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한소희·블랙핑크 제니 등 착용 모습 화제…“자유롭고 멋져” vs “따라할까 민망” 반응 엇갈려
#할리우드까지 사로잡은 팬츠리스
팬츠리스 패션의 시작은 1950년대 ‘댄스복’으로 볼 수 있다. 당시에는 많은 댄서들이 길고 우아한 라인을 만들기 위해 타이즈 위에 레오타드(상의와 팬티가 결합된 의복)를 입었고 상의에는 셔츠나 스웨터를 레이어드했다. 배우이자 패션모델로 활동한 앤디 워홀의 뮤즈, 에디 세즈윅이 이러한 댄스복을 즐겨 입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패션은 시대상에 맞게 변화하다가 패션 브랜드 디올, 미우미우 등에서 돌고 도는 트렌드로 자리잡기 시작했다. 2023년은 팬츠리스가 본격적으로 미국 할리우드와 패션계로부터 주목받기 시작한 해다. 파리에서 열린 2023 F/W 컬렉션에서 생 로랑·미우미우·돌체앤가바나·비비안웨스트우드 등 해외 패션 브랜드들은 하의가 없는 팬츠리스룩을 런웨이에서 선보인 것이 시발점이 됐다.
해외 셀럽들은 팬츠리스를 실생활에 적용하기 시작했다. 대표적으로 배우 앤 해서웨이, 모델 헤일리 비버, 켄달 제너, 카일리 제너 등이 팬츠리스로 길거리를 활보하는 모습이 포착됐다. 일부 유명 모델들은 타이즈 위에 속옷만 입은 채로 쇼에 참석하기도 했다.
패션업계 한 관계자는 “바지가 사라진다는 것은 자유로움을 의미한다”며 “코로나19 유행 시기 트레이닝복 바지가 유행했다가, 다시 외출이 시작되면서 노팬츠룩이 유행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한소희·문가영…한국 연예계 상륙
런웨이·레드카펫부터 미국 LA 길거리로 확산됐던 팬츠리스 패션은 한국 연예계까지 상륙했다. 최근 공개되는 한국 연예인들의 팬츠리스 패션은 과거 유행했던 하의실종보다 과감하게 하체를 드러내는 것이 특징이다. 배우 한소희와 문가영은 각각 디올과 돌체앤가바나의 2024 S/S 패션쇼에 참석해 팬츠리스룩을 선보였다. 블랙핑크 제니 역시 샤넬의 2024 S/S 패션쇼에 참석해 팬츠리스 패션을 시도했다.
최근 공개된 아이돌그룹 르세라핌 미니 3집 ‘이지’의 예고편 영상 ‘굿 본즈’에는 멤버 허윤진이 흰색 브레지어톱에 회색 팬티만 입은 채 서울 종로구 낙원상가 밤거리 일대를 활보하는 모습이 담겼다. 이를 두고 누리꾼들은 “세상 트렌디하다” “속옷만 입은 것 같아 민망하다” 등의 댓글을 달았다. 허윤진 인스타그램 사진에 달린 한 댓글은 “누가 우리 언니 빤스만 입혔냐, 이 추운 날에”라고 표현해 수많은 좋아요를 받기도 했다.
1월 16일에는 ‘노 모어’로 11년 만에 컴백한 씨스타19의 효린과 보라가 브래지어탑과 팬티, 흰색 부츠만 입은 채 등장하는 틱톡 영상이 공개된 바 있다. 한편 씨스타19는 심의 규정을 준수하기 위해 방송에서는 하의 속에 조금 더 긴 기장의 속바지를 함께 착용하는 방식으로 연출했다.
이외에도 (여자)아이들은 흰 눈을 배경으로 은색의 반짝이는 비키니톱과 짧은 흰색 하의를 입은 콘셉트 포토를 공개했다. 1월 26일 공개한 타이틀곡 ‘슈퍼 레이디’ 티저 영상에서도 아예 바지를 착용하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노출 패션 둘러싼 갑론을박
연예계에서는 팬츠리스 또한 하나의 개성으로 인정해 달라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지만, 노출이 극도로 많은 옷차림을 유명인이 유행시키는 것이 부적절하다는 지적도 있다. 특히 어린 아이돌이 팬츠리스 패션을 거리낌 없이 입는다는 점에서 청소년 모방에 대한 학부모들의 우려가 거세다.
전국학부모단체연합 한 관계자는 “걱정이 앞선다. 청소년들이 시각적인 것에 예민한 시기인 데다 특히 연예인 등 셀럽의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이라면서 “어린 아이들의 경우 아이돌을 우상화해서 좋아하는데 팬츠리스룩과 같이 자극적인 옷을 입고 나오면 따라하고 싶은 마음이 들 수밖에 없다. 이러한 의상에 대한 제재까지는 아니더라도 연예인들이 보편적인 시각으로 납득이 되는 옷차림을 입고 활동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밝혔다.
공격적인 노출 패션에 대한 우려는 최근 들어 더 심해지고 있다. 2022년에는 여성들이 가슴 밑부분을 의도적으로 드러내고 다니는 ‘언더붑’ 패션이 인기를 끌었다. 이어 2023년에는 Y2K(1990년대 말부터 2000년대 초까지 유행했던 스타일) 복고 영향에 힘입어 골반을 드러내는 ‘로우 라이즈’ 패션이 유행했다. 점점 더 자극적인 신체 부위를 드러내는 패션이 유행하는 상황이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노출을 통해 아름다움을 드러내는 것은 좋지만 수위 조절이 필요하다”면서 “아이돌그룹이 한두 팀만 있는 게 아니다. 연예기획사 입장에서는 차별화의 필요성을 느껴 결국 더 자극적이고 독특한 콘셉트를 추구하게 된다. 하지만 초등학생들이 성적인 매력을 어필하는 패션을 따라하는 등 부작용이 따를 수 있다. 소위 셀럽들은 사회적 영향을 고려해 그에 따른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팬츠리스 패션을 옹호하는 의견도 있다. 일부 누리꾼들은 “창조하고 표현할 수 있는 자유를 보장해줘야 한다” “윤복희의 미니스커트가 생각난다” “해외 연예인이 하면 멋있고 한국 아이돌이 하면 민망한가” 등의 의견을 게시했다.
한 연예계 관계자는 “언더붑 패션은 여성의 신체를 과감하게 드러내면서 기존의 관념으로부터의 자유와 해방을 상징했다. 팬츠리스 패션 역시 바지를 입지 않는 단순한 노출이 아니라 해방의 의미를 내포한다고 볼 수 있다”면서 “다만 지나친 노출을 꺼려하는 사회적 통념상 (팬츠리스가) 대중적인 유행으로까지 번지기보다는 스타들을 중심으로 소비되는 문화가 될 확률이 높다”고 분석했다.
손우현 기자 woohyeon1996@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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