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기 신도시 사업시행자로 참여 의사 피력…서울시 매입임대주택·공공임대주택 사업 실적은 하락
김헌동 사장은 지난 15일 취임 2주년 기자간담회에서 “3기 신도시 지구지정 이후 절차가 진행되지 못하는 사업지구를 중심으로 개발을 이어받아 SH표 주택공급을 늘리겠다는 구상을 국토교통부(국토부)에 피력했다”고 밝혔다. 현재 3기 신도시 사업 추진 속도가 더딘 곳은 △하남교산 △광명시흥 △화성봉담3 등으로 김헌동 사장은 이곳들에 대한 3기 신도시 사업시행자로 참여하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SH의 역할을 서울시뿐 아니라 경기도까지 확대시키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SH는 지난 9월 국토부에 3기 신도시 사업 참여를 요청하는 공문을 보냈다. 신도시 개발 사업 시행자를 국토부에서 정하기 때문이다. 국토부는 최근 행정안전부(행안부)에 SH의 3기 신도시 사업 참여 여부에 대한 유권해석을 의뢰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SH가) 서울시 산하 공기업이기에 관할 지역이 아닌 곳에서 사업하는 게 법적으로 가능한지 (행안부에) 문의했다”고 말했다. 행안부 관계자는 “유권해석은 단계조사 중으로 현재 SH 측의 (3기 신도시) 사업 시행이 법률적으로 문제없는지 자문을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SH가 3기 신도시 사업에 참여하기 위해선 국토부 장관뿐 아니라 서울시장, 서울시의회, 경기도, 경기주택도시공사(GH) 등이 동의해야 한다. 특히 3기 신도시 사업 지구에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GH의 참여 지분율과 사업구조가 정해져 있는 만큼 GH 측 승인은 필수다.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LH와 각 지자체 도시공사들은 참여 지분율에 맞춰 사업비를 투자하고 개발이익을 나눠 받는다. SH가 사업을 진행하고 개발이익을 경기도가 아닌 서울에 썼을시 파장이 일어날 수 있는 대목이다.
일각에선 김헌동 사장이 SH 설립목적과 비전에 맞게 나아가야 한다고 지적한다. 서울시 산하 공기업으로서 무엇보다 서울시 주거안정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것이다. 주택 공급과 관련한 SH 사업이 진전을 보이지 않는다는 평가가 많다. SH가 더불어민주당 소속 임종국 서울시의회 의원 등 주택공간위원회에 제출한 자료를 보면 지난 9월 말 기준 SH의 매입임대사업 실적은 올해 목표치 5250호 대비 6.5%인 341호에 불과한 것으로 드러났다. 임 의원은 “임대주택을 건설해 공급할 상황이 여의치 않으면 적극적으로 매입해서 공급해야 하는데 올해 실적이 극히 저조하다”고 우려했다.
매입임대주택은 공사가 시중에 있는 주택을 매입해 주거지원이 필요한 대상자에게 저렴하게 공급하는 임대주택이다. 대체로 주변 시세보다 60~80% 저렴하게 입주할 수 있다. 정부에선 올해 매입임대사업에 6조 원 정도 기금 예산을 편성했다. 하지만 매입임대사업 실적이 저조해 상당수가 집행되지 못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에 SH의 매입임대사업도 비판 대상에 올랐다.
윤지해 부동산114리서치센터 수석연구원은 “공공이 매입해서 주변 시세의 절반 이하로 취약계층, 청년층, 저소득층 이런 분들에게 지원하는 것인데 ‘도움이 안 된다’는 전제가 이상하다”며 “매입임대사업을 하는 데 양적인 부분을 과연 충족하고 있는지(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매입임대주택이 청년이나 신혼부부, 쪽방·반지하에 거주하는 이들에게 필요한 복지라는 것이다.
김헌동 사장 취임 후 매입임대사업 실적은 지속적으로 떨어졌다. 서울시에 따르면 매입임대주택 공급 가구 수는 △2020년 6700호 △2021년 4213호 △2022년 850호 △2023년 9월 기준 341호다.
이에 대해 김헌동 사장의 의중이 반영된 것이란 의견이 나온다. 김헌동 사장은 지난 9월 매입임대사업과 관련해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신혼·청년에 공급 혜택 내세워 나랏돈과 공기업 돈 엄청 썼다”고 적었다. 그는 집값이 폭등할 때 매입 약정을 하면 상승분을 매입업자나 건설업자들이 전부 가져간다고도 주장했다.
지난해 서울시 국정감사에서 맹성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오세훈 서울시장에게 “서울시는 매입임대주택을 포함해 매년 8000호를 공급하겠다고 했는데 실질적인 공급 주체인 SH의 김헌동 사장은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매입임대를 줄이겠다고 말한다”며 “서울시 발표와 사업 주체 측의 내용이 다른 것을 알고 있느냐”고 질타한 바 있다. 당시 오세훈 시장은 “(김헌동 사장이) 매입임대를 줄이겠다고 한 것은 SH 사장이 되기 전에 갖고 있던 고정관념”이라며 “(SH에) 들어와선 생각이 바뀌었다고 한다”고 답했다.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실행위원인 서성민 변호사는 “김헌동 사장이 매입임대주택을 두고 매입 가격이 비싸다거나 매입 과정에 비리가 있다고 주장했는데 도시 외곽의 대규모 임대주택을 건설하는 방식은 적절한가”라며 “개선 대책을 내놓지 않으면서 목표량에 미치는 못하는 실적을 정당화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공공임대주택 사업 실적도 좋지 않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한준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 9월 기준 SH가 공급한 공공임대주택은 8749호다. SH의 올해 공공임대주택 공급 목표치는 1만 3744호다. 4분기 수치가 반영되지 않았지만, 지난 9월까지 공공임대주택 공급은 60% 수준에 불과하다.
공공임대주택은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의 재정을 지원받아 건설·매입·임차한 후 임대 혹은 임대한 후 분양전환을 할 목적으로 공급하는 주택이다. 땅을 새로 구비해 건물을 지어 공급한다는 점에서 매입임대주택과 차이가 있다. 하지만 공공임대주택 사업조차 진전을 보이지 않아 김헌동 사장이 SH 수장으로서 시민 주거 안정에 힘을 기울이지 않는다는 지적이 쏟아진다. 3기 신도시 사업처럼 관외사업에만 집중하는 것도 비판 대상이다.
SH 관계자는 “(3기 신도시 사업 추진 관련) 기존 사업을 축소하면서 진행하는 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매입임대사업·공공임대주택 사업 실적이 점점 떨어지는 이유에 대해선 “입장을 밝히기 어렵다”고 전했다.
부동산업계 한 관계자는 “김헌동 사장이 3기 신도시 사업에 들어가고 싶어 매입임대주택까지 끌고 와서 SH의 3기 신도시 사업 참여 타당성을 뒷받침하는 논리로 쓰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정소영 기자 upjsy@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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