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준 조기 금리 인하 신중한 입장 보여 투자심리 위축…미국과 디커플링되고 중국과 상관성 높아진 점도 부담
AI 성장 기대감에 따른 미 빅테크 기업들의 상승이 국내 증시에서도 온디바이스 AI, 반도체 소부장 등의 주가 상승으로 이어졌으나 2차전지 실적 부진과 미국 정책 불확실성 확대 등의 영향으로 지수는 전반적으로 약세 국면을 이어 나갔다. 올 들어 국내 증시가 미국 증시와 디커플링되고 중국 증시와 상관성이 높아진 점도 증시 부담 요인으로 작용했다.
1월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는 정책금리를 5.25~5.50%로 4회 연속 동결하고 물가 하락에 대한 추가 확신이 들 때까지 금리를 인하하지 않겠다고 언급했다. 파월 의장이 기자회견에서 3월 금리 인하는 베이스 시나리오가 아니라고 발언하는 등 시장 예상보다 매파적인 모습을 보인 점도 투자심리 위축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1월엔 AI주를 비롯한 ‘고PER주’가 두각을 나타냈다면 2월은 금융주를 비롯한 ‘저PBR주’로 시장의 관심이 이동할 수 있다. 연방준비제도(연준)의 3월 금리 인하 가능성이 후퇴한 점도 시장의 스타일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요인 중 하나다. 금융당국은 자본시장 선진화 방안의 일환으로 증시 저평가 해소를 위해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을 도입한다고 밝혔으며 세부 내용은 2월 중 발표될 예정이다. 이러한 정책 수혜는 PBR 1배 미만의 대형주들이 받을 것으로 보여 그동안 약세를 보였던 금융, 자동차, 화학, 통신 등 업종이 부각될 전망이다. 최근 금융주를 비롯한 저PBR 종목들에 외국인, 기관 매수세가 집중되면서 시장 분위기가 달라질 수 있을지 주목된다. PBR이 낮으면서 동시에 향후 이익 개선 및 주주환원 정책을 강화할 것으로 예상되는 종목군에 대한 관심이 유효한 시점이다.
2024년 2월 예정된 주요 매크로 이슈로는 1일 잉글랜드은행(BOE) 통화정책회의, 9~12일 설날 연휴, 10~17일 중국 춘절 연휴, 12일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분기 리뷰, 22일 한국 금융통화위원회, 26~29일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2024, 월중에 연준 반기 의회 보고가 있다.
2월은 한국(설날)과 중국(춘절)에서 황금연휴가 있어 이 기간 여행, 소비 지표 등의 변화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최근 경기 침체와 디플레이션 우려가 높아진 중국은 춘절 연휴를 앞두고 2월 5일부터 지준율을 50bp(1bp=0.01%포인트) 인하하겠다고 발표하며 경기 부양에 대한 의지를 보여주었다. 3월에는 중국 최대 정치 행사인 양회(정협, 전인대)도 열려 중국 경기 부양 관련 내용 구체화, 중국 증시 반등 여부 등이 관전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MSCI 분기 리뷰는 2월 12일 예정되어 있으며 분기 리밸런싱은 2월 29일 종가 기준으로 반영된다. 최근 국내증시가 부진한 가운데 수급 이벤트가 있는 기업들에 대한 관심 높아지고 있다. MSCI 지수의 조정은 반기 변경(5, 11월)과 분기 변경(2, 8월)으로 이루어진다. 종목 편출입은 유동 시가총액, 유동비율 등이 가장 많이 반영된다.
2월 26일~29일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개최되는 MWC 2024는 세계 3대 IT 전시회이자 최대 규모의 모바일 전시회다. 올해 행사에서는 6G, AI, 스마트 모빌리티, 블록체인, 확장현실(XR) 등 다양한 주제로 강연이 진행된다. 올해 AI 시장에 대한 성장 기대감 높아진 가운데 시장은 MWC 2024에서도 주요 기업들의 AI 관련한 사업 방향에 대한 내용 나올지 주목하고 있다.
연준은 반기에 한번(매년 2, 7월) 의회에 출석해 미 경제 현황과 통화정책 등을 보고하고 있다. 연준의 반기 의회 보고는 연준의 통화정책 방향성을 가늠할 수 있는 자리로 평가되며 최근 시장에서는 연준의 금리 인하 시점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 3월 FOMC를 앞두고 통화정책과 관련한 시그널이 나올지가 관전 포인트다. 지난해 12월 미국 근원 개인소비지출(PCE) 가격지수가 2.9% 상승을 기록하며 2%대에 진입한 만큼 시장에서는 2분기 내 금리 인하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2월 중 주요한 통화정책회의는 한국 금통위, BOE 통화정책회의가 있다. 한국은 올해 상반기 내 2명의 금통위원의 임기가 만료됨에 따라 금통위원 인선이 마무리된 이후 통화정책 방향을 결정할 것으로 보여 향후 통화정책 기조가 달라질 수 있다. 영국은 지난 회의에서 기준금리 5.25%로 3연속 동결 결정했으나 9명 위원 중 3명이 금리 인상에 투표한 바 있다. 영국의 경우에는 지난해 12월 물가상승률이 4.0%로 10개월 만에 깜짝 반등하면서 시장의 조기 금리 인하 기대감이 후퇴했다. BOE는 2021년 12월 긴축을 시작하며 주요국 중 가장 먼저 통화정책 방향을 전환한 바 있어 이번 회의에서 어떤 시그널을 줄지 시장의 관심이 높다.
임승미 하나증권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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