휠라코리아 이어 홀딩스 배당 확대, 수익 줄었지만 오너 일가 지분 ‘차곡차곡’…휠라 “주주환원 목적일 뿐”
지난 10월 16일 휠라코리아는 오는 31일 520억 원 규모(주당 4420원)의 중간 배당을 실시한다고 공시했다. 지난해 중간 배당액(총 380억 원, 주당 3229원) 대비 37% 증가했다. 휠라코리아가 배당금을 크게 늘릴 정도로 실적이 좋은 것은 아니다. 올해 상반기 휠라코리아의 매출은 1915억 원으로 지난해 상반기(2590억 원) 대비 26% 감소했다. 같은 기간 순이익은 401억 원에서 241억 원으로 40% 줄었다.
휠라코리아의 배당금 전액은 완전 모회사인 휠라홀딩스로 들어간다. 휠라홀딩스는 지난해 창사 이래 처음 특별배당을 실시했다. 매년 말 결산배당도 실시하고 있다. 지난해 상반기 대비 영업이익이 소폭 줄어든 휠라홀딩스는 올해도 특별배당 실시를 예고한 상태다. 오는 11월 이사회에서 특별배당 규모와 시기가 정해진다.
휠라홀딩스가 특별배당 계획을 밝힌 것은 지난해 발표한 글로벌 5개년 전략 계획 ‘위닝 투게더(WINNING TOGETHER)’와 연관이 있다. 휠라홀딩스는 주주가치 증진을 위해 2026년까지 최대 6000억 원을 주주환원에 활용한다고 밝혔다. 2026년까지 배당성향(연결 지배주주순이익 대비 배당금 비율)을 50%까지 끌어올린다는 계획도 발표했다. 실제 휠라홀딩스의 배당 성향은 2021년 25.55%에서 지난해 27.62%로 올랐다.
증권가에서는 올해 휠라홀딩스의 배당성향 확대 기조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주주 환원 정책 관련해 발표한 내용이 있기 때문에 순이익이 줄어도 배당 성향 자체는 비슷하게 유지할 것 같다”고 말했다. 다른 증권사 연구원은 “배당성향을 50%까지 끌어올린다는 계획 자체가 휠라홀딩스의 투자 포인트다. 이는 특히 외국인 투자자들이 선호하는 부분”이라며 “이 계획을 지키지 못하면 투자 포인트 하나가 없어지는 것이다. 때문에 배당성향 확대 기조는 유지할 듯하다”고 내다봤다.
올해 배당금 규모 총액은 예단하기 이르다. 올해 상반기 연결 기준 휠라홀딩스의 순이익은 1555억 원으로 지난해 상반기(2375억 원) 대비 35% 하락했다. 같은 기간 휠라홀딩스 배당금 기준이 되는 지배기업소유주지분 순이익은 1501억 원에서 545억 원으로 64%나 감소했다. 지난해 대비 순이익이 감소폭은 큰 상황에서 배당성향이 소폭 오르면 배당금총액은 줄어든다.
또 다른 증권사 연구원은 “수취한 배당금이나 로열티, 중국으로부터 받는 DSF(디자인 수수료) 등으로 볼 때 휠라홀딩스의 현금흐름이 문제 되는 상황은 아니다”며 “다만 실제 배당금 규모가 어떻게 정해질지는 지켜봐야 할 것 같다”라고 했다.
배당금 규모 감소 여부와 상관없이 오너일가는 배당금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여지를 만들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윤윤수 휠라홀딩스 회장(75.18%)이 최대주주로 올라 있는 윤 회장 개인회사 피에몬테가 올해 휠라홀딩스 지분을 대폭 늘렸기 때문이다. 피에몬테의 휠라홀딩스 지분율은 26.34%에서 현재 34.36%로 높아졌다.
지난해 말 지분율을 기준으로 단순 계산하면 피에몬테는 지난해 배당금으로 250억 원 정도를 챙긴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1주당 배당금은 1580원(특별배당, 결산배당 합산)이었다. 올해 1주당 배당금이 1200원으로 낮아진다고 가정해도 현재 지분율에 따라 피에몬테는 지난해보다 많은 270억 원을 챙길 수 있는 셈이다.
현재 휠라홀딩스는 오너일가가 피에몬테를 통해 휠라홀딩스를 지배하는 옥상옥 구조다. 윤근창 휠라홀딩스 대표 개인회사 케어라인(20.77%)과 윤 대표(4.05%)도 피에몬테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윤윤수 회장→피에몬테→휠라홀딩스’와 ‘윤근창 휠라홀딩스 대표→케어라인→피에몬테→휠라홀딩스’로 이어지는 구조다.
향후 피에몬테가 현금을 배당금으로 지급하면 윤근창 대표 입장에선 윤윤수 회장의 지분을 매입할 자금을 마련할 수 있다. 실제 피에몬테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2021년 5억 원에서 지난해 435억 원으로 늘었다. 비상장사인 피에몬테의 가치를 높여 승계 지렛대로 활용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윤근창 대표가 최대주주인 케어라인의 배당금도 윤 대표 입장에서는 중요하다. 일단 케어라인은 배당금을 늘리는 추세다. 케어라인은 지난해 약 35억 원의 배당을 실시했다. 2019년(10억 원), 2021년(15억 원) 대비 배당액이 증가했다. 윤 대표의 케어라인 지분율은 60.20%다.
앞서의 한 증권사 연구원은 “아들에게로 사실상 승계가 확정된 상황이다. 휠라홀딩스의 배당금은 최대주주인 오너일가의 자금 마련과도 연관이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오너일가 입장에서도 아쉬운 지점은 있다. 휠라홀딩스의 영업이익과 순이익이 높아져야 배당금 총액을 자연스럽게 늘릴 수 있다. 하지만 최근 휠라홀딩스의 수익성은 좋지 못하다. 올해 상반기 휠라홀딩스의 영업이익은 지난해 상반기 3212억 원에서 올해 상반기 2523억 원으로 21% 감소했다. 특히 휠라홀딩스의 미국 법인(FILA U.S.A. Inc.)이 고전하고 있다. 미국법인은 미국에서 원가 이하로 휠라 제품을 판매 중이다. 올해 상반기 미국 법인의 매출은 1683억 원으로 지난해 상반기(2531억 원) 대비 34% 줄었다. 반기순손실은 111억 원에서 1093억 원으로 885% 증가했다.
이와 관련, 휠라그룹 관계자는 “휠라코리아가 상반기 기준 순이익이 전년 대비 감소한 것은 맞다. 하지만 여전히 이익을 내고 있다. 배당금으로 (휠라홀딩스가) 받은 자금은 휠라 브랜드 전체의 주주 환원이나 브랜드 가치를 올리기 위해 쓰일 예정이다. 휠라홀딩스의 배당 규모는 이사회 결정 전이라 말씀드릴 수 없다”며 “배당 정책은 주주 환원 목적으로 (오너일가 승계 자금 마련 등) 그 외의 목적은 내부적으로 논의되는 바는 없다”고 말했다.
김명선 기자 seon@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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