 사상 초유의 혼란한 시기에 협회장이 됐습니다. 소감은.
“책임감을 많이 느낍니다. 보궐로 당선된 회장으로서 시간이 많지 않지만 그동안의 잘못된 관행을 바로잡으려 합니다. 협회는 지난 수년간 바둑인들로부터 존중받지 못한 때가 있었습니다. 그런 부분들을 빨리 파악해서 바둑인들의 사랑과 신뢰를 다시 얻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현재 바둑계의 가장 시급한 현안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세 가지 정도 생각하고 있습니다. 우선 바둑에 걸린 전국체전 배점을 상향시켜야 합니다. 그래야 지방자치단체 예산이 바둑에 많이 투입될 수 있습니다. 또 전국생활체육 대축전에 바둑이 정식종목으로 채택되어야 하겠고 디비전사업의 승강제까지 이 세 가지는 제 임기 동안 꼭 이루고 싶은 과업입니다. 그리고 17개 시·도 바둑협회와 140여 시·군 바둑협회의 활성화에 대한바둑협회의 모든 행정력을 동원하고자 합니다.”
―바둑은 전성기 시절에 비해 즐기는 인구는 계속해서 감소하는 추세입니다. 보급이 중요할 텐데 이에 대한 복안이 있을까요.
“보급을 활성화하기 위해선 지역 바둑이 살아나야 합니다. 제가 경기도협회장을 6년간 하면서 뼈저리게 느낀 것은 대한바둑협회가 아니라 시·군·구 바둑협회가 활성화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아직 만들어지지 않은 곳은 빨리 새로 만들어야겠지요. 현재 17개 시·도에 바둑협회가 구축돼 있지만, 바둑 보급의 토양이라고 할 시·군·구 바둑협회는 아직 없는 곳이 많습니다. 그런 곳에 협회를 결성하는 것이 곧 바둑 보급이고, 시·군·구 협회 활성화가 바둑의 전진기지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이를 위해 중앙에서 행정적인 지원을 최대한 하겠습니다.”
―KBF리그(옛 내셔널바둑리그) 정상화가 시급하다는 목소리도 있습니다.
“아마추어 바둑리그 KBF는 바둑계의 아픈 손가락입니다. 중앙에서도 선수들에게 보다 좋은 환경 속에서 바둑을 둘 수 있도록 적극적인 행정 노력을 뒷받침하겠습니다. KBF 선수들에게도 하고 싶은 얘기가 있습니다. KBF 선수들이 바둑리그를 통해 각 지역을 대표하는 상징적인 선수로 자리를 잡아야 합니다. 자신이 속한 시·도에 애정을 갖고 그 시·도의 대표선수라는 소명의식을 가지고 활동해 주길 바랍니다.”
―경기도바둑협회장을 오래 동안 역임하셨는데 재임 중 인상 깊은 일이 있었다면?
“가장 뜻 깊었던 일은 경기도에서 바둑이 생활체전 정식종목으로 채택된 것이었습니다. 그로 인해 경기도의 시·군 협회들이 행정적인 지원을 많이 받게 되었고, 당연히 보람을 느꼈습니다. 그리고 최초로 경기도 동호인리그전을 개최한 것도 큰 보람이었습니다.”
#부친 기원 운영, 삼촌 바둑판 사업 ‘바둑인 가족’
―바둑과는 어떤 인연이었습니까. 또 기력은 어느 정도입니까.
“제가 어릴 적 아버지께서 서울에서 기원을 운영하셨습니다. 그때 어깨 너머로 배웠습니다. 그리고 작은아버지께서도 바둑판 사업을 하셨습니다. 그러니 어떻게 보면 저도 일찍부터 바둑인 가족이었던 셈입니다(웃음). 최근 바둑TV에 출연해 한종진 기사회장님에게 한 수 배울 기회가 있었습니다. 그냥 나가면 안 될 것 같아 인공지능으로 연습을 많이 했는데 그때 바둑이 조금 늘어서 현재 인터넷 4단 정도 둡니다.”
―바둑의 매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정말 많습니다. 개인적인 경험을 말씀드리면 사업하는 데 도움이 됐습니다. 저는 사업을 하는 데 있어 꿰뚫어보는 힘, 즉 통찰력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그런데 바둑이 통찰력을 기르는 데 도움이 됩니다. 제 사업 분야가 향후 5~10년 후에 어떤 경쟁력을 갖출 것인지, 미래가 어떻게 될 것인지를 내다보는 게 통찰력이겠지요. 바둑이 그런 감각을 키워준다고 생각합니다.”
―현재 하고 계신 일은?
“20여 년간 아크릴 관련 회사를 열심히 운영하고 있습니다. 최근엔 야외 운동기구, 반도체 소재 장비 쪽 사업을 확장하고 있습니다.”
―좋아하는 프로기사가 있다면?
“어릴 때부터 서봉수 사범님을 좋아했습니다. 예전엔 일본 유학을 다녀오신 분들이 많았는데, 서봉수 사범님은 한국에서 공부한 순수 독학파로서 끈기 있게 정상까지 오른 모습이 감명 깊었습니다.”
―최근 대한바둑협회는 바람 잘 날 없다는 말이 많습니다. 신임 회장으로서 어떤 개선책을 준비하고 계십니까.
“협회는 행정의 투명성과 예산의 투명성을 확보해야 합니다. 그래야 모두에게 신뢰를 얻게 되고 그런 신뢰의 바탕 속에 예산이 쓰여야 합니다. 제가 보기엔 예전엔 분명히 미흡한 부분이 있었습니다. 제 임기 중에는 그와 관련된 논란이 없도록 투명하게 운영하겠습니다.”
―협회 재정 자립도가 높지 않은데 준비된 구상이 있을까요.
“그동안은 협회 회장의 기부 형식에 많이 의존해 왔습니다. 당연히 자생력을 높이기 위한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 필요가 있습니다. 깊이 고민해보고 차후 구체적인 계획을 말씀드리겠습니다.”
유경춘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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