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사장 이동에 불법 이용, 운전자는 징역형…과거 강유미 셀프인증 등 연예계 수차례 도마 위
행사 스케줄 등으로 사설구급차를 불법 이용하는 연예인의 사례가 거듭 드러나면서 사설구급차가 연예인 택시라 불리는 상황까지 연출됐다. 구급차 사이렌을 듣고 길을 비켜준 운전자들의 배려가 응급환자의 회복이 아닌 연예인의 수익 활동에 악용돼 왔다는 점에서 시민들이 분노하고 있다.
김태우의 사설구급차 불법 탑승은 A 씨에 대한 법원 판결이 최근에 이뤄져서 그렇지 사실 오래전에 벌어진 일이다. 2018년 3월 16일 저녁 7시 무렵 A 씨는 경기 고양시 일산서구의 도로에서부터 서울 성동구의 행사장까지 가수 김태우를 사설구급차에 태워 이동했다. 김태우의 가족인 연예기획사 관계자가 행사대행사 직원에게 사설구급차를 이용하면 교통체증을 피해 행사장으로 빠르게 이동할 수 있다며 A 씨의 휴대전화 번호를 직접 알려준 것으로 드러났다. 이전에도 비슷하게 사설구급차를 활용했을 수도 있어 보이는 정황이다.
A 씨가 김태우를 사설구급차에 태워 이동하고 받은 대가는 30만 원으로 이 돈은 행사대행사 측에서 지불했다. 수사 과정에서 A 씨는 2021년 1월부터 2022년 2월까지 모두 19차례에 걸쳐 허가받지 않은 지역에서 사설구급차를 운행해 539만 원의 대가를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심지어 자동차운전면허를 받지 않고 2021년 8월부터 2022년 3월까지 23차례에 걸쳐 해당 구급차를 무면허 운전한 혐의로도 기소됐다.
당연히 김태우 역시 처벌 대상이지만 재판을 받지는 않았다. 그렇다고 무죄는 아니고 검찰이 김태우를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약식기소해 벌금형을 받았다. 정식재판에 회부되진 않았지만 검찰의 약식기소를 받아들인 법원이 약식명령을 내려 유죄는 이미 확정된 상황이다.
이번 일에 대해 김태우는 “변명의 여지없는 제 잘못임을 인정하며 깊이 반성하고 있다”면서 “많은 분께 심려와 실망을 끼쳐 죄송하다. 다시는 이와 같은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주의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런 사례의 연예인이 김태우 한 명만은 아니다. 2021년 10월 30일에는 유명 포크 그룹의 리더인 가수 B 씨가 충북 청주에서 사설구급차를 불러 경기 남양주에 있는 공연장으로 이동했다. 이날 B 씨는 지인 결혼식에 참석하기 위해 청주를 찾았고 사설구급차를 타고 급히 찾은 곳은 콘서트가 예정돼 있는 남양주의 공연장이었다.
이날 B 씨는 열이 나고 혈압이 상승하는 등 몸이 좋지 않다며 사설구급차를 불러 서울의 대형 병원에 가겠다고 밝혔지만 중간에 몸이 좋아졌다며 남양주의 공연장으로 행선지를 바꾼 것으로 알려졌다.
B 씨 측은 이를 단독보도한 YTN과의 인터뷰에서 “병원에 가려고 했는데, 구급차를 타고 올라가는 도중에 편안해졌다. 몸 상태가 회복됐는데 도로 중간에서 내려야 하나”라고 밝혔다. B 씨 측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사설구급차가 환자 이송을 뛰어 넘어 환자 치료 기능까지 갖춘 것으로 보인다.
2013년 12월 7일에는 연예인이 사설구급차 불법 탑승을 스스로 인증하는 일도 벌어졌다. 개그우먼 강유미가 자신의 트위터에 “부산 공연에 늦어 구급차라는 걸 처음 타고 이동하는 중. 살다보면 이런 일 저런 일”이라는 글을 올렸다. 심지어 구급차 내부 모습을 찍은 인증샷까지 함께. 이날 상황은 소속사는 “공연이 펑크 날 위기에 처해 도움을 받았다. 당시는 급한 상황이어서 그랬는데 생각이 짧았다”고 밝혔으며 강유미 역시 “죄송하다. SNS에 올린 것은 경솔한 행동이었다”며 사과했다.
이런 상황이 반복되다 보니 사설구급차가 ‘연예인 택시’로 불리는 상황이 연출되고 말았다. 가요관계자들은 너무 급박하게 스케줄을 잡다 보니 생기는 일이라고 분석하며 사설구급차까지는 너무 심하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한 가요계 원로 관계자는 “1990년대에는 나이트클럽 등 지방의 밤무대 공연이 많았고 2000년대에는 밤무대와 함께 지방행사까지 급증해 가수들의 행사 스케줄이 엄청 빡빡했지만 사설구급차까지 타지는 않았다”라며 “대신 연예인을 태운 로드매니저들이 어쩔 수 없이 난폭운전을 했고, 가까운 지역은 '퀵' 오토바이를 타고 이동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정말 잘나가는 가수들은 하루에 5~6개 스케줄을 소화했는데 이는 지방 도시 5~6곳을 하루 사이에 이동한다는 의미”라며 “스케줄을 최대한 조정하지만 출연을 의뢰한 이와의 관계 등으로 도저히 거절할 수 없어 불가능한 일정이 짜이면 헬리콥터를 타고 이동하기도 했다”고 얘기했다.
어느 순간부터 일부 연예인들이 사설구급차를 불법 이용하기 시작했다. 한 중견 가요기획사 임원은 “2010년대 초중반부터 매니저들 사이에 급할 때 연락하면 된다며 사설구급차 기사 연락처가 돌아 다녔다”며 “당시만 해도 밴을 모는 로드매니저라면 아무리 교통체증이 심하고 거리가 멀지라도 제시간에 도착하는 게 능력이고 자존심이었다. 그래서 정말 급한 경우에 일부 연예인이 사용했던 것으로 기억한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그는 이어 “매니저들이 어떻게 사설구급차 연락처를 알고 연락했겠나. 누군가 그런 번호를 알려준 사람이 있고 그게 연예계로 확 돈 것”이라며 “정확히는 기억이 나지 않았지만 지방 행사를 여는 지자체 관계자가 공연 대행 관계자에게 알려주고 그가 매니저에게 알려주는 방식으로 처음 연예계에서 사설구급차 활용이 시작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2010년대를 거치며 밤무대는 거의 사라졌고 지자체에서 여는 행사나 대학 축제 등이 주된 지방 행사다. 그나마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으로 공연 시장이 한동안 주춤했었다. 그리고 이번 가을 각종 행사가 폭발적으로 늘었다. 완연한 엔데믹(풍토병화)이 이어지고 있는 데다 총선을 앞둔 시점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연예관계자들은 다시 사설구급차의 유혹이 시작되는 상황이 연출됐다며 아무리 급해도 해서는 안 되는 일이라고 조언하고 있다. 사설구급차가 '연예인 택시'라 불리는 상황이 연예계 전반의 이미지에 너무 치명적이기 때문이다.
김은 프리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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